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 작가 한 달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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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금희

한 달이다. 브런치 작가로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나는 그 어느 때보다 다양한 분야의 글을 읽고 있는 내가 되었다. 사실, 의도했던 건 아니다. 그리고 고작 한 달의 경험으로 명함을 내민다는 게 어떻게 들릴지 걱정스럽기도 하다.

브런치 밖에서도, 브런치 안에서도 나에게는 소위 말하는 ‘정보’가 없었다. 인터넷이며 책방에 가면, 심리서, 자기 계발서, 에세이, 시집 등, 수많은 책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이 시대에, 정보가 없었다니. 나는 얼마나 안일했던 걸까.

그래서 스스로를 가장 무지한 작가지망생이라 부르기 시작했다. 마음에서 터져 나오는 충동적인, 뱉어내듯 쓰는 글쓰기를 멈추기 위해 여러 브런치 작가들의 글을 읽기 시작했다. 당연히 쓰는 시간보다 읽는 시간이 더 많아졌다.

처음엔 글 아래 하트 표시가 뭔지 몰라 그냥 지나쳤다. 이름 옆에 있는 동그란 플러스 버튼을 조심스럽게 눌러보니 체크 표시가 뜨면서 구독자가 되었고, 알림 아이콘이 되었다. 체크 표시가 사라질 땐 ‘구독이 취소되었습니다’라는 문구가 뜨고, 나는 또 황급히 다시 체크하길 반복했다. (아직도 이 둘-플러스와 체크-의 차이를 사실 잘 모른다.) 그건 그 글을 힘들게 썼을 작가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구독은 당연한 것처럼 여겨졌고, 일주일도 되지 않아 나는 대략 130명 정도의 작가를 구독하게 되었다. 그 사실을 자각했을 즈음, 나는 하트 표시가 ‘라이킷’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내 글의 구독자는 45명 정도에서 멈춰 있었다.

브런치에 글을 올린 지 얼마 되지 않아 직장을 그만두고, 작가지망생으로서 이제 막 시작한 시점에, 내 글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나의 글쓰기를 환영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별 걸 다한다는 반응이 지배적이었고, ‘날것’처럼 기뻤던 브런치 작가라는 자리가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는 자리임을 깨달으며, 나는 어느 순간부터 ‘무엇을 써야 할지’ 몰랐다.

그래서 브런치에서 ‘부런치에서 ㅇㅇ 되기’, ‘브런치 ㅇㅇㅇ 수 늘리는 법? ’ 같은 제목의 글들을 찾아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글쓰기 플랫폼을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가’에 대한 다양한 조언 속에서 작가들의 브런치에 대한 목소리를 들었다.

그러다 핑계처럼, 내 마음을 끄는 구실 하나를 찾았다. 그리고 구독자가 늘지 않는 이유도 그 속에서 찾았다.

1. 아는 사람이 많든 지, (‘왕발’ 혹은 마당발)
2. 글 솜씨가 아주(무한대) 좋든지
3. 전문 분야에서 자신만의 독자적인 글을 쓰든지(색깔)


작가의 의도가 정확히 이 세 가지였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지만, 확실한 건 지금의 나에겐 그 어떤 조건도 해당되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구독자 수, 조회수에 연연하지 말라고 했지만, 낮이나 밤이나 괴이한 눈을 하고 브런치를 떠다니는 지금의 나에게 숫자에 초연하라는 말은, 부처님이 되라는 말처럼 들렸다.

게다가 알람은 하루 종일 삐뽁삐뽁 울려대고, 나는 낯설고 복잡한, 마치 수학 공식 같은 글들을 구독하면서 내 무식함에 자괴감까지 느끼고 있었다.

중심을 잃어가면서 더 이상 시도, 문장도, 이야깃거리도 떠오르지 않았다. 그리고 서로 품앗이처럼 구독을 주고받는다는 글을 읽었을 즈음에는 부끄러움마저 들었다. 품앗이가 나쁜 것이었나?

뭘 그렇게까지 생각하냐고? 나는 그렇게 태어난 인간이니까. 그 글의 무게를 알기에.

그래서 조금, 브런치와 멀어지기로 했다. 비단 브런치뿐 아니라, 브런치를 시작하면서 함께 만든 나를 포함해서 세명의 이웃을 가진 글쓰기 블로그도.
(사실 그 세명도 이웃을 가장한 가족이지만.아니면 이웃 사촌일 수도.)
그러자 조금 생각이 정리되는 듯했다.

정말 존경스러운 작가들이 많지만, 어제 뭘 먹었는지도 가끔 잊어버리는 나에겐 전문서적이 도무지 머리에 들어오지 않았다. “나중을 위한 글감으로 지식을 쌓아두자”는 생각도 했지만, 그조차 너무 힘들었다.

구독엔 의무가 없다. 누구도 ‘끝까지 보라’고 강요하지 않았고 누구도 구독해 달라고 하지 않았다. 그것은 단지 내 마음의 끌림이었다.
또한, 나에게 구독은 단순한 클릭이 아니었다.
작가의 글에 ‘마음을 건넨 것’이었기에, 구독을 하고 읽지 않는 것은 약속을 어기는 것처럼 느껴졌다.
계속 구독하자니 너무 많은 정보 속에 에너지가 소진되고, 취소하자니 죄책감이 따랐다.
결국 나는 선택해야 했다.
나를 바로 세울 때까지, 조심스럽게 구독을 줄여나가기로. 내 마음의 크기에 담을 수 있는 만큼만 구독하기로.

그 작가에게 나는 수천, 수만 명의 구독자 중 하나였겠지만, 나에게 그 작가는 단 한 사람이었다. 나와 1:1로 마주 앉아 있는 사람.

그리고 나는 알게 됐다.
구독자를 늘리는 것만큼, 구독을 줄이는 것도 쉽지 않은 결정이라는 걸.

일주일 동안, 100명이 넘는 글을 구독했지만 1명의 구독을 멈추는 것은 며칠이 걸렸다. 그리고 구독을 하고 있는 글들을 천천히 다시 한번 읽어 나갔다.


누군가는 , 단 한 명의 독자를 위해 글을 쓴다고 했다.


작가지망생인 나는, 과연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글쓰기가 정말 ‘즐거운 작업’이 될 수 있을까. 너무 빠르고, 섣부른 질문인지도 모르겠다.

사실 우리의 글은, 브런치 안의 독자만을 위한 게 아닌데, 어느새 나는 나를 브런치라는 세상 안에 가둬 버렸던 것 같다. 그 사실을 깨닫자, 숫자에서 조금은 자유로워졌다.


글은 단지 언어가 아니다. 그것은 관계다.
어느 날 나의 글을 품는 그릇이 넉넉해질 때쯤엔 수만 명의 글을 구독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니 조금만 유연해지자.
너무 혹독할 필요는 없다.


우리가 다시 웃을 수 있도록, 따뜻하게.


-두 달 후 브런치의 기록에서는 좀 더 성숙해진 나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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