다시 시작하기 위한..
23년 24년 지난 2년은 정말 나에게는 너무 힘든 시간들이었다.
나라는 인간을 100이라는 수치로 표현한다면 80 정도의 숫자로 회사가 잠식해 버렸고, 겨우 남은 20으로 근근이 하루를 버티면서 살았다. 그 남은 20 마저도 '나'보다는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남아있었다.
그 '가족'이라는 20 덕분에 살았다고 생각하지만, 오히려 그 20이 없었으면 나의 80이 회사로 잠식되지 않지 않았을까?라는 생각도 한다.(너무 오래된 미혼의 삶이기에 알 수 없다...)
나와 남편이 힘들고 힘든 지난 2년을 보내는 동안, 아이는 감사하게도 씩씩하고 밝게 자랐다. 오히려 엄마를 볼 수 있는 시간이 적었기 때문에 씩씩하고 밝게 자랄 수 있었을 수도.. 엄마의 그늘진 얼굴을 오래 보면 아이도 그렇게 될 수 있고.. (근데 반대로 생각해 보면, 아이의 얼굴을 오래 볼 시간이 있었다면 내가 그렇게 되지 않았을 수도 있겠다.)
23년, 나는 팀장이라는 직함을 달게 된다. 그리고 그때부터 전속력으로 달렸다. 앞도 뒤도 보지 않고 그냥 달렸다. 팀장 첫 해는 실적을 내야 한다, 성과를 보여줘야 한다는 스스로의 압박에 그냥 내달렸지만 그다지 위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은 것 같지 않았다. 의욕적으로 일에 달려들고, 매달렸다. 하지만 생각과는 달랐다. 이곳은 나를 믿고 인정해 주는 사람들이 없는 그냥 제로 상태에서 내가 일궈나가야 하는 황무지. 끊임없이 나를 증명하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기대와는 달리, 상사의 계속된 네거티브한 반응에 나는 조금씩 지쳐갔다. 업무에 집중을 할 수가 없었다. 불안했다. 매일 밤 10시, 11시까지 회사에 남아있었지만 나는 내가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고 그냥 스트레스와 압박만을 받으면서 자리를 지켰다.
이런 나의 모습은 결국 밑에 있는 팀원들에게도 보였을 것이다. 아래 팀원들에게도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최초에 나를 이 회사로 오게 한 타 부서 상사가 따로 불러내 나의 현재 평가에 대해 가감 없이 말해주었다. 덕분에 나는 더욱더 땅속 깊은 곳으로 떨어졌다. 도저히 빠져나갈 구멍이 없었다. 나는 계속 우울해졌고 가슴이 답답해졌다.
일이 재미없어졌다. 누가 일을 재미로 하느냐고?
나다. 나는 지금까지 일이 재밌었다. 재미가 없는 일을 할 때마저도 (너무 성향이 안 맞아서 울면서 업무를 했던 때마저도) 어떻게든 재밌는 일을 찾아냈고 그 작은 일안에서 더 큰 만족감을 커~다랗게 느끼면서 성장했다. (나는 성장이라고 생각한다...)
남편에게 처음 일이 재밌다, 재미없다는 말을 꺼냈을 때 남편이 정말 놀라면서 본인은 단 한 번도 회사를, 일을 재밌다고 생각하면서 다녀본 적이 없고 그걸 바라지도 않는다고 했다. 일은 정말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일 뿐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라고 했다.
남편과 정말 다른 나의 성향을 또 한 번 느낄 수 있었다. 처음에는 남편이 안타깝다고 생각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나는 남편이 부러워졌다. 나도 그냥 딱 저 정도로 일을 바라보고 할 수는 없을까?
나는 왜 이모양일까 하고 나 자신을 자책하고 괴로워졌다.
일을 할 수가 없었다. 너무 재미가 없고 너무 하기 싫고 그러다 보니 아침부터 밤까지 매일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일이 진척이 안 됐다. 결국 스스로 정신과를 찾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