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결국, 더 많은 맛을 발견하는 쪽으로 흐른다

by KELLY

살다 보면 우리는 자꾸 익숙한 것만 찾게 된다. 늘 가던 식당, 자주 시키는 메뉴, 실패하지 않을 것 같은 선택들. 그런 안정감도 물론 필요하다. 하지만 문득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내가 아는 맛이 전부는 아닐 텐데, 왜 이렇게 작은 취향 안에서만 세상을 살고 있을까. 세상은 생각보다 훨씬 넓고, 우리가 아직 모르는 맛은 끝이 없다. 음식 이야기 같지만, 사실 삶도 조금 비슷하다. 늘 같은 방식으로만 살아가면 편하긴 해도, 뜻밖의 즐거움은 좀처럼 찾아오지 않는다.


맛을 안다는 건 결국 삶을 넓히는 일이다


새로운 음식을 먹는 일은 단순히 배를 채우는 것 이상일 때가 많다. 처음 맡아보는 향, 낯선 식감, 예상과 전혀 다른 조합 앞에서 우리는 잠깐 다른 세계를 경험한다. 어떤 음식은 여행의 기억으로 남고, 어떤 음식은 한 사람과의 대화를 떠오르게 하고, 어떤 맛은 그날의 기분까지 함께 저장해둔다. 그래서 맛을 안다는 건 혀가 즐거운 일인 동시에 삶의 폭이 넓어지는 일이기도 하다. 내가 몰랐던 세계를 하나씩 받아들이는 태도. 어쩌면 사람을 조금 더 유연하게 만드는 것도 바로 그런 경험들인지 모른다.


입맛에도 용기가 필요하다


새로운 맛을 시도하는 일은 생각보다 작지 않은 용기를 필요로 한다. 괜히 돈 아까울까 봐, 내 입에 안 맞을까 봐, 괜히 모험했다가 실망할까 봐 망설이게 된다. 그런데 가만 보면 인생의 많은 순간이 그렇다. 해보기 전엔 모르는데, 우리는 실패할 가능성 때문에 자꾸 익숙한 것만 고른다. 물론 모든 시도가 성공적일 수는 없다. 정말 별로인 맛도 있고, 기대보다 평범한 순간도 있다. 그래도 그런 경험까지 포함해서 내 취향은 점점 선명해진다. 결국 삶은 완벽한 선택만 모으는 일이 아니라,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에 마음이 움직이는지 알아가는 과정에 더 가깝다.


맛있는 것은 음식만이 아니다


‘맛있는 것’이라는 말은 꼭 음식에만 머물지 않는다. 마음을 환기시키는 대화, 오랜만에 걷는 낯선 골목, 우연히 발견한 작은 가게, 기대 없이 봤다가 오래 남는 영화 같은 것도 다 삶의 맛에 가깝다. 그러니까 세상에 맛있는 게 많다는 말은, 아직 살아볼 이유가 많다는 뜻과도 비슷하다. 지치고 무기력한 날에는 세상이 전부 비슷비슷하고 시시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하지만 그런 날일수록 의외로 작은 즐거움 하나가 마음을 다시 움직인다. 별것 아닌 한 끼, 한 모금, 한 장면이 오늘을 조금 덜 무겁게 만들어주기도 한다.


잘 산다는 건 많이 누리는 게 아니라, 잘 느끼는 것이다


결국 중요한 건 비싼 것을 먹느냐, 화려한 것을 경험하느냐가 아닐 것이다. 소박한 음식 한 입에도 진심으로 기분 좋아질 수 있고, 평범한 하루 안에서도 충분히 새로운 맛을 발견할 수 있다. 잘 산다는 건 거창한 성취보다도, 내 앞에 놓인 삶을 얼마나 잘 느끼고 받아들이느냐에 더 가까운 말인지도 모른다. 세상은 넓고 맛있는 건 많다는 말은 그래서 가볍게 들리면서도 묘하게 위로가 된다. 아직 모르는 즐거움이 남아 있다는 뜻이고, 오늘이 조금 심심해도 내일은 또 다른 맛이 기다릴 수 있다는 뜻이니까.


삶이 자꾸 버겁게 느껴질 때, 거창한 해답보다 이런 말이 더 힘이 될 때가 있다. 세상은 넓고, 맛있는 건 많다. 아직 가보지 않은 곳이 있고, 아직 먹어보지 않은 맛이 있고, 아직 만나지 않은 기쁨이 남아 있다. 그것만으로도 삶은 생각보다 쉽게 닫히지 않는다. 그러니 너무 빨리 질렸다고, 다 안다고, 더 기대할 게 없다고 단정하지 않아도 된다. 어쩌면 우리를 다시 살아가게 만드는 건 대단한 결심보다도, 다음 한 입을 기대하는 마음 같은 것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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