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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기규 Sep 29. 2019

모라잔의 10분 글쓰기

시작은 있지만 끝은 없는 10분간의 자유로운 이야기 <15>

- 흔히 많은 글쓰기 창작 교육에서 하고 있는  10분 글쓰기는 10분간 자유롭게 글을 쓰는 과정에서 새로운 영감을 주고 필력을 높일 수 있습니다. 앞으로 연재할 10분 글쓰기는 소설(혹은 동화)을 기반으로 한  저의 자유로운 글쓰기가 될 것입니다. 매일 10분간 쓴 글을 맞춤법 수정 이외에는 가감 없이 게재합니다. -


“바보!”

아이가 나에게 혀를 속 내밀더니 저만치 달아난다. 아이의 손에는 공룡모양의 풍선이 들려 있다. 나는 그 모습을 보고도 반응하지 않은 채 자리에 앉아 있을 뿐이었다. 바보처럼…….

 아이가 몇 미터 달려가다 반응 없는 나를 보더니 실망한 표정으로 나에게 다시 걸어오고 있었다. 아이가 돌아오는 그 짧은 시간 동안 나는 생각해야 한다. 여기가 어디이고 지금이 어느 시대이며 나에게 다가오는 저 아이의 정체가 무엇인지 말이다. 

 나는 재빨리 주변을 둘러보았다. 자동차들이 오고 가는 도로와 커다란 대학교 건물도 보인다. 분명 서울 어디쯤 일 텐데……. 택시의 색깔이 각양각색이다. 그렇다면 적어도 2000년 이전일 테고……. 자동차들의 종류를 확일 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정신이 아득하고 어지러워 그럴 수도 없다. 하지만 나는 생각해야 한다. 만약 내가 이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면 나는 다시 내가 알지 못하는 시간과 공간으로 튕겨져 나가야 한다. 그게 강제 시간여행자들의 운명이니까. 

 강제 시간여행자들은 시간의 힘에 속박되어 있는 나약한 존재들이다. 강제로 시간여행을 하는 그들이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정신을 차리고 공간과 시간을 파악하고 자신에게 말을 걸어오는 첫 번째 사람이 누구인지 알아맞히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그 순간 다른 시간과 공간으로 이동하게 될 것이다. 이 끝없는 여행을 멈추기 위해서 나는 정신을 차려야 한다. 

 아이가 나에게 다가오고 있다. 아이가 쓰고 있는 두산 베어스 야구모자가 눈에 들어왔다. 아이가 입고 있는 색이 바랜 갈색 코르덴바지는 어디선가 본 적이 있었다. 그게 어디였더라…….

 “아저씨는 바보야!”

 그 순간 나는 아이가 누구인지 알게 되었다. 어렸을 때 항상 들었던 그 말이 떠올랐다.

 “ 이 바보 같은 녀석!”

 나는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아이를 뚫어져라 바라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네 이름이 윤창식……. 맞지?”

 윤창식 바로 나의 아버지의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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