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팀잇으로 본
블록체인과 뉴스미디어의 미래

스팀잇부터 일단 한 번 해보시는 게 어떨까요

by 김동현

※이 글은 계간 언론중재에 기고한 글입니다 ^^


대학 신입생 시절 선배들의 오가는 대화에 귀가 쫑긋했다. 이메일을 만들었다는 고학번 선배의 얘기에 다들 귀 기울이고 있었다. 계정을 어떻게 승인받았고 아웃룩을 어떻게 쓰는지 고학번 선배는 한참 설명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는 그 선배의 경험을 굳이 따라갈 필요가 없었다. 한메일이 등장했다. 웹사이트에 접속해 클릭 몇 번으로 이메일을 만들었다. 아웃룩을 쓸 필요도 없이 그 웹사이트에서 이메일을 주고받았다.


기술이란 그런 것이다. 등장할 때는 뭔가 어려워 보이고 초첨단의 그 무엇이라고 생각되지만 사용자가 늘고 그 속도에 맞추어 편의성이 강화되면 일상으로 파고든다. 새로운 기술의 힘은 그때 발휘된다. '미리' 적응한 이에게 새로운 기술은 새로운 기회가 된다.


민중의소리는 소셜미디어에 꽤 빨리 적응한 매체다. 2018년 6월 기준으로 페이스북 팬이 43만 명이다. 트위터 팔로워가 22만이고, 유튜브 구독자는 15만이다. 소셜미디어로 콘텐츠 시장이 이동하는 것을 빨리 감지하고 빨리 뛰어든 결과다. 소셜미디어는 민중의소리에게 성장의 발판이 됐다.


어린시절을 제주도 농촌 마을에서 보냈다. 늦가을이 되면 돌담을 넘어 들어가 아직 노란 끼도 제대로 들지 않은 귤을 따먹었다. 서리다. 아직 단맛이 제대로 들지 않은 신맛으로 가득한 그 귤을 먹겠다고 키보다 높은 담장을 넘었다. 몇 주만 지나면 귤은 신맛이 줄고 단맛으로 입안을 채워주겠지만, 그 누구보다 빨리 귤을 맛보는 즐거움은 꽤 흐뭇한 기억이다. 과일의 세계에서 시골 어린아이들은 얼리어답터다.


블록체인이라는 새로운 기술이 새로운 시대를 열 수도 있다고 한다. 아직은 설익은 과일이다. 새로운 시대를 열겠다는 이들의 머릿속에서는 단맛이 강렬하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입에 넣어본 적이 없다. 현실에서 구현되고 있는 블록체인 서비스 중 하나가 스팀잇이다. 아직은 단맛보다는 신맛이 더 느껴지는 이 과일을 먼저 먹어봤다. 기존과는 다른 새로운 단맛도 있었고, 강렬한 신맛에 당황하기도 했다. 그 경험으로 모든 것을 내다볼 수는 없겠지만 블록체인의 가능성과 한계도 그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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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팀잇, 넌 누구냐


시작은 호기심이었다. 도대체 뭔지 궁금했다. 콘텐츠에 대한 평가만으로 돈이 된다는 데 어떻게 가능한 일인지 궁금했다. 사이트에 들어가 보면 여느 블로그 서비스와 크게 다르지 않다. 게시물들이 나열돼 있는데, ‘$’모양의 아이콘에 숫자가 적혀 있었다. 순간 알았다. 말로 듣던 그 ‘돈’이구나.


스팀잇이 궁금하다면 일단 계정을 만들어보길 권한다. 계정을 만드는 건 쉬웠다. 정보를 입력하고 휴대폰으로 인증했다. 그리고 5일을 기다렸다. 스팀잇은 계정이 승인되는 데 꽤 오랜 시간이 걸린다. 첫 게시물을 올리고 하루가 지나자 200 스팀달러가 찍혀있었다. 스팀잇에서는 게시물에 '보팅(voting)'을 할 수 있다. 페이스북의 ‘좋아요’ 같은 추천 기능인데, 다른 소셜미디어와 다른 점이 있다면 추천에 '경제적 가치'가 부여된다는 점이다. 이 차이가 스팀잇의 본질이다.


