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그녀는 크리스마스 전날 밤이면 창가에 앉아 숨을 죽였다.
“산타할아버지가 올까?”
발끝이 살짝 얼도록 기다렸다. 천장 구석에서 들려오는 발자국 소리에도 귀를 기울였다.
그녀의 마음속에는 이상한 나라가 있었다.
시계가 말을 걸고, 달빛이 길을 만들어주고, 작은 문틈마다 요정들이 속삭였다.
눈부신 사탕 눈이 골목마다 내리고, 마법이 매일 펼쳐지는 곳이었다.
이런 꿈과 상상은 단순한 놀이가 아니었다.
아이들은 사랑과 보살핌을 원하고, 마음속 욕망이 꿈과 상상 속에 나타난다고 한다 ¹.
산타는 바로 그 마음의 상징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친구가 말했다.
“산타클로스는 없대.”
그 한마디에 마음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
산타가 사라졌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그 순간, 그녀는 깨달았다. 세상은 항상 마법처럼 돌아가지 않는다는 것을.
시간이 흘러, 그녀는 엄마가 되었다.
딸 베로니카가 자라 스스로 하루를 살아가고 있었다.
그녀는 메시지를 보냈다.
“굿모닝! 예쁜 딸 베로니카,
고생 많지? 엄마가 작은 격려금 보내.
항상 고마워. 사랑해 ”
작은 봉투 이모티콘과 글자 몇 줄 속에서, 어릴 적 트리 아래에서 설레던 마음이 스며 나왔다.
그날 밤, 그녀는 꿈속에서 크리스마스트리가 문이 되는 모습을 보았다.
문을 지나자 사탕 눈이 내리는 거리, 웃는 인형, 반짝이는 공주들이 나타났다.
백설공주의 순수한 눈빛, 신데렐라의 부드러운 손짓, 피터팬의 장난스러운 웃음이 가득했다.
한 소년이 나타났다.
피터팬처럼 장난스럽게 웃고, 머리칼이 바람에 날릴 때마다 별빛이 흘렀다.
“당신, 아직도 산타를 찾는구나.”
그녀는 대답했다.
“산타를 찾는 게 아니에요.
그가 무엇이었는지 알고 싶을 뿐이에요.
사라진 게 아니라, 변한 건지, 아니면 제가 잃어버린 건지.”
소년이 공중에 글자를 그리자, 글자들은 거울이 되었다.
거울 속에는 아이들의 편지가 떠다녔다.
“엄마가 아프지 않게 해 주세요.”
“동생이 빨리 좋아지게 해 주세요.”
“엄마가 웃었으면 좋겠어요.”
프로이트에 따르면, 꿈은 마음속 이야기와 마음속 소망이 나타나는 곳 ¹.
거울 속 편지는 사랑과 소망이 담긴 마법의 편지였다.
사진 위에 적힌 글,
‘기억이 선물이다’
이 말은 참 중요한 뜻을 담고 있었다.
베로니카가 여덟 살 때 쓴 편지,
“엄마가 덜 피곤했으면 좋겠어요”
그녀는 그것을 읽고 눈물을 흘렸다.
단순한 후회가 아니라, 사랑이 다시 살아나는 순간이었다.
산타는 붉은 옷이나 썰매가 아니었다.
누군가를 위해 마음을 모으는 행동이 바로 산타였다.
작은 선물, 작은 격려, 작은 기억—그 순간 산타가 나타났다.
깨어나 창가를 보니 눈발이 조용히 내려앉아 있었다.
트리 전구가 깜박이며 밤을 물들였다.
베로니카가 답장을 보냈다.
“돈 안 줘도 돼 엄마. 근데 고마워. 사랑해.”
그녀는 화면을 보며 웃었다.
웃음 속에는 어린 시절의 믿음과 설렘이 담겨 있었다.
그녀가 보낸 봉투는 돈이 아니라, ‘엄마의 기억’이었다.
오래된 상자를 열어 베로니카가 쓴 편지를 다시 읽었다.
‘내년에도 같이 별 봐요’, ‘엄마가 피곤하면 제가 대신 웃어줄게요’
이 작은 약속들 속에서, 그들은 서로의 산타였다.
“우리는 서로의 산타가 되자.”
그 약속은 오래도록 이어질 것이다.
눈에 보이지 않아도, 산타는 그들 안에, 마음속에, 행동 속에 살아 있다.
믿음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반짝이며 계속 그 속에서 빛난다.
그녀는 이제 알았다.
산타를 기다리던 어린 자신은, 바로 지금의 자신이었고,
그녀는 또 다른 ‘작은 나’를 품고 자라게 했다는 것을.
아기 베로니카는 산타클로스를 기다린다.
아기 산타클로스 베로니카는, 어렸을 때 예쁜 공주이고 싶었던 그녀의 대리만족이었다.
그래서 베로니카를 키울 때 예쁜 드레스로 휘감게 한 이유, 그 속엔 그녀의 유년이 함께 자라고 있었다.
그녀는 베로니카의 엄마이자, 자신의 어린 시절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