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 해결은 정답이 아니라 ‘전환’이다

하이브리드 씽킹: 문제를 푸는 사람과 문제를 다시 보는 사람

by 정병익

우리는 살아가며 수많은 문제를 마주하고 해결합니다.


그런데 어떤 문제는 명쾌하게 풀리지만, 어떤 문제는 마치 우리를 비웃듯 ‘풀리는 척’만 하다가 다시 돌아오곤 합니다. 처음엔 분명 해결된 것 같아 마침표를 찍었는데, 시간이 조금 지나면 전혀 다른 얼굴로 우리 앞에 다시 나타나는 것이죠.


우리는 대개 이런 상황을 마주할 때 “변수가 생겼다”거나 “현장에서 제대로 실행하지 않았다”고 말하곤 합니다. 하지만 조금 더 솔직해질 필요가 있습니다.


사실은 우리가 문제를 ‘잘못 이해’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문제 해결이란 단순히 정답을 맞히는 기술이 아닙니다.

그것은 문제를 제대로 분류하고, 그 본질에 맞는 사고의 도구를 선택하는 능력에 가깝습니다. 똑똑한 사람일수록, 그리고 성공의 경험이 많은 조직일수록 이 분류에서 실패하며 큰 길을 잃기도 합니다.


image.png


1. 도요타가 만든 것은 자동차가 아니라 ‘배우는 조직’이었습니다

도요타(Toyota)라는 이름을 들으면 사람들은 흔히 효율성의 극치인 ‘린(Lean) 생산 방식’이나 ‘낭비 제거’를 떠올립니다. 하지만 도요타의 진짜 힘은 공정의 효율에 있지 않습니다. 그들은 효율을 설계한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학습하는 ‘시스템’을 설계했습니다.

도요타 공장에는 누구든 생산 라인에서 이상을 발견하면 즉시 줄을 당겨 전체 라인을 멈출 수 있는 ‘안돈(Andon)’ 시스템이 있습니다. 얼핏 보면 생산성을 떨어뜨리는 위험한 장치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이 줄을 당기는 행위는 단순한 중단이 아닙니다. 그것은 ‘문제를 숨기지 않고 드러내는 용기’이자 ‘현장에서 즉시 배우겠다’는 의지입니다.

대부분의 조직에서는 라인이 멈추는 순간 책임 추궁이 시작됩니다. “왜 너 때문에 공정이 늦어지느냐”는 질책이 앞서죠. 하지만 도요타는 반대로 생각했습니다. 문제를 숨기면 그 문제는 암세포처럼 커져 결국 더 큰 사고로 돌아온다는 사실을 알았던 것입니다. 그들은 제조라는 ‘복잡한(Complicated)’ 문제를 분석으로 풀면서도, 동시에 사람과 조직이라는 ‘복합적인(Complex)’ 문제를 탐색과 학습으로 다루는 문화를 만들었습니다. 결국 우리가 부러워하는 그들의 압도적인 효율은, 문제를 드러내고 함께 해결해 나가는 학습 체계가 낳은 결과물일 뿐입니다.


2. NASA 아폴로 13호, 정답이 아닌 ‘전환’으로 기적을 쓰다

1970년, 달을 향해 가던 아폴로 13호의 산소탱크가 폭발했습니다. 그 순간 인류의 목표는 ‘달 착륙’에서 ‘무사 귀환’으로 급격히 바뀌었습니다. 이 절체절명의 위기 속에서 NASA의 엔지니어들이 보여준 모습은 하이브리드 씽킹의 정수를 보여줍니다.

그들이 마주한 문제는 두 가지 성격이 엉킨 실타래 같았습니다. 하나는 아주 정교한 ‘복잡한(Complicated)’ 문제였습니다. 부족한 전력과 산소, 이산화탄소 농도를 조절하기 위한 물리적 수치와 계산이 필요했습니다. 여기선 한 치의 오차도 없는 분석적 사고가 작동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그들은 극도의 공포와 혼란, 줄어드는 시간이라는 ‘복합적인(Complex)’ 문제 속에 있었습니다. 우주선에 있는 사각형 필터를 둥근 구멍에 맞춰 끼워야 하는, 매뉴얼에도 없는 상황이 닥쳤을 때 그들은 교과서적인 정답을 찾으려 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현장에 있는 물건들을 모아 ‘가장 그럴듯한 해결책’을 만들어내는 귀추적 가설을 세우고 실험했습니다. 분석이 필요한 순간엔 철저히 숫자에 집중하고, 창의적 해석이 필요한 순간엔 과감히 고정관념을 버리는 ‘사고의 전환 능력’. 아폴로 13호의 기적은 바로 이 유연함에서 시작되었습니다.


