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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stin Sep 01. 2021

쉽지 않은, 마음 다스리기 연습

코로나 시대에 읽을 책, 와타나베 준이치의 <나는 둔감하게 살기로 했다>

한국을 떠나 베트남에 정착한지 2년 9개월이 되었다. 베트남에서 와서 나의 생활 패턴은 한국과는 많이 바뀌었다. 나는 새벽에 일어나고 밤늦게 와야 하는 일을 버리니 잠이 많아지고 내 시간이 상대적으로 많아졌으며, 회사 일 외에도 학생을 가르치는 일을 병행하다 보니 일이 밀리는 경우도 생겼다. 대신 따박따박 나왔던 대기업의 월급봉투가 사라지니 슬며시 찾아오는 금전적인 걱정과 돈과 직결되는 일을 대할 때 조급하게 생각하는 면이 많아진 것 같기도 하다. 거기에 코로나라는 인류가 미처 겪지 못했던 위기를 먼 타국땅에서 겪고 있으니 과거의 모든 생활 패턴이 달라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 아닌가?

이런 코로나 시대에 주위 사람들의 모습이 다르게 변화된 것은 나뿐만이 아닌 듯 하다. 봉쇄와 격리가 석 달째 계속되다 보니 사람들의 신경이 매우 날카로와 진것은 물론이고, 평소에 관심이 없던 베트남 정부의 발표 하나 하나에 촉각을 세운다. 한인 단톡방에서 오가는 이야기들을 가만히 보고 있자면, 어려운 시기 서로 정보를 주고 받는 내용이 대부분이지만, 가끔씩 누군가로 인해 불만스런 이야기가 촉발될 때면 자기 감정을 배설하는 목소리가 난무한다. 


불과 석 달만에 이렇게까지 코로나를 뒤덮은 세상을 만든 베트남 방역당국의 안일함과 방역 대책의 허술함, 일관성 없는 백신정책에 대한 비판이 난무한다. 때로는 교민들을 사지에 내버려두고 있다며 현 정부 비판에 열을 올리다 정치와 관련된 심한 이야기로 강퇴를 당한 경우도 발생했다. 심지어 베트남에 자리잡은 한국기업들이 모두 철수해서 베트남 정부가 정신이 번쩍 들게 해야 한다는 근거없는 주장도 지지를 받고, 베트남 사람들의 코로나에 대한 생각없는 행동 등도 단골 소재가 된다. 우스운 이야기이지만 식당이 영업정지 되고 배달이 자유롭지 못해 강제 다이어트 하고 있다는 홀로남의 넋두리가 등장하기도 한다.


말 그대로 무언가로 인해 촉발된 감정이 폭발하듯 자기 감정과 감정을 일시에 쏟아낸다. 나 역시 이런 내용이 동조만 못할 뿐 조금은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기에 답답한 마음은 어쩔 수 없다. 내가 선택해서 이주한 ㄴ나라, 지금과 같은 위기가 오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한 그 결정을 누구에게 탓할 수 있을까? 아마 다른 사람들도 집 밖으로도 못 나가는 생활을 두 달째 하고 있는데도 매일 호치민 시에서만 5000명 이상 확진자가 쏟아져 나오니, 어디에서 그 환자들이 나오는지, 어이없고 한심하고 답답한 마음이 들 수밖에 없을 것이다.  

사실, <나는 둔감하게 살기로 했다>는 회사 일에 조급해 하고 신경이 날카로와 지는 나에게 읽어 보라고 권유한 책이지만, 지금 다시 읽어보아도 좋을 책이다. 상황은 다르지만 지금의 어려운 시기를 무사히 넘기고 가야하기에 무엇보다 자신의 마음가짐에 대한 다스림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둔감력'. 솔직히 말하면 '둔감력'이라는 말이 맞는 표현인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지만, 책의 내용을 종합해 보면 우리나라 사람에게는 '마음의 여유', '대범함' 이라는 표현이 더 잘 맞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책 머리에 둔감함의 사전적 의미와 생활적 의미에 대해 지면을 할애해 설명하고 있지만, 둔감이라는 말을 세상 물정 잘 모르는 어리석은 의미로 이해하고 있어서인지, 저자가 의도하는 의미와는 서로 통하지 않는게 사실이기 때문이다.

책을 요약하자면, '둔감함'은 '신이 주신 재능'이고 '작은 스트레스를 받기 보다는 무시하고 넘어가는 것이 몸과 마음에 좋'으며, 나 자신을 위해서, 가족을 위해서, 부부 생활을 위해서, 안정적인 직장생활을 위해서 둔감하게 사는 것이 매우 필요하다는 것, 그리고 둔감함을 가진 여성의 위대함에 대한 찬양이 이 책 내용의 전부이며 지루할 정도로 많은 경험을 둔감함 예찬에 할애한다.

솔직히 둔감함, 대범함, 의연함, 어떠한 말로 표현하더라도 '좋은 게 좋은거다' 라고 생각하며 넘어가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그렇게 살고 있는 사람이 나중에 큰 인물이 된다 하더라도 성격적인 면, 더 나아가 기질적인 측면으로 들어가면 사람은 어느 정도 타고 난 면에 있어서 자유롭지 못한 점이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노력해도 안되는 것이 있는 것처럼 말이다. 


중요한 것은 둔감하게 살아야만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기질에 맞는 최적의 생활 습관을 들이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책의 여러 예시 중에서 유독 가해자가 있는 상황에서 피해자가 둔감하게 살아야 한다고 하는 것은 너무 수동적인 삶의 모습일 수도 있고, 책 속에서만 가능한 판타지가 될 수 있지는 않은지 모르겠다. 그만큼 현대 사회에서는 무조건적인 둔감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정도로 복잡해 졌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과 같은 시대에 이 책을 읽어볼 필요가 있는 것은, 최근 우울한 상황이 계속되면서 불만과 함께 조급한 모습이 슬금슬금 보이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지금을 바꿀 수 없다면 어쩌면, 지금 상황에서 최선을 만들어 내는 능력, 상황에 예속되며 집착하고 누군가를 비난하며 감정을 소모하기 보다는 그저 상황에 대해서 둔감하게 사는 그런 모습들이 필요할 테니까 말이다. 그런면에서 본다면 저자의 말대로 여성이 훨씬 둔감하다고 이야기 한 것이 사실인것 같기도 하고..... 다만 노력은 하되 얼마나 유지하며 성격을 바꿔낼 수 있을지 나도 잘 모르겠다.

삶의 기본적인 자세로 받아들이며 읽는다면 필요한 책. 하지만 바쁜 사회생활에서 많이 깨지고 무언가 바꾸려고 발버둥치는 사람들, 그리고 코로나에 발목이 잡혀 아무런 일조차 할 수 없는 격리된 사람들에게는 쉽사리 받아들이지 못할 수도 있을 책. 이해는 하지만 실천이 쉽지많은 않은 책. 쉽게 자신의 마음을 다스리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지금과 같은 상황이 계속되면 우리는 어찌 할 수 없는 또 하나의 감정 팬데믹에 휩싸이지 않을까 걱정된다. 조금은 둔감해지도록 노력해 보자. 그게 모두의 정신건강에 좋은 것은 당연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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