보팅은 누구나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효과가 같지는 않다. 영향력이 높은 사용자의 보팅과 방금 계정을 만든 사용자의 보팅의 효과는 하늘과 땅 차이다. ‘고래’라고 불리는 파워유저가 보팅을 눌러주면 순식간에 수 십 스팀달러가 올라간다. 보팅은 7일간 진행되는데, 7일이 지나고 나면 보팅 금액이 정산된다. 보팅 금액은 ‘스팀달러’라는 코인으로 정산되는데, 이 스팀달러를 거래소에서 ‘원’으로 바꿀 수 있다. 물론 그냥 쌓아놓고 나중에 바꿔도 된다.


보팅을 한 사용자에게도 경제적 가치가 전달된다. 한 게시물에 대한 보팅 금액을 정산할 때 보팅을 한 사용자 몫으로 25%가 전달된다. 보팅을 한 사용자들이 자신의 영향력에 맞게 나눠 갖는다. 보팅을 무제한으로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때문에 사용자는 보팅을 할 때 신중하게 된다. 진짜 좋은 콘텐츠, 혹은 많은 사람들이 보팅 할 만한 콘텐츠를 고르게 되는 시스템이다.


페이스북을 해보면 게시물에 달리는 좋아요 숫자에 자꾸만 눈이 간다. 인스타그램도 그렇고 트위터도 그렇다. 스팀잇에서는 자꾸만 보팅 금액에 눈이 간다. 소셜미디어가 콘텐츠 시장에 ‘대중의 평판’이라는 개념을 도입시켰다면 스팀잇은 대중의 평판에 ‘경제적 가치’를 입혔다. 좋은 콘텐츠라고 추천을 받는 것과 경제적 보상을 일치시킨 것이다. 이 개념은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시대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기존 소셜미디어에서는 아무리 추천을 받아도 콘텐츠에 달려있는 광고가 노출되지 않는 한 경제적 의미가 없는 것이었다. 스팀잇은 광고가 없어도 대중의 평판이 좋은 콘텐츠라면 경제적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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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민중의소리는 돈을 벌었나?


지금까지 민중의소리는 여러 방식으로 콘텐츠를 게재했다. 처음에는 기사를 소개하는 멘트를 달고 원문을 싣기도 했고, 민중의소리 사이트에는 없는 ‘스팀잇 오리지널’ 콘텐츠를 만들어보기도 했다. 지금은 민중의소리 기사 중에 소개하고 싶은 것을 골라 설명하는 멘트 없이 기사 그대로 게재하고 있다. 초반엔 하루에 하나의 콘텐츠를 올렸고 최근엔 하루에 4~5개를 올리고 있다. 반응은 콘텐츠 별로 천차만별이다. 유저들과 적극적으로 소통을 해봤고, 다른 소셜미디어처럼 약간의 거리를 두기도 했다. 당연히 소통을 많이 할 때와 그렇지 않았을 때의 차이가 분명했다. 몇 달간의 테스트를 끝내고 조만간 스팀잇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 정책을 정리할 계획이다.


“스팀잇으로 돈 벌었어요?” 요즘 꽤 많이 듣는 질문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아니’다. 스팀잇은 아직 의미 있는 수익을 보장할 만큼의 시장으로 형성되지 않았다. 스팀잇 전체 유저가 100만 명을 겨우 넘었다. 한국 유저는 10~20만 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콘텐츠 시장으로 보기에 턱없이 부족하다. 물론 지금도 스팀잇에서 꽤 의미 있는 수익을 내는 유저들이 있다. 하지만 ‘경성 뉴스’만을 내보내는 민중의소리 콘텐츠로는 유의미한 수익을 내기 쉽지 않았다.


그렇지만 가능성은 충분히 발견했다. 스팀잇이, 혹은 다른 그 어떤 블록체인 기반의 콘텐츠 시장이 형성된다면 콘텐츠 유통으로 수익을 낼 가능성이 있다는 말이다. 예컨대 민중의소리는 페이스북에서 43만 명의 팬을 보유하고 있다. 스팀잇에서 한 콘텐츠에 보팅을 받는 숫자가 수 백 명이면 수 백 스팀달러 정도의 수입이 들어온다. 민중의소리 기사 중 페이스북에서 ‘좋아요’를 받는 숫자가 수 천 개인 경우가 하루에도 수두룩하다. 1만 개 이상이 들어올 때도 많다. 아주 기계적으로 적용해보면 한 기사에 1만 스팀달러의 수입이 들어올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1스팀달러를 1달러로 계산해도 한 기사에 1만 달러, 즉 100만 원의 수입도 가능하다는 말이 된다. 물론 이 가능성은 스팀잇이 페이스북 수준으로 커졌을 때 얘기다. 역으로 말해 미래에 블록체인 기반의 콘텐츠 플랫폼이 페이스북 수준으로 성장한다면 콘텐츠 자체로 의미 있는 수준의 수입이 될 수 있다는 말이 된다.


