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추의 순간 인생의 순간

자연의 이치가 인생의 이치

by hada



계절의 시그널은 다양하지만

이맘때면 들리는 어떤 소리는

시절의 여운을 짙게 한다



비질 소리가 들린다

쓱 쓱 쓱 쓱...

아스팔트 스치는 비질 소리가 들린다

가마솥 밥냄새처럼

행복하게 아침을 깨우는

대비질 소리

노란 은행잎이 쓸려나가고

쓸린 낙엽이 수북히 쌓이고

지나가버린 시간의 조촐한 무덤 같기도

바람냄새 나는 추억의 퇴적물 같기도 하다

지금은 참새들의 한가로운 트렘펄린

마대자루에 담겨 곧 사라질지라도

누군가의 가슴에 깊은 흔적을 남기고

다른 쓸모를 찾아 떠나리라



지나가던 남학생이 완만한 포물선을 그리며

더미에 발길질을 한다

낙엽은 잠시 나비가 된다

누군가는 낙엽 쌓인 만추의 서정을 즐기고

누군가는 자연의 순환에 청소 루틴을 밟는다.



노란 자이언트 브로콜리 같던

길가의 은행나무

남은 잎들이

작은 바람에도 춤을 춘다.

젊음과 열정과 용기와 성실로 꿈을 꼬리물기하던

그 시간과 그 곳을 작별하며

찬란한 교향악을 울린다.

나무의 절정일까?

초록에 힘을 더하며 종횡무진 치닫던

여름이 절정이었을까?

뽀글뽀글 색과 향이 순간 대지에 넘쳐흘러 마음을 뒤덮던 봄이 절정이었을까?

그러나 자연의 현상은 현실을 영원히 소유하지 못 한다



어쩌면 본연의 진리와 순리를 따르는 매순간의 깊이가 절정일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