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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기규 Sep 07. 2019

모라잔의 10분 글쓰기

시작은 있지만 끝은 없는 10분간의 자유로운 이야기 <6>

- 흔히 많은 글쓰기 창작 교육에서 하고 있는  10분 글쓰기는 10분간 자유롭게 글을 쓰는 과정에서 새로운 영감을 주고 필력을 높일 수 있습니다. 앞으로 연재할 10분 글쓰기는 소설(혹은 동화)을 기반으로 한  저의 자유로운 글쓰기가 될 것입니다. 매일 10분간 쓴 글을 맞춤법 수정 이외에는 가감 없이 게재합니다. -


“여기, 갈비 2인분만 주세요”

 아이의 앳된 목소리가 태풍 갈비 손님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제 나이가 아홉 살쯤 되었을까? 아이는 마치 잘못을 저질러 혼나기 직전인 것처럼 주눅이 든 눈으로 주변을 한 번 휙 둘러보곤 고개를 푹 숙였다. 

 “좀 있다 어른이 오기로 했니?”

 춘화씨는 둥근 테이블을 행주로 닦아내며 아이에게 물었다. 오늘따라 아이가 앉은 테이블이 반짝반짝 빛났다. 

 “아니요.”

 아이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내 춘화씨를 애처롭게 바라보는 아이의 눈이 말했다. 

 “여, 여긴 2인분 이상만 팔잖아요. 저 도, 돈 있어요.”

 아이는 카드를 꺼내 보였다. 춘화씨는 미소를 지어 보였다. 

 “알았다. 잠시만 기다리렴.”

  춘화씨는 몇 개의 테이블을 더 닦고 가게에 걸려 있는 오래된 시계를 한번 쓱 바라보았다. 시간이 이미 8시 반을 넘기고 있었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이미 밥을 먹고도 남을 시간이었다. 아이는 책가방을 그대로 맨 채, 멀뚱멀뚱 앉아 있었다. 그 모습이 춘화씨의 마음을 흔들었다. 

 연변에 두고 온 막내둥이도 꼭 이 아이 정도로 자랐을 터였다. 빨리 자리 잡으면 식구들을 모두 불러오겠다고 한 지 벌써 3년이 지났지만 말이다. 춘화씨는 사장에게 아이의 사정을 이야기하고 서둘러 설거지를 하기 시작했다. 설거지하는 내내 온 신경이 아이 쪽으로 향해 있었다. 

 “자, 이거 먹으렴. 서비스야.”

 춘화씨는 최대한 아무렇지도 않은 목소리로 내민 쟁반에는 소시지 볶음과 계란말이 그리고 밥 한 공기가 담겨 있었다. 아이는 커진 눈으로 춘화씨와 밥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굳이 갈비 2인분을 먹겠다면 말리진 않으마. 하지만 이거 생각보다 맛있다. 아줌마 장기거든.”

 아이는 그제야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고 숟가락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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