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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숙진 Feb 07. 2020

드레스 코드가 너무해

유명인의 옷차림에서 배워보는 드레스 코드

영국에 살면서 ‘드레스 코드’라는 단어를 심심찮게 듣는다. 사전적 정의는 Dress Code = 복장 규정이다. 즉 어느 나라라도 있을 만한 옷차림에 대한 규정이다. 교복을 착용하는 학생, 정장과 구두를 걸친 직장인, 군모와 군화가 떠오르는 군인까지 모두 복장 규정을 따르고 있다. 


영화 시상식장과 레드 카펫에서 멋진 몸매와 화려한 자태를 뽐내는 배우들을 본 적이 있다면, 

-왜 여자들은 날씬한 다리를 다 가리고 바닥을 쓸고 갈 정도로 긴치마를 입을까? 

-왜 남자들은 불편하고 갑갑하게 나비넥타이를 매고 있을까?

라고 궁금해한 적이 있나?


바로 ‘드레스 코드 때문’이다. 과연 어떤 드레스 코드가 있어서일까?


화이트 타이 (White Tie)

말 그대로 (남성의 경우) 흰색 나비넥타이와 턱시도 차림이다. 여성은 발목을 덮는 이브닝드레스에 팔꿈치 위까지 오는 긴 장갑 (이브닝 글러브), 올림머리 차림이다. 국가 수장이나 고위 관료가 참석하는 공식 석상에서 볼 수 있다. 

2016년 오바마 미 대통령과 엘리자베스 2세 여왕 내외의 공식 만찬 자리, CNN


블랙 타이 (Black Tie)

화이트 타이 차림에서 타이를 블랙으로만 바꾸면 될 것 같은데, 화이트 타이와 블랙 타이의 턱시도는 종류부터 다르다. 블랙 타이는, 결혼식에서도 입는, 우리가 흔히 아는 턱시도 형태인 반면, 화이트 타이의 턱시도는 지휘자의 옷처럼 길게 늘어진 디자인이다. 여성은 장갑과 올림머리에서 해방된다. 영화 시상식에서 많이 볼 수 있는 옷차림이다.

2020년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 나선 톰 행크스 부부, Shutterstock


블랙 타이 vs 화이트 타이

블랙 타이와 화이트 타이의 차이를 앞서 나온 오바마 전 대통령에게서 배워보자. Getty Images


라운지 슈트 (Lounge Suit)

드레스 코드의 격식과 비격식 구분에서 중간에 해당한다. 남성은 넥타이와 양복 정장을 입고, 여성의 경우 발목을 드러내거나 무릎만 덮는 정도로 길이가 짧아도 된다. 치마 대신 바지를 입기도 한다.

드레스 길이가 약간 짧아진 다양한 형태의 여성 라운지 슈트, Marie Claire


에디 레드메인 부부의 라운지 슈트 차림, Shutterstock


칵테일 (Cocktail)

칵테일파티에 어울리는 의상인 만큼 위의 드레스 코드보다 훨씬 자유롭다. 남성의 넥타이는 선택사항이고, 여성의 치마 길이는 무릎 위로 짧아지고 바지도 가능하다.

다이앤 크루거와 조슈아 잭슨 커플이 선보인 다양한 칵테일 의상, The New Daily


스마트 캐주얼 (Smart Casual)

외출할 때, 친구 만나러 갈 때 입을 만한 옷차림이다. 굳이 드레스 코드로 표기할 필요가 있을까 싶지만, 캐주얼과 스마트 캐주얼은 다르므로 신경 써서 입을 필요가 있는 장소임을 알린다.

해리 왕자 부부의 스마트 캐주얼. 공식 행사가 아닌 곳에서 볼 수 있는 영국의 왕실 가족 옷차림이다. Daily Express


그런데 영국에서는 공식 행사도 아닌 의외의 공간에서 드레스 코드가 적용될 때가 있다. 이런 것까지 꼭 지켜야 하나 싶을 때도 있지만, 영국 문화를 이해하는 차원에서 알아둘 만하다. 


술집

모든 술집은 아니지만 다양한 직업군의 사람들이 출입하는 곳일수록 입구에 드레스 코드를 표기한 경우가 있다. 야구 모자나 후드티 모자, 운동복은 안 된다. 작업용 신발과 안전모를 금지하는 곳도 있다. 

술집 입구에 붙은 안내문, ITV News


영국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술집인 펍 (pub)은 술뿐만 아니라 식사도 제공하는데, 근처 공사장에서 작업하던 인부 혹은 편안한 옷차림으로 아침식사를 하려는 사람이 들를 만도 한데, 이럴 때도 복장 규정을 지키라고 하기엔 미안한 감이 있지 않을까? 이 때문에 금요일이나 토요일, 오후 7시 이후 등 요일과 시간으로 드레스 코드를 한정한 곳도 있다.


슈퍼마켓

장 보러 갈 때도 드레스 코드가 있다고? 영국의 여름 문화 때문에 생겨난 것이 분명하다. 한국에 있는 친구들에게 내가 농담 삼아 영국의 여름을 일컫는 표현이 있다. 온도계 없이 영국의 거리에서 현재 온도를 가늠하는 방법: 

-웃통을 벗고 다니는 남성이 보인다 -> 20 넘음

-비키니 탑을 걸치고 다니는 여성이 보인다 -> 25 넘음


서안해양성 기후의 영국에는 한여름이라도 28도를 넘는 날이 많지 않다. 이런 미지근한 날씨를 덥다고 힘들어하는 것도 (내 눈엔) 신기한데, 사람들로 붐비는 거리에서 웃통을 벗고 다니거나 잔디밭에 드러누워 있는 것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점은 더더욱 신기하다. 


거리에서야 어떻게 다니든, 이 상태로 공공장소 내부까지 들어오는 사람은 막고자 슈퍼마켓에 드레스 코드를 붙인 것이다.  


학교

영국의 초등학생은 보호자가 직접 등하교시켜주고 담임 선생님이 교실 문을 열어 학생들을 들여보낼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이 때문에 교문과 교실 입구까지 사람들의 행렬이 길게 이어진다. 아이를 데려다주고 곧바로 출근하는 듯한 차림의 부모나 조부모도 있고, 근처 중등학교의 교복을 입은 청소년도 있다. 동생을 학교에 데려다주고 자신도 등교하는 것이다. 


그런데 몇 해 전 흥미로운 뉴스가 있었다. 잠옷과 슬리퍼 차림으로 학교에 오는 학부모들 때문에 교장이 전달한 편지가 화제가 된 것이다. 학부모의 드레스 코드가 되는 셈이다. 

학부모를 향한 교장의 당부가 담긴 편지, Independent


아들을 초등학교에 직접 등하교시키면서 비슷한 광경을 목격한 적이 있다. 아이의 엄마로 보이는 사람이 잠옷 가운만 걸친 채 딸을 학교 앞까지 데려다주고 가는 것이었다. 길 건너편에 있는 집으로 후다닥 들어갈 수 있었고, 고학년 학생은 교실 문이 열릴 때까지 기다릴 필요가 없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본다.


갑자기 드레스 코드가 담긴 초대장을 받는다면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다. 돈과 정성을 들여 꾸미고 갔음에도 군중들 속에 혼자 튀는 불상사가 발생하지 않을까 걱정도 할만하다. 하지만 드레스 코드가 만들어주는 특별한 분위기 때문에 설렘도 있으니 너무 걱정할 일만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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