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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stin Aug 27. 2021

언젠간 꼭 한 번 가보고 싶은...

자연과 사람 그리고 멋, 안애경의 <핀란드 디자인 산책>

우리에게 핀란드라는 나라가 눈에 들어온 것이 언제일까?


'시벨리우스의 핀란디아 op.26' 교향시를 들어본 적이 있었지만 클래식 음악이라는 특성 상 대중적이지 않았기에 어쩔 수 없이 제외를 한다면, 대중적으로 핀란드가 우리에게 익숙하게 된 것은 아마 자일리톨껌의 열풍이 처음이 되지 않을까 싶다. 그 당시 새롭고 치아 건강에 좋다는 컨셉으로 갑자기 자일리톨 껌의 인기가 높아지고 껌 제조사의 후원으로 모방송사에서 핀란드 사람들의 생활상을 취재하면서 우리에게 핀란드라는 나라의 존재와 생활이 알려지게 된 것으로 기억한다. 


그리고 최근 핀란드 사람의 한국 생활과 음식만들기를 다룬 예능 프로그램이 인기를 얻으면서 핀란드에 대한 관심이 더욱 더 높아졌다. 조용히 무언가 생각하고 복잡한 것 보다는 간결하고, 더위 보다는 싸늘한 추위가 그립기도 한 상황이 한 몫하며 우리의 급한 성격과는 다른 지구 반대편 추운나라에 대한 호기심으로 이어지는 것 같기도 하다.


<핀란드 디자인 산책>. 책에 대한 정보를 가지고 선택한 것은 아니다. 앞에서도 말했듯히 핀란드에 대한 단순한 호기심이 전부였고, 예능 프로그램 속 핀란드 사람이 큰 역할을 했을 뿐이다. 디자인에 대한 지식도 없기에  지구 북쪽 끝에 위치한 한 나라의 디자인에 관심이 있을리는 만무했다, 다만 관심이 있다면 핀란드 자연, 환경, 그리고 그 속에 살아가는 사람들의 생활과 사고가 궁금했다면 그게 전부다.


하지만 이런 디자인 자체와 다른 관심에서 출발한 디자인 산책은 뜻하지 않게 접점을 찾아낸다. '자연=사람'이라는 등식과 그것을 담아내는 것이 '디자인'이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 것은 이 책을 읽으면서 뜻하지 않게 얻게 된 행운. 행운이라고 표현한 것은 책을 읽기 전 관심사를 이 책이 그대로 반영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핀란드 디자인에서 자연과 사람을 빼놓고는 이야기 할 수 없는, 그게 전부이기에 나의 관심사가 핀란드 디자인의 가치와 일치하는 구간이 생긴 것이다.



디자인은 자연의 질서를 풀어내는 힘


핀란드 디자인은 '자연' 그 자체다. 대부분의 재료가 나무로 이루어지며, 환경에 지장을 주지 않는 재료를 사용하는 것은 기본이다. 자연을 헤쳐서 안되는 것은 물론이고 조화롭지 않으면 인정받지 못한다. '에코 디자인'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정도로 친환경을 강조하고 환경에 해로운 것이라면 불편을 감수하더라도 거부한다. 쓰레기 처리에 심혈을 기울이는 것은 기본이며, 생활 속에서 필요하지 않은 무용한 디자인은 과감하게 버려진다.


그래서 핀란드 디자인은 과하지 않고, 재활용 소품을 활용한 생활 디자인이 생활 속에 침투해 있으며 자연과 항상 조화롭게 공존하는 특징을 가진다. '디자인은 자연의 질서를 풀어내는 힘'이라는 작가의 말은 핀란드 디자인을 설명하는 가장 좋은 표현이 아닐까?

핀란드 암석교회 내부. 자연과 조화된 가장 대표적인 건축 디자인 중의 하나가 아닐까?


사람 중심 철학의 예술적  가치 발현


핀란드 디자인의 또 하나의 가치는 바로 사람이다. 사람이 디자인을 시작했다면 그 수단은 자연이 되고 목적의 귀결점은 바로 사람이 된다. 누구 한 사람을 위한 특별함 보다는 보편적 인간성에 기반한 공동 가치가 더 정확한 표현이다. 예술은 일상의 연속이라는 표현은 일상 생활을 하는 사람을 위한 디자인이 최선임을 선언하는 것과 같다. 공공성을 강조하며 가정과 사회와 국가의 공동가치에 우선을 둔다. 누군가의 개성에 기대 스페셜한 디자인 보다는 누구나 즐기고 사용하고 가치를 공유하는 디자인이 우선이다.


그래서 핀란드에서 사람을 위한 설치물을 제작할 때에 서두르지 않는다. 무엇이 문화를 담아내고 철학을 이야기 하는 디자인인지 사람들에게 묻고 또 묻는다. 사람들에게 유용한지 체크하고 토론한다. 디자이너와 설치자는 수 차례에 걸친 현장 답사로 시뮬레이션 하면서 진행한다. 사람을 위한 공공성을 강조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소개된 핀란드 디자인 일부. 핀란드 디자인은 실용적이고 자연과 공존하는 방법을 찾아내는 시선이다.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할 것 같다. 살아갈 자연이 있어야 하고, 사람을 위한 철학이 있어야 하고 미래를 위한 비전이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현대사회를 짓누르는 사회적 문제들을 해결할 수 없고 인간답게 살고 인간 사회를 유지할 수 있는 동력을 확보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인간에 대한 물질적 풍요에 따라오는 고독과 인간성 균열 또한 마찬가지다.


어쩌다 잡게 된 디자인 책에서, 디자인 보다 더 큰 가치, 자연과 사람과 철학을 배우고 그것을 공유할 수 있다는 것에 행복함을 느낀다. 활발한 외연의 사회생활에서 때로는 다듬어야 할 내면의 아름다움, 고독, 고요함, 그리고 성찰을 배웠다는 표현하면 과장스러울까? 핀란드 디자인은 디자인 자체보다 그 속에 담긴 의미와 내재 가치가 더 중요한 것 같다.


디자인에서 자연으로 다시 철학으로, 경제로... 책이 주는 지식의 이전 효과를 오늘 제대로 맛본것 같다. 바쁘게 살아가는 지금 읽으면서 마음의 여유를 느끼게 해준다. 


예능 프로그램 속의 핀란드 친구에게 고맙다고 해야 할 것 같다. 당신의 나라를 알게 하는 기회를 주어서...언젠가 꼭 한 번 가보고 싶은 나라를 가지게 해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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