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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기규 Sep 16. 2019

모라잔의 10분 글쓰기

시작은 있지만 끝은 없는 10분간의 자유로운 이야기 <12>

- 흔히 많은 글쓰기 창작 교육에서 하고 있는  10분 글쓰기는 10분간 자유롭게 글을 쓰는 과정에서 새로운 영감을 주고 필력을 높일 수 있습니다. 앞으로 연재할 10분 글쓰기는 소설(혹은 동화)을 기반으로 한  저의 자유로운 글쓰기가 될 것입니다. 매일 10분간 쓴 글을 맞춤법 수정 이외에는 가감 없이 게재합니다. -



“윤이 부모님이시죠?”

 나는 최대한 어색하지 않게 미소를 지으며 두 사람을 맞았다. 학부모 상담이라는 것이 부모들이 자신의 아이가 학교에서 잘 살아 남고 있다는 것을 교사에게 확인받고 싶어서 하는 행동이라는 걸 이미 알고 있는 나는 아이들이 굳이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한 최대한 그들이 원하는 대답을 들려주려고 노력한다. 게다가 학부모 상담을 찾아오는 부모님들은 대부분 진짜 문제가 심각한 아이들인 경우는 거의 없다. 결국 학부모 상담에선 평범한 대화가 오고 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윤이도 사실 상담이 필요한 아이는 아니었다. 사교적이진 않지만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고 책을 많이 읽지만 잘난 척하지도 않으며 성적도 중간 이상인 평범한 아이가 윤이었다. 그러니 오늘같이 학부모 상담을 오지 않아도 윤이는 그냥 걱정 없이 잘 크는 아이였다.  

“네 제가 유, 윤이 아빠입니다”

 악수를 건네는 손이 차가웠다. 그리고 시선은 계속 나를 피하고 있었다. 보통 학부모 상담에서 부모 모두가 오는 경우는 많지 않았다. 심각한 문제. 예를 들면, 담임교사도 모르는 학교 폭력 피해를 입고 아이라면 모를까? 윤이 같이 눈에 띄지 않는 아이의 학부모 상담으로 부모가 모두 오다니 좀 이례적이었다. 

 “사실 한 참을 망설였어요.”

 윤이의 엄마는 한숨을 쉬며 말을 꺼냈다. 뭘 망설였던 거지? 정말 윤이에게 어떤 문제가 있는 걸까? 윤이 스스로 약간 왕따처럼 외톨이로 지내는 건 나도 인정한다. 하지만 윤이가 그것 때문에 뭔가 힘들어하는 건 본 적이 없다. 오히려 윤이는 친구들을 관찰하는 타입의 아이였다. 책을 보다가도 먼발치에서 아이들이 노는 것을 바라보며 미소를 짓기도 하고 아이들의 시시껄렁한 잡담에 귀를 기울이기도 했다. 먼저 나서서 이야기를 주도하진 않았지만 언제나 아이들의 이야기들을 듣고 있었던 아이……. 혹시 그 모습 속에서 내가 보지 못한 윤이의 문제가 있었던 걸까? 나는 조금 마음이 갑갑해졌다. 나는 자세를 고쳐 앉고 윤이의 부모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편하게 이야기하셔도 됩니다. 걱정하지 마시고…….”

 그들이 무슨 이야기를 할지 모르겠지만 나는 일단 모든 걸 듣겠다는 태도를 취했다. 

 “지금은 윤이가 낮잠을 자는 시간이에요. 그래서 저희 둘이 용기를 내었지요.”

 용기? 그게 무슨 의미일까?

 “지금부터 한 시간밖에 여유가 없어요. 한 시간 후엔 그 아이가 눈치 채지 못하게 돌아가야 해요.”

 “그게 무슨…….”

 내가 어떤 말을 꺼내기 전에 윤이의 아빠가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

 “윤이는 보통 인간이 아니에요. 우리 딸이지만 그 애는…….”

 그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나를 쳐다보았다. 그의 눈빛이 떨렸다. 

 “그 애는 사람이 아니에요. 제발 …….”

 “우, 우릴 도와주세요!”

 윤이의 엄마가 울부짖듯이 소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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