3. 삼성의 고민: 기술은 일류인데 왜 문화는 어려울까

삼성은 세계 최고의 반도체를 만듭니다. 수조 개의 소자가 들어가는 반도체는 인간이 만든 가장 정교하고 ‘복잡한(Complicated)’ 시스템 중 하나입니다. 수많은 변수를 통제하고 미세 공정을 최적화해야 하는 이 영역에서 분석형 사고는 절대적인 힘을 발휘합니다. 삼성은 이 분야에서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압도적인 능력을 증명해 왔습니다.

그런데 흥미로운 지점이 있습니다. 기술력에 있어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조직임에도 불구하고, 조직 문화나 혁신 같은 주제에 대해서는 늘 어려움을 겪는다는 점입니다. 왜일까요? 그것은 기술은 ‘복잡한’ 영역이지만, 조직 문화는 ‘복합적인(Complex)’ 영역이기 때문입니다.

조직은 숫자나 KPI(핵심성과지표)만으로 움직이지 않습니다. 그 안에는 사람의 자존심, 변화에 대한 두려움, 사내 정치, 그리고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복잡하게 얽혀 있습니다. 분석에 익숙한 조직은 사람의 마음마저 데이터로 풀려고 하지만, 복합적인 문제는 분석이 아니라 관찰과 공감을 필요로 합니다. 기술 혁신을 성공시킨 그 도구로 문화 혁신을 풀려 할 때, 우리는 종종 실패를 경험하게 됩니다. 문제의 유형이 다르면, 우리가 손에 쥔 도구도 바뀌어야 합니다.


4. 스타벅스가 판 것은 커피가 아니라 ‘공간의 의미’였습니다

스타벅스의 성공 비결을 두고 많은 분석이 오갑니다. 브랜딩이 좋았다거나, 위치 선점이 탁월했다거나, 커피 맛이 일정하다는 식의 분석들입니다. 물론 모두 맞는 말입니다. 하지만 하이브리드 씽킹의 관점에서 보면 스타벅스의 진짜 혁신은 ‘의미의 설계’에 있습니다.

그들은 커피라는 상품(Commodity)을 판 것이 아니라, ‘제3의 공간’이라는 개념을 팔았습니다. 집도 아니고 회사도 아니어서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숨을 돌릴 수 있는 공간, 혼자 있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경험을 설계한 것입니다. 만약 스타벅스가 분석형 사고에만 갇혀 있었다면 “어떻게 하면 원가를 줄이고 회전율을 높여 마진을 남길까?”만 고민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들은 “사람들의 하루를 어떻게 하면 더 가치 있게 만들 수 있을까?”라는, 정답이 없는 질문을 던졌습니다. 사람들의 삶 속에 비어있는 틈새를 발견하고, 그곳에 새로운 의미를 채워 넣는 작업. 이것은 시장 조사가 아니라 깊은 관찰과 귀추적 해석이 만들어낸 결과입니다. 스타벅스는 커피 시장을 분석한 것이 아니라, 현대인의 고독과 휴식의 의미를 재해석한 것입니다.


결론: 하이브리드 씽킹은 ‘전환의 기술’입니다

위의 사례들을 관통하는 핵심은 하나입니다. 문제 해결은 논리냐 직관이냐의 싸움이 아니라, 문제에 맞게 내 사고의 모드를 바꿀 수 있느냐의 싸움이라는 점입니다. 하이브리드 씽킹은 논리와 디자인을 단순히 섞어놓은 비빔밥이 아닙니다. 그것은 필요할 때 정확히 스위치를 전환하는 지적 유연성입니다.


인공지능(AI)은 앞으로 우리가 가진 ‘복잡한(Complicated)’ 문제들을 인간보다 훨씬 빠르고 정확하게 처리해 줄 것입니다. 계산과 최적화의 영역에서 인간이 기계를 이기기는 힘들어졌습니다.


그렇기에 미래의 인간에게 남겨진 가장 중요한 역할은 ‘해석’입니다. 정답을 맞히는 능력보다 문제를 다시 정의하고, 가설을 세우고,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구조를 설계하는 능력 말입니다.


문제 해결은 속도전이 아닙니다. 오히려 전략적인 선택에 가깝습니다. 지금 여러분의 책상 위에 놓인 그 문제는 시계처럼 고쳐야 하는 문제인가요, 아니면 구름처럼 관찰하며 의미를 찾아야 하는 문제인가요? 이 질문에 답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진짜 해결의 문이 열리기 시작할 것입니다.


#하이브리드씽킹 #문제해결역량 #디자인씽킹 #복합적문제해결역량

keyword
작가의 이전글하이브리드 씽킹: 문제는 어떻게 해결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