설익은 과일의 신맛, 스팀잇에서 발견된 논쟁적 이슈들


어뷰징은 콘텐츠가 유통되고 경제적 이익이 발생하는 곳이면 어디든 등장한다. 대표적으로 포털이 그렇다. 한국에서는 네이버에서 주된 논점이고 글로벌하게는 구글에서 그렇다. 누군가는 어뷰징을 하려고 하고 운영자는 막으려 한다. 기존 포털에서 어뷰징 이슈가 알고리즘과 관련이 크다면, 스팀잇에서는 ‘고래의 횡포’라는 개념이 등장한다. 영향력을 많이 갖고 있는 사용자가 횡포를 부릴 때 어떻게 제어할 수 있겠느냐가 주된 논점이다. 특히 자기 글에 자기가 보팅을 해서 많은 경제적 보상을 가져가는 ‘셀프 보팅’에 대한 논란은 상당히 뜨겁다. ‘담합 보팅’이라는 문제도 있다. 특정 사용자들이 서로의 콘텐츠에 보팅을 몰아줘서 경제적 보상을 받아가는 방식이다.


‘좋은 콘텐츠’가 좋은 평판을 받고 그 결과 경제적 보상이 이뤄지는 선순환 구조를 방해하는 행위들이다. 스팀잇 내부에서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용자들 간에 상당한 논쟁이 이뤄지고 있다. 기술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노력도 지속되고 있다. 그 어디에서든 어뷰징을 원천적으로 막는 것은 불가능하다. 여러 노력으로 개선해가는 것이고 그 노력이 지속적인 시스템 혁신으로 발전하는 것이라고 볼 때, 블록체인 세계에서도 마찬가지라고 볼 수 있다.


콘텐츠가 ‘박제’되는 시스템도 논쟁 지점 중 하나다. 스팀잇은 보팅 기간인 7일이 지나면 콘텐츠를 더 이상 수정하거나 삭제할 수 없게 박제된다. 이런 시스템은 치명적 결함을 가지고 있다. 콘텐츠가 ‘가학적 성격’을 가지고 있거나 ‘불법적 성격’을 가지고 있는 경우에도 조치를 취할 수 없기 때문이다. 어떤 글이 특정 대상에 대해 폭력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고 하자. 예컨대 ‘성폭력 2차 가해’의 내용이라고 판명이 돼도 그 글을 수정, 삭제할 수 없는 것이다. 인터넷에서 중요한 이슈 중 하나인 ‘잊힐 권리’를 침해하기도 한다. 아예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스팀잇 운영진에게 특정 글을 삭제해야 한다고 의견을 보내면 검토 후 ‘블라인드’ 처리되기도 하지만, 원천적으로 데이터를 삭제할 수는 없다.


콘텐츠 업로드 용량에 제한이 있는 것도 요즘 시대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다. 스팀잇은 영향력에 따라 올릴 수 있는 용량이 정해져 있다. 용량을 다 쓰고 나면 시간이 지나야 다시 글을 쓸 수 있다. 영향력이 적으면 동영상이나 사진 같이 큰 용량의 콘텐츠를 마음껏 올릴 수 없다. 물론 영향력을 ‘구매’하거나 ‘대여’할 수도 있지만, 요즘처럼 콘텐츠를 어디서든 마음껏 올릴 수 있는 시대에 선뜻 이해되지 않는 시스템이다.


