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한 지 어느덧 10년

by KELLY

술을 끊은 지 10년이 되었다는 말은 생각보다 묵직하다. 단순히 술을 안 마신 시간이 길어졌다는 뜻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 시간 안에는 수많은 유혹을 지나온 날도 있었고, 괜히 마음이 헛헛해지는 저녁도 있었을 것이고, 남들은 가볍게 넘기는 자리를 혼자 다른 마음으로 견뎌낸 순간들도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금주 10년은 습관 하나를 고친 기록이라기보다, 자기 자신을 오래 붙들어온 시간에 더 가깝다. 버틴 사람만 아는 조용한 무게가 그 안에 있다.


끊는다는 건 단순한 선택이 아니라 오래된 관계를 정리하는 일이다


술은 단순한 음료가 아니다. 누구에게는 스트레스를 풀던 방식이었고, 누구에게는 사람들과 어울리는 매개였고, 또 누구에게는 외로움을 잠깐 덮어두는 핑계이기도 했다. 그래서 술을 끊는다는 건 한 잔을 안 마시는 결심에서 끝나지 않는다. 내 삶에서 오랫동안 익숙했던 방식 하나를 내려놓는 일이다. 기분이 안 좋을 때 기대던 습관, 기쁜 날 자연스럽게 이어지던 행동, 어색한 자리를 버티게 해주던 장치를 포기하는 일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금주는 절제가 아니라 재구성에 가깝다. 내 삶을 다른 방식으로 다시 꾸려가는 선택인 셈이다.


10년이라는 시간은 의지가 아니라 생활이 된 시간이다


처음의 금주는 아마 결심에 가까웠을 것이다. 오늘은 참자, 이번엔 넘기자, 여기까지만 버티자 같은 다짐으로 하루하루를 지나왔을지 모른다. 그런데 10년쯤 지나면 그것은 더 이상 억지로 참는 일이 아니라 삶의 일부가 된다. 술을 안 마시는 사람이 되어버린 것이다. 이 변화는 생각보다 크다. 예전에는 참아야 유지되던 것이, 이제는 자연스러운 기준이 되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사람은 습관에 끌려 살기도 하지만, 반대로 습관을 다시 만들어가며 자신을 바꾸기도 한다. 금주 10년은 바로 그 가능성을 보여주는 시간이다.


남들이 모르는 싸움일수록 더 대단한 법이다


겉으로 보기엔 술을 안 마시는 일이 대단해 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 요즘은 건강 때문에 안 마시는 사람도 많고, 술 없이도 잘 사는 사람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떤 선택의 무게는 바깥에서 쉽게 보이지 않는다. 특히 나 자신과 오래 싸워야 했던 선택일수록 그렇다. 누군가는 한 잔쯤 괜찮지 않냐고 가볍게 말했을지도 모르고, 어떤 날은 나조차 그 말에 흔들렸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다시 자기 자리로 돌아왔다는 건 분명한 힘이다. 조용히 지켜낸 결심은 요란한 성공보다 더 단단할 때가 있다.


금주가 가르쳐준 건 술 없이도 살아지는 삶이다


술을 끊고 난 뒤 달라진 건 몸 상태만은 아닐 것이다. 어쩌면 더 크게 달라진 건 감정을 다루는 방식이었을지 모른다. 예전에는 술로 넘기던 외로움이나 답답함을 이제는 다른 방식으로 통과하게 되었을 테니까. 맑은 정신으로 밤을 보내고, 취하지 않은 상태로 감정을 마주하고, 도망치지 않은 채 내 하루를 끝내는 것. 이런 변화는 사소해 보여도 삶의 결을 꽤 많이 바꾼다. 금주는 단순히 술을 멀리한 것이 아니라, 삶을 더 또렷하게 살아보겠다는 태도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크다. 결국 중요한 건 안 마신 세월이 아니라, 그 시간 동안 어떤 사람이 되어왔느냐다.


10년을 지났다는 건 앞으로도 나를 믿을 이유가 생겼다는 뜻이다


사람은 종종 스스로를 못 믿는다. 이번에도 오래 못 갈 거라고, 결국 또 무너질 거라고 자기 자신을 먼저 의심할 때가 있다. 그런데 10년이라는 시간은 그런 의심 앞에서 꽤 강한 증거가 된다. 나는 생각보다 약한 사람만은 아니었다는 것, 흔들려도 다시 중심을 잡을 수 있는 사람이었다는 것,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내 삶을 지켜낼 수 있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래서 금주 10년은 과거의 기록인 동시에 앞으로의 믿음이기도 하다. 이미 해낸 시간이 있다는 사실은 남은 삶에도 분명 힘이 된다.


금주한 지 어느덧 10년이라는 말은 담담하지만, 그 안에는 결코 가볍지 않은 시간이 들어 있다. 참았던 날들, 견뎌낸 순간들, 조금씩 달라졌던 일상들이 모여 여기까지 왔을 것이다. 그러니 이 10년은 충분히 자랑스러워해도 된다. 누군가에게는 별일 아닐 수 있어도, 나에게는 삶의 방향을 바꾼 시간일 수 있으니까. 거창하게 말하지 않아도 괜찮다. 오래도록 무너지지 않고 자기 선택을 지켜온 사람은 원래 조용히 강한 법이다. 그리고 그 10년은, 앞으로의 시간도 충분히 잘 건너갈 수 있다는 아주 든든한 증거가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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