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부터 행복과 행운 가득한 영국 여행
오늘은 영국으로 떠나는 날이다. 이동만 하고 쉴 계획을 가지고 있었는데, 놀라운 일이 생겨 생각보다도 알찬 하루를 보냈다. 글도 약간의 성찰 글을 써보려다가 많은 일이 일어나는 바람에 평소처럼 일기로 써보려고 한다.
어제 이것저것 알아보다가 늦게 잠에 들었다. 그래서 오늘 9시반쯤 여유롭게 일어나 준비를 시작했다. 2시 20분 비행기라서 여유롭게 준비도 하고, 마지막 청소도 하고 집을 나섰다. 가는 길에 크로와상 하나랑 머핀 하나도 사서 공항으로 향했다.
출국 2시간쯤 전에 도착해서 바로 짐을 보내고 수속도 마쳤다. 전에 독일에서 이탈리아에 갈 때는 EU 국가 내의 이동이라 그런지 별다른 과정이 필요가 없었지만, 이번에는 비EU국가인 영국으로 가서 그런지 따로 심사 과정이 있었다. 다행히 여권을 제시하니 도장을 바로 찍어주셨다. 머핀도 먹고 에든버러도 알아보고 사진정리도 하며 기다리다가 비행기에 탔다.
이번 여행은 시작이 좋았다. 운이 좋게도 이번 비행은 엑스트라 레그룸 자리이다. 연착이 자주 일어난다고 해서 걱정했는데, 5분 정도 늦게 출발해서 정시에 도착도 했다. 백팩 하나를 짐칸에 올려놨는데, 친절하신 영국 남자분께서 백팩을 꺼내 미소와 함꼐 건네주셨다. 여기까지만 해도 기분이 좋았는데, 짐을 찾으러 가니 내 캐리어가 3번째로 나왔다. 지금까지 대부분의 비행에서 내 캐리어는 거의 마지막으로 나왔기에 횡재한 기분이었다. 기분 좋은 시작과 함께 트램을 타고 숙소로 이동했다. 영국에서의 숙소는 계속 한인민박인데, 에든버러 한인민박이 트램 정류장 바로 앞에 있고, 버스로는 18분 정도 걸어야 해서 2파운드 비싼 트램을 타고갔다.
도착하니 사장님이 친절하게 반겨주셨고, 같이 민박집까지 이동했다. 2인실을 쓰게 되었는데, 방에 들어가보니 놀랍게도 피렌체에서 같이 지낸 언니가 있었다. 서로 너무 놀랐고, 나는 헛것을 보는 줄 알았는데 언니가 진짜 있어서 신기했다. 오랜만에 보니까 무척이나 반가웠다. 반갑게 인사도 하고 이런저런 얘기도 하다가 저녁을 먹었다. 사장님께서 차려주셨는데, 카레에 계란국, 도토리묵, 김치 2종류, 햄구이 그리고 콩자반이 있었다. 놀랍게도 도토리묵은 직접 만드셨는데, 모든 메뉴가 다 맛있었다.
한식을 배부르게 먹고는 언니랑 크리스마스 마켓을 구경하러 나갔다. 언니가 가려고 한 polar ice bar라는 곳이 있어서 같이 갔다. 15파운드 정도 하는 티켓을 끊고 입장했는데, 내부가 영하 8도인 곳에서 얼음으로 만들어진 바가 있었다. 추워서 밖에서 패딩이랑 장갑을 빌려주길래 껴입고 입장했다. 얼음 조각상도 있고, 칵테일도 얼음컵에 담아줬다. 나는 윈터 코스모폴리탄이라는 음료를 주문했는데 달달하면서 상큼해서 맛있게 먹었다. 여기서 하나의 문제가 발생하는데.. 얼음컵이 불량이었는지 들고 사진을 찍으려니까 밑부분이 꺠졌는지 녹았는지 후두둑 흘러내렸다. 코트와 패딩이 조금 젖었지만 코트에서 달달한 냄새가 나겠지.. 싶어서 열심히 닦았다. 그렇게 사진도 찍고 구경도 하다가 추워서 25분만에 나왔다.
언니도 나도 술을 좋아하기도 하고, 스코틀랜드는 위스키가 유명해서 같이 위스키 바에 갔다. 수많은 위스키가 있었는데, 우리는 직원분의 추천을 받았다. 나는 초보자용으로 추천을 부탁드렸고, 언니는 스모키한 위스키를 부탁드렸다. 직원분께서 한참을 고민하시다가 주셔서 신기했다. 내 위스키는 위스키의 맛과 향이 나면서도 산뜻해서 딱 초보자인 내가 마시기 좋았고, 언니의 위스키는 스모키하고 강렬해서 나는 입에만 가져다댈 정도로 조금 마셨는데도 강렬했다. 그렇게 위스키도 마시고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민박집으로 돌아왔다. 오는 길에 과일이랑 과자를 사와서 씻고 야식으로 먹었다. 그러고는 이제 잠에 들려고 한다.
시작부터 좋은 영국 여행이다. 좋아하던 언니를 다시 못 만날 줄 알았는데 만나게 되어서 너무 신기하고, 반갑고 좋았다. 이렇게 행운과 행복으로 시작한 영국 여행의 앞으로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