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오지 않는 밤, 저는 공간의 빛을 모두 거두어들였습니다.
유독 길고 참담한 하루였습니다. 얇은 벽을 타고 넘어오는 타인의 경쾌한 대화 소리는 날카로운 파편이 되어 텅 빈 공간을 찔러댔고, 저는 그 소음 속에서 한없이 미미하고 무가치한 존재가 되어버린 듯한 지독한 무력감을 앓았습니다.
내가 쥔 이 고집스러운 철학이 누군가에게 닿기는 할 것인지, 끊임없는 의문과 갈등이 내면을 부수어 놓았습니다. 도망치듯 스위치를 내리고 짙은 어둠 속에 주저앉았습니다.
그런데 참 이상한 일이지요. 모든 것을 포기하려 눈을 감은 순간, 제가 남겨둔 단 하나의 작은 국소 조명이 그 어느 때보다 처연하고 아름답게 빛을 내고 있었습니다. 마치 밤하늘의 별이 되기 위해 스스로를 태웠던 요다카처럼 말입니다.
당신에게 닿지 않을 이 편지를 캄캄한 하늘에 속삭이듯 띄워 보냅니다. 저는 이 막막한 어둠 속에서, 결코 오지 않을 당신을 위해 매일 밤 잔을 닦고 물을 끓이려 합니다.
언젠가 당신도 세상의 찬란한 불빛들에 눈이 부셔 길을 잃는 날이 온다면, 묵묵히 켜져 있는 제 작은 램프의 불빛을 따라 걸어오십시오. 가장 비참하고 우울했던 나의 밤이, 당신에게는 아무런 대답도 요구하지 않는 완벽한 피난처가 되어줄 수 있기를. 깊은 어둠 속에서 당신의 평안을 빕니다.
하카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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