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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기규 Sep 30. 2019

모라잔의 10분 글쓰기

시작은 있지만 끝은 없는 10분간의 자유로운 이야기 <16>

- 흔히 많은 글쓰기 창작 교육에서 하고 있는  10분 글쓰기는 10분간 자유롭게 글을 쓰는 과정에서 새로운 영감을 주고 필력을 높일 수 있습니다. 앞으로 연재할 10분 글쓰기는 소설(혹은 동화)을 기반으로 한  저의 자유로운 글쓰기가 될 것입니다. 매일 10분간 쓴 글을 맞춤법 수정 이외에는 가감 없이 게재합니다. -



“씨름은 힘으로만 하는 게 아니야. 기술과 힘 그리고 배짱이 필요하지!”

  스포츠 강사 선생님이 조교 모자를 고쳐 쓰고 말했다. 왕년에 시름, 유도, 태권도 안 해본 것이 없다는 선생님은 눈빛만으로 아이들의 기를 죽이게 만들었다. 

 “선생님은 씨름 잘해요?”

 용호가 손을 번쩍 들고 말했다. 반에서 가장 덩치가 큰 녀석이 한번 대거리를 해보겠다고 결심이 섰는지 얼굴에는 빙글빙글 미소까지 띠었다. 하지만 선생님도 물러설 성격의 사람이 아니었다.

 “나와 봐!”

 선생님이 손가락으로 까딱거리자, 용호가 기다렸다는 듯 스프링처럼 튀어 올라 모래판으로 나갔다. 

 “우와!”

  아이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단 한 사람 윤영이만 빼고……. 윤영이는 모래흙 위에 의미 없는 글씨를 썼다 지우기를 반복하느라 선생님과 용호의 세기의 대결을 볼 여유가 없었다. 

 “준비!”

 선생님이 샅바를 단단히 쥐고 호루라기를 불었다. 그와 동시에 용호의 몸이 번쩍 들어 올려지더니 허공에서 한 바퀴 돌아 땅으로 내다 꽂아졌다. 

 “와!”

 아이들의 환호성이 다시 커졌다가 이내 잠잠해졌다. 용호의 눈초리가 매섭게 아이들을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에이 씨! 퉤! 퉤!” 

 용호가 입에서 모래를 뱉은 후 자리로 들어갔다. 그러다 용호의 눈에 반에서 가장 약한 윤영이의 모습이 걸렸다. 용호는 들어가다 말고 쪼그리고 앉아 무언가 그리고 있던 윤영이의 등을 세게 밀었다. 그 바람에 윤영이의 몸이 고꾸라지며 모래판으로 던져졌다. 

 “윤영이는 왜?”

 선생님의 질문에 용호가 번개같이 대답했다. 

 “윤영이도 샘 하고 한판 하고 싶대요.”

 “윤영이는 놀란 토끼눈을 한 채, 용호를 바라보았지만 용호는 험상궂은 표정을 한 채, 윤영이에게 말없이 입술로 명령을 내렸다.

 “좋아 윤영이하고도 한번 해 보지 뭐. 대신 허리가 부러져도 난 모른다.”

 “우와!”

 아이들이 환호성이 다시 커졌다. 윤영이는 잔뜩 겁에 질린 표정으로 한발 한발 모래판 위를 걸어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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