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화. 호수는 조용히 어제를 감싸주었다
새벽,
눈을 뜨자마자
나는 조용히 커튼을 열었다.
그곳엔
깊고 푸른 호수가
아무 말 없이 서 있었다.
마치
어젯밤의 별들을 기억이라도 하듯
호수는 조용히
어제를 감싸 안고 있었다.
바람도, 파도도 없었다.
물결 하나 없는 수면 위로
산과 구름이 그대로 내려앉아 있었다.
나는 커피 한 잔을 들고
천천히 발을 움직였다.
호숫가 산책길을 따라
말 없이 걷기만 해도
몸과 마음이
같이 정리되는 기분이었다.
함께 걷는 사람들—
가족, 일행, 낯선 여행자들—
모두 각자의 침묵을 지니고 있었고
그 침묵이 서로를 방해하지 않았다.
그 조용한 공감이 좋았다.
누군가는 작은 돌멩이를 던졌고
작은 동그라미 몇 개가 퍼지고
이내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다시 잔잔해졌다.
나는 문득 생각했다.
여행이라는 건
이렇게
잠시 흔들리고,
이내 잔잔해지는 마음을
느끼기 위해 오는 건지도 모른다고.
그리고 그때,
아들이 말했다.
“이렇게 조용한데도
마음은 뭔가 찬란한 기분이야.”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 말을 마음속에 적어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