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용한 것의 위대한 쓸모

by KELLY

언제부턴가 우리는 '취미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머뭇거리기 시작했습니다. 잠자기, 영화 보기 같은 수동적인 휴식 외에, 내가 직접 에너지를 쏟아 무언가를 즐기는 법을 잊어버린 탓입니다. "그거 해서 돈이 돼?" 혹은 "그걸 어디에 써먹어?"라는 효율성의 논리가 우리 삶을 지배하면서, 우리는 아무런 목적 없이 즐거운 일을 '사치'라고 치부해왔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최근 내 삶에 불쑥 찾아온 새로운 취미는 나에게 조용히 속삭입니다. 삶의 진짜 맛은 보상이 아니라, 그 과정 자체를 탐닉하는 ‘무용한 시간’ 속에 있다고 말이죠.


서툴러도 괜찮은 유일한 해방구


사무실에서의 우리는 늘 완벽해야 하고, 전문가여야 하며, 실수를 두려워해야 합니다. 하지만 취미의 세계에서 우리는 기꺼이 '초보자'가 될 권리를 얻습니다. 악보를 틀려도, 반죽이 엉망이 되어도, 붓질 한 번에 캔버스를 망쳐도 누구 하나 비난하지 않습니다.


이 '합법적인 서툶'이야말로 취미가 우리에게 주는 가장 큰 선물입니다. 결과물로 평가받지 않고, 오직 내가 느끼는 즐거움만이 척도가 되는 공간. 그곳에서 우리는 팽팽하게 당겨져 있던 긴장의 끈을 늦추고, 어린아이 같은 순수한 호기심을 되찾습니다. 취미는 세상이 정한 '성공'의 기준에서 벗어나, 나만의 '만족'을 쌓아 올리는 가장 자유로운 해방구입니다.


나라는 우주의 영토를 확장하는 일


취미가 생기기 전의 나는 이름과 직함, 그리고 사회적 역할로만 규정되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나는 '사진을 찍는 사람', '식물을 가꾸는 사람', 혹은 '나무의 결을 만지는 사람'으로 새롭게 정의됩니다.


취미는 내가 나 자신에 대해 몰랐던 새로운 면모를 발견하게 해줍니다. 내가 이렇게 집중력이 좋았는지, 내가 이토록 섬세한 색감을 좋아했는지, 혹은 내가 몸을 움직이는 활력을 이토록 그리워했는지를 말입니다.


취미를 통해 확장된 영토는 일상의 시련이 닥쳤을 때 내가 잠시 숨어 쉴 수 있는 단단한 '비밀 기지'가 되어줍니다. 세상이 나를 흔들어도, 나에게는 나만의 세계가 있다는 안도감이 나를 다시 살게 합니다.


삶의 채도를 바꾸는 작은 몰입


취미가 생기면 세상이 이전과는 다르게 보이기 시작합니다. 길가에 핀 꽃의 이름이 궁금해지고, 카페에서 흐르는 음악의 선율에 귀를 기울이며, 평소라면 지나쳤을 사물의 질감에 마음이 머뭅니다.


몰입의 순간, 우리는 어제에 대한 후회와 내일에 대한 걱정으로부터 해방되어 '지금 여기'에 온전히 정박합니다. 이 찰나의 몰입들이 쌓여 삶의 전체적인 채도를 높여줍니다. 지루하게 반복되던 월요일과 화요일 사이, 내가 기다리는 '그 시간'이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일상은 견딜 만한 것이 아니라 즐길 만한 것이 됩니다.


당신의 새로운 세계를 축하하며


새로운 취미를 만난 당신에게 진심 어린 축하를 보냅니다. 당신은 지금 인생이라는 캔버스 위에 당신만의 고유한 빛깔을 한 줄기 더한 셈입니다. 그 취미가 무엇이든, 얼마나 잘하든 중요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건 그 일을 하는 동안 당신의 눈동자가 반짝이고, 당신의 심장이 평소보다 조금 더 기분 좋게 뛰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오늘도 당신의 비밀 기지에서 마음껏 즐거워하시길 바랍니다. 당신이 발견한 그 무용한 즐거움이, 당신의 유용한 일상을 지탱해주는 가장 강력한 뿌리가 되어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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