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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기규 Sep 28. 2019

모라잔의 10분 글쓰기

시작은 있지만 끝은 없는 10분간의 자유로운 이야기 <14>

- 흔히 많은 글쓰기 창작 교육에서 하고 있는  10분 글쓰기는 10분간 자유롭게 글을 쓰는 과정에서 새로운 영감을 주고 필력을 높일 수 있습니다. 앞으로 연재할 10분 글쓰기는 소설(혹은 동화)을 기반으로 한  저의 자유로운 글쓰기가 될 것입니다. 매일 10분간 쓴 글을 맞춤법 수정 이외에는 가감 없이 게재합니다. -



 내가 고양이었던 시절 이야기를 나는 하고 싶지 않다. 지금은 배가 나오고 머리카락도 많이 빠졌고 항상 면도를 하지 않으면 검은 털이 삐죽거리는 못생긴 중년 아저씨로 살아가지만 예전에는 나도 날씬하고 윤기 있는 줄무늬를 뽐내는 멋진 고양이었다. 하지만 사람들이 자신의 과거를 추억이라는 금고 속에 고이 묻어두는 것처럼 나도 고양이었던 과거를 기억 속 깊숙이 묻어두고 있었다. 물론 이따금 노래하는 참새들을 보며 저 녀석을 잡기 위해 얼마만큼의 기다림과 얼마만큼의 점프력이 필요한지 생각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할 때도 있다. 하지만 나에겐 하루의 거의 대부분을 서류더미 속에서 코를 박아야 하는 일이 있고 저녁에 먹을 기름진 안주들과 시원한 맥주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에 참새들의 비웃음 가득한 재잘거림 정도에 신경을 쓰지 않을 정도로 이미 마음이 단단해져 있었다. 어제 길거리에서 쓰레기 봉지를 뒤지던 벵갈 고양이를 만나기 전까진 말이다. 

 “너는 인간으로 사는 이 끔찍한 삶이 정말 행복해?”

 그 녀석이 도전적인 눈으로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 바람에 있지도 않은 내 꼬리가 빳빳해질 뻔했다. 

 “제길!”

 내 답변은 간단했다. 

 “제길! 재수 없이 아침부터 고양이야!”

 나는 그의 말을 못 듣는 척하며 길을 걸었다. 녀석이 먼발치에서 “위선자!”라고 소리쳤다. 그래 맞다 나는 위선자다. 그러면 어쩌란 말인가? 다시 당신처럼 고양이의 삶으로 돌아가 쓰레기 봉지를 터뜨리고 쥐를 잡으러 돌아다니고 날아오르는 참새들을 숨어서 사냥하는 삶으로 돌아가란 말인가? 그럴 순 없다. 나는 이미 인간의 삶에 지독하게 중독되어 있기 때문이다. 

 세상의 고양이들이 나를 욕하고 비난해도 그들이 발톱을 세우고 나를 노려보아도 내 대답은 변하지 않을 거다.

 “제길! 재수 없는 고양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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