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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stin Sep 05. 2021

딸에게 전하는 인생 레시피

부모의 인생공부 노트를 전하는 방법, 공지영의 <딸에게 주는 레시피>

요즘처럼 집요리에 관심을 가져 본 적이 있었을까? 과거에는 '사람 사는 것이 다 잘먹고 잘살려고 하는 일'이라는 말을 밥 먹듯이 해서인지, 집에서의 요리를 일상의 일부로 여기면서 일정 수준이상 의미를 부여해 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평범함보다는 특별하고 자극적인, 안보다는 밖에서의 요리를 특별하고 가치있다고 생각하며 열광하곤 했다. 나에게 중요한 무언가를 멀리서 찾는 것이 습관이 되어 있듯이 말이다. 

 

하지만 세상이 변한 것일까? 어느 순간부터 요리하는 남자가 인기를 끌더니 지금은 거의 모든 tv속에서 지나치다 할 정도로 요리 프로그램이 넘쳐나고, 화려한 요리에서 벗어나 점차 생활속 먹거리 만들기에 집중되는 것은 신기할 정도로 관심의 변화가 무쌍하고 다양함을 느낄 수 있다. 결국 요리도 사람이 지녔던 최초의 의미, 즉, 쉽게 만들고 편하게 먹는 '집밥'이 최고라는 단순 진리에 다가서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다가 언제 그랬냐는 듯 어는 순간 다시 관심 밖으로 밀려날테지만 말이다.


공지영. 작가의 글을 여러 번 대하고, 다양한 화제거리로 언론을 통해 수십 번 오르내린 그 이름을, 책을 어느정도 접한 독자라면 모를리가 없다. 시사적인 내용을 담은 책에서부터 사회 관심을 대변하는 언쟁, 그리고 쉽게 이해하기 힘든 페미니스트적인 행동과 생활로 인해, 한 때는 여대생들이 가장 닮고 싶어하는 여성이면서도 젠더 갈등에 대한 오피니언 리더로 꼽히기까지 했으니 말이다. 본인이 원하지는 않았더라도 말 그대로 화려한 인생이랄까? 그런 그녀가 지금까지 써 내려온 책과 사뭇 다른 어조와 소재와 구성을 가진 특별한 책을 하나 펴냈다. 바로 <딸에게 주는 레시피>이다.


딸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야 이 세상 어느 엄마가 없겠냐마는, 여성 오피니언 리더로서 엄마가 전하는 말은 과연 어떤 것일까 하는 호기심과, 똑같이 딸을 키우는 입장에서 '특별한' 엄마가 전해주고자 하는 인생의 레시피는 과연 무엇일까 하는 훔쳐보기 본능은 엄마와 아빠의 역할론을 탈피하고자 하는 나의 입장에서는 관심을 끌만한 내용의 책 제목이었다. 딸을 키우는 이 땅의 평범한 아빠들이 원하는 것은 딸이 모나지 않게 살아가는 것을 바라고 있기에, 이미 여기저기에서 '모가 난' 작가가 엄마로서 전하는 말과 글들이 딸에게 어떻게 향하고 있는지 그 키워드를 배워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없지 않았다. 


평범하지 않은 삶을 살아온 엄마가 딸에게 전하는 말들은, 누군가에게 전하고 싶은 독백같은 글에서는 자신의 이야기에서 부터 시작하듯이 엄마의 인생을 딸이 이해하고 서로 공감됨을 형성하기 위한 자신의 인생고백에서부터 시작한다. 조용하지만 이런 긴장된 고백은 고통과 결단이 빚어낸 쉽지 않은 선택의 길임은 분명하다. 그런 고백은 말을 꺼내기 보다는 아이들이 그런 삶을 이해해줄까 하는 두려움이 앞서기 때문에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는 조용히 자신의 속마음을 드러낸다.

 

공지영 작가가 세 번의 이혼과 성씨가 다른 세 명의 자녀가 있다는 사실은 책을 읽는 과정에서 알게 되었다. 참 쉽지 않은 표현이지만, 나만의 느낌을 전하자면 이해할 수 없는, 이해가 안되는, 이해가 불가능한 성질의 것이라고나 할까? 공지영의 문학적 호감도가 인생의 호감으로는 확장되어야 하는 단순한 논리로 설명할 수 없는 그런 것이었다. 이런 인생을 과연 딸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엄마는 얼마나 마음조리며 망설였을지 조금은 알 수 있을 듯 하다. 마치 내가 딸에게 미처 이야기 하지 못할 것 같은 일들이 벌어졌을 때 내가 고민하고 고민하는 것처럼 말이다.

 

어려운 이야기를 딸에게 꺼내며 전하는 메세지는 고백의 난이도 만큼 깊이가 있다. 하지만 의외로 엄마의 메세지는 매우 단순하다. '엄마 같은 생각으로 살되 엄마처럼 살지는 말라는 것!' 힘든 고난의 인생 여정을 걷고 싶게 하지 않는 것, 하지만 세상에 떳떳하게 자신을 가지고 고개를 들고 살아가는 것. 어렵게 생각했던 문제의 답은 항상 쉽게 해결이 되듯, 엄마가 딸에게 전하는 메세지는 문제풀이 만큼 간단하고 명료하다.

 

평탄치 않은 인생의 굴레를 딸이 다시 걷게하지 않게 하기 위한 원리 원칙 위해서, 생각의 방법, 몸가짐의 요령, 그리고 먹고 사는 것의 단순하지만 중요함을 설명하기 위해 간단한 레시피를 전달한다. 인생은 어렵지만 어렵게 사는 것은 정답이 아니며, 쉽게 얕봐서는 안되는 중요한 것이라는 점이 바로 간단한 레시피로 대변되는 느낌이다. 간단하지만 없어서는 안될 그런 중요한 것. 그런 엄마의 인생 메세지를 분명 딸은 요리를 하면서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적어도 내가 먹고 사는 것을 해결하는 사람이라는 표현처럼 말이다. 


책을 며칠 사이에 끝내고 나서 딸아이 엄마에게 읽어 보라고 권유했다. 읽고 안읽고는 선택의 문제이지만, 엄마가 과연 우리 딸에게 어떤 메세지를 전달할까? 분명 공지영 작가와 내용은 다르지만 진심으로 전하려는 엄마만의 메세지는 분명 있을 테니까.

 

아빠가 딸에게 전하는 메세지를 써볼까? 그래도 나 역시 비슷한 단어와 말로 자기고백에서부터 시작하지 않을까? 그리고 과연 딸아이가 아빠의 인생을 이해할 수 있을까 라는 두근거림을 가질 수 밖에 없겠지만 말이다. 그것이 엄마와 아빠, 이 세상 모든 부모가 자식들에게 레시피를 전하는 과정이 아닐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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