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가 생각이 막혀 있는 것 같으면
가끔 친구의 일화가 생각나곤 한다.
친구가
하루는 회사에서 웃긴 일이 있었다며
들려준 이야기다.
친구가 다니던 회사는
복합건물에 입주해 있었는데
새로 입주한 회사에서 인사차
시루떡을 가져왔다고 한다.
많이 줄어드는 추세긴 했어도
2000년대 초까지는 이사를 오는 사람 중
떡을 돌리는 경우가 꽤 있었다.
마침 출출했던 과장님은
친구에게 떡을 잘라오라고 했고
떡을 좋아하지 않은 친구는
‘왜 먹지도 않는 떡을 내가 잘라야 하지?’
속으로 투덜거리며 떡을 잘랐다.
“설탕 좀 가져와. 떡 찍어먹게.”
다 자른 떡을 가져다주니
과장님이 설탕을 가져오라고 한 것이다.
이에, 친구는
자신이 먹지도 않을 떡을 자르게 하고
급기야 설탕까지 찾는 과장에게
감정이 터져버렸다고 했다.
“회사에 설탕이 어디 있어요!”
친구는 참지 못하고 과장님을 향해
소리를 빽 질러 버렸단다.
참고로 그 회사는 연구소에 들어가는
시약을 납품하는 회사였다.
그 얘기를 듣던 나도 화학 약품만
가득한 회사에서 설탕을 찾는 과장이
너무했다 싶었다.
그런데
“커피 탈 때 넣는 설탕 있잖아….”
친구의 기세에 기가 죽은 과장님이
당황한 얼굴로 그렇게 말했단다.
친구는 그제야 회사에 설탕이
있다는 것을 인식했다고 한다.
당시엔 커피, 설탕, 프림 용기가 따로 있었고
2:2:2의 다방 커피 비율로
커피를 타 먹었다.
요 근래
외국인들이 한국 제작진과
서바이벌 게임을 하는 예능을 보다가
친구의 일화가 떠올랐다.
출연자들은 제작진 중
무작위로 팀을 골라 함께 게임을 했는데
시작한 지 10분도 안 되어
모두 전멸해버렸다.
알고 보니
제작진 대부분이 군인 출신이었다.
그 사실을 알게 된 외국인들이
놀라는 모습을 보다가
문득 나 자신이 더 놀랐다.
생각해보니 주변의 남자들
대부분이 군대를 다녀왔는데도
‘그들이 총을 쏠 줄 알고, 전략을 짤 수 있다’는 사실을
나는 전혀 떠올리지 못했던 것이다.
어쩌면 세상을 보는 우리의 시선은
늘 그렇게 좁혀져 있는지도 모른다.
당연한 걸 너무 당연하게 여기는 순간
보이지 않는 것들이 생겨난다.
그렇다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뭐가 있을까?
익숙한 것에 한 번쯤 의문을 던져보는 일.
그냥 지나쳤던 소중한 것들을
다시 바라보는 일.
사람에 대해서도
주변의 사물에 대해서도 말이다.
당연함 속에 숨은 특별함을 발견할 때
우리는 비로소 일상을 새롭게 느낀다.
확실한 건
당연하다고 믿으며 잊고 지냈던 것들을
다시금 발견했을 때의
기쁨과 소중함은
생각보다 훨씬 크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