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해바라기 꽃 있는 데가 어딜까?, 가 보고 싶다'는 생각이....
주말 드라마에서 해바라기꽃 배경에서 프러포즈하는 남녀 커플이 나오는 장면을 보았어. 우리 애들 정도의 예쁜 커플이었는데, 그 장면을 보는데 내가 왜 설레고 떨리던지... 그런데 이제는 달달한 커플 보다 그 뒤에 해바라기가 더 눈에 들어오는 거야. '저 해바라기 꽃 있는 데가 어딜까?, 가 보고 싶다'는 생각이.... 그래서 검색해 보니까 ‘태백 황지’더라고...
연휴도 길어서 가 볼까 하다가 해바라기 꽃 하나 보자고 쫓아가기엔 아직 열정이 그 정도로 강렬하지 못해서 혹시 경기도 주변에 해바라기 볼 때가 있을까 하고 검색을 해봤지 뭐야. 검색해 보니까 경기도 연천에 호로고루라는 곳이 나오는 거야. 집에서 그다지 멀지도 않고, 잠시 드라이브 삼아 가도 좋겠다 싶어 출발을 했어. 집에서 한 시간 반도 걸리지 않았고, 가는 내내 하늘이 너무 맑고, 구름도 옹기종기 피어 있는 게 너무 날씨가 좋은 거야. 그리고 어딘가를 떠난다는 마음은 언제나 좋잖아, 그곳이 멀든 가깝든 말이야.
연천은 우리 작은 언니의 시댁이 있는 쪽이기도 하고, 내가 아는 친구 두 명의 고향이기도 하고, 왠지 정겨운 동네거든. 경기도 사람이라 연천이 멀게 느껴지지도 않아서 호로고루성이라는 곳을 와 봤는데, 아주 그냥 작은 농촌 마을 속에 초록 잔디가 예쁘게 펼쳐져 있는 동화 속 마을 같아. 그 초록 잔디밭이 너무너무 마음에 들어서 아직 잔디밭에서 노느라 500미터나 될까? 눈앞에 보이는 성이 있는데 거길 올라가지 않고 있어. 거기는 조금 있다가 저녁 석양을 보러 올라갈 생각이야. 그냥 캠핑의자에 앉아 아무것도 안 마시고, 안 먹으며 먼발치만 바라보고 있어도 ‘행복’이라는 단어가 살짝살짝 떠오른달까?. 누군가한테 여기를 막 알려주고 싶고, 우리들이 찍은 사진을 막 전송하고 싶은 거야. 그래서 가족 방에 딸들에게 보여주려고 가족사진을 올렸지. 우리 딸들은 언제나 피드백이 빨라. 특히 딸들 중에 1호인 큰딸이 제일 빠르고, 둘째 딸은 아직 안 봤어. 그래도 나중에 보고 ‘좋네’라고 쿨하게 한 마디 할 거야. 늘 그런 녀석이거든.
간만에 찾은 연천의 호로고루성이 너무 좋아서, 오래오래 이 풍경과 느낌이 기억날 거 같아. 사진에 멋지게 담으려 했지만 다 담지 못할 것 같아. 내 실력도 실력이고 이 풍경을 다 담기엔 카메라가 너무 작거든. 그냥 보는 지금 바라보는 이 순간이 제일 멋지지 않을까 싶어. 풍경을 바라보며 오랜만에 느끼는 이 충만한 기분은 얼마만인지... 햇살은 뜨겁지만 잔디밭 뒤로 임진강 강바람이 부니 얼마나 시원한지? 그리고 강 주변에 가만히 서 있으면 강물 흐르는 소리가 나거든. '졸졸' 보다는 큰 강물 소리... 그것도 또 묘미야. 임진강은 떠올리기만 해도 왠지 슬프고 애잔하고 역사의 한 줄기에 내가 서 있는 기분이 드는 강이야. 석양빛을 머금은 금빛 윤슬이 너무너무 예쁘다. 윤슬의 눈부심도 담아가 보고 싶지만 욕심이겠지!. 어디나 직접 보는 거 이상은 없는 것 같아. 실제 영접하며 느끼는 전율.
오늘 해바라기 때문에 왔는데 해바라기는 전부 아프고 지쳐서 고개를 숙이고 노란 색깔조차 볼 수 없지만 여기까지 온 거, 하나도 후회 안 해, 다시 또 오고 싶어. 근데 어디나 좋다고 소문이 나면 많은 이들이 찾다 보면 인산인해가 되겠지. 지금은 사람들이 적당히 군데군데 퍼져 있어서 더 좋은 걸지도 몰라. 그리고 내 마음이 편한 상태라 더 좋을지도 모르고. 아! 그렇다고 여기를 더운 여름에 오긴 무리일 것 같아. 호로고루만 보고 가기엔 좀 작고. 다른데 한 군데 더 들러가면 딱 좋을 것 같은 장소. 요즘 많이 간다는 댑싸리 공원을 들렀다 가면 괜찮으려나? 아마 오늘 더 좋은 건. 구월의 끄트머리에 있는 오늘 날씨가 너무 좋아 더 좋게 느껴질지도 몰라. 하늘도 눈부시게 파랗고, 구름도 높고, 모든 게 예쁜 그런 가을날이기 때문일 거야. 뭐든지 마음먹기에 달려있잖아. 호로고루엔 돛단배도 있고, 예쁜 색상의 나무의자 의자도 있고, 세상에서 제일 시원하다는 벤치도 있어. 근데 호루고루 이름을 갖게 된 저 성을 멀리서 바라보지만 말고 올라가 봐야겠다. 올라가기 전에 너에게 들려주는 거라 아직 성 이야기는 안 한 거야. 낮은 구릉 같은 곳인데, 거기까지 보고 호로고루를 얘기해야 좋을 텐데... 그래도 잔디와 강바람이 좋은 호로고루라고 마무리를 하고 싶어. 임진강이 조용히 흐르는 곳이라고도. 강바람이 시원하면서 한 편으론 애잔하달까?. 지금 딱 커피 한 잔이 마시고 싶지만, 커피는 나중에 마시지 뭐. 오늘은 파란 잔디에 앉아 있는 것으로도 충분하니까. 언제 한 번 와 보렴~
#호로고루성 #연천호로고루 #임진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