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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기규 Sep 12. 2019

모라잔의 10분 글쓰기

시작은 있지만 끝은 없는 10분간의 자유로운 이야기 <11>

- 흔히 많은 글쓰기 창작 교육에서 하고 있는  10분 글쓰기는 10분간 자유롭게 글을 쓰는 과정에서 새로운 영감을 주고 필력을 높일 수 있습니다. 앞으로 연재할 10분 글쓰기는 소설(혹은 동화)을 기반으로 한  저의 자유로운 글쓰기가 될 것입니다. 매일 10분간 쓴 글을 맞춤법 수정 이외에는 가감 없이 게재합니다. -


“넌 좀 특이한 녀석이군.”

사신? 아니면 저승사자? 어찌 되었든 내 눈 앞에 서 있는  검은 녀석은 파이프 담배를 힘껏 빨고 그 연기를 내 얼굴에 내뿜었다. 이 녀석이 뿜는 담배연기조차 기분 나쁜 검은색이었다. 하지만 나는 이 녀석이 두렵지 않았다. 

 세 번이나 쓰러져서 응급실에 갔을 때, 죽음에 대한 공포가 생기기는커녕 뭔가 끝을 알고 있는 반전 드라마를 보는 것 같은 허탈함이 나에게 느껴졌다. 정신을 잃고 내 모든 의식이 그대로 멈추게 되면 그걸로 끝이다. 그 외에 복잡한 과정이나 고통스러운 기억 따위가 생길 여유조차 없는 완전한 무의 시간……. 그게 죽음이다. 얼마나 허탈하고 얼마나 단순한가! 죽음은 이웃에서 방문하는 손님처럼 매우 친근하고 일상적인 존재였던 거다.

 운이 좋아 나는 세 번이나 정신을 차렸고 그때마다 어머니는 내 손을 붙잡고 있었다. 그리고 나에게 남은 걱정은 죽음의 대한 공포보다 혼자 남을 어머니에 대한 걱정뿐이었다. 

 “내가 당신을 보고 놀라지 않아서?”

 나는 병실 침대에서 몸을 일으켜 세웠다. 기운이 하나도 없었지만 정신은 또렷했다. 녀석은 나를 뚫어져라 바라보다 미소를 지었다. 

 “이 짓도 재미가 있어야 오래 하는데 네 놈의 반응은 너무 재미없어 그래서 재미있기도 하고.”

 “내가 어떻게 반응을 보여야 하지?”

 “보통 죽을 자들은 거의 같은 반응을 보이는 법이거든.  공포, 미련, 증오, 거부……. 대략 이 네 가지야. 이 네 가지 중에 해당되지 않는 자는 거의 없다고 봐도 되지. 그런데 너는…….”

 “그런데 나는?”

 나는 녀석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관찰……. 너의 반응은 관찰이야.”

 그의 말대로다 나는 녀석의 행동 태도 말투 모두를 하나 하나 유심히 관찰하고 있었다. 나는 얼굴을 살짝 붉히며 말했다.

 “그야……. 저승사자를 보는 건 처음이니까.”

 “그건 올바른 대답이 아니야. 지금껏 내가 만난 사람들 중에 나를 여러 번 본 사람이 있었겠어? 하지만 그 누구도 나를 관찰하려 들진 않아. 내가 저승사자란 건 그냥 척 보기만 해도 알기 때문이지. 그리고 그때부터 죽음이 현실의 공포로 다가오는 거야. 그런데 넌…….”

 저승사자가 얼굴을 들이밀며 말했다.

 “넌 죽음을 무서워하지 않는구나. 재밌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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