‘박제’와 ‘용량 제한’은 스팀잇이 블록체인 자체에 기반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이슈다. 블록체인은 데이터를 블록에 담아 더 이상 고칠 수 없도록 한 뒤 유저들이 나눠 갖는 것으로 데이터 위변조를 불가능하게 만든 기술이다. 이 기술적 개념은 보안에는 상당히 유리한 반면 데이터 처리 속도가 느리고 처리 용량에 한계를 보이게 된다. 코인 거래정보 같은 아주 작은 용량의 데이터에서는 큰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지만 콘텐츠를 유통하기엔 어울리지 않는 시스템이다. 박제되는 것도 블록체인에 직접 콘텐츠를 올려놓았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다. 때문에 스팀잇 이후에 설계되고 있는 코인 기반의 플랫폼 중에는 콘텐츠의 내용을 블록체인과 분리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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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팀잇이 보여준 콘텐츠 기반 코인이코노미의 가능성


조금 어려운 개념으로 들어가 보자. 스팀잇은 게시물을 올리고 보팅을 하거나 받으면서 경제적 가치를 주고받게 설계됐다. 콘텐츠 제작자는 물론 콘텐츠 수용자에게도 경제적 보상이 있다. 콘텐츠 평가에 동참한 것만으로도 경제적 보상이 뒤따른다. 유저는 콘텐츠를 올려서 제작자로 보상을 받기도 하고 다른 콘텐츠에 대한 평가에 동참하고 콘텐츠 확산에 기여해 보상을 받기도 한다. 스팀잇은 경제적 가치를 주고받는 매개 역할을 ‘스팀’이라는 코인이 하도록 설계돼 있다.


이런 설계를 ‘코인이코노미(CoinEconomy)’라고 부른다. 거래소에서 거래되는 수많은 블록체인 코인들은 각기 어떤 방식으로 코인이코노미를 구현할 것인지 밝혀져 있는데, 그 내용이 담긴 문서가 ‘백서(Whitepaper)’다. 사람이 하고 있는 거의 모든 거래, 혹은 아직 거래해보지 않은 분야까지도 코인이코노미의 대상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코인들은 아직 상상 속에서 돌아갈 뿐 현실에서 구현되지 않았다. 스팀잇이 주목받는 이유는 사람들이 실제 사용하도록 구현된 몇 안 되는 코인이코노미이기 때문이다.


아직 100만 명의 사람들이 사용하는 작은 서비스지만 스팀잇은 ‘블록체인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줬다. 사람들은 이 안에서 콘텐츠에 대해 평가하고 경제적 가치를 부여하고 나눠 갖는다. 맛집 정보를 모으고 그 정보에 가치를 매기고 정보를 모은 사람에게도 경제적 보상을 한다. 코인을 통해 상거래도 벌어진다. 농산물을 팔기도 하고 커피숍에서 커피를 살 수도 있다. 그중에서도 핵심은 콘텐츠에 대한 경제적 보상 시스템이다. 스팀 이후에 발표되는 수많은 콘텐츠 혹은 미디어 관련 코인들은 거의 스팀의 설계를 변형하고 있다고 한다.


그렇다고 스팀잇이 콘텐츠 유통 플랫폼의 새로운 대세가 되긴 쉽지 않아 보인다. 블록체인의 ‘맛’을 보여주긴 했지만 블로그 서비스라는 한계가 분명하기 때문이다. 블로그 스타일의 콘텐츠 플랫폼은 소셜미디어들과 결정적 차이가 있는데 바로 콘텐츠에 ‘제목’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즉, 정제된 ‘글’을 올리도록 유도하고 있다. 콘텐츠 유통 플랫폼은 트위터와 페이스북이라는 ‘타임라인’ 중심의 소셜미디어 1세대에서 스냅챗이나 인스타그램의 스토리 기능처럼 ‘떴다 사라지는’ 소셜미디어 2세대로 넘어가고 있다. 트위터는 ‘지저귄다’는 어원처럼 제목이 없는 ‘날글’을 쓰는 시대를 열었다. 페이스북 시대로 넘어오면서 유저들이 올리는 콘텐츠에서도 사진과 동영상이 중심이 되기 시작했다. 스팀잇이 변화할 가능성도 있지만 지금의 스팀잇으로는 콘텐츠 유통의 중심이 되기 어렵다. 그렇다고 해도 스팀잇은 콘텐츠의 추천과 경제적 가치를 연결하는, 콘텐츠 기반의 코인이코노미라는 새로운 시대를 열어젖힌 서비스임은 분명하다.


‘뉴스’로 코인이코노미는 가능한가


코인이코노미는 뉴스에도 적용될 수 있을까. 스팀잇을 시작한 이후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질문이었다. 이 질문의 답을 구하려면 먼저 뉴스가 자체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지를 살펴봐야한다. 시장을 형성할 수 있어야 코인이코노미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인터넷 시대로 접어들면서 콘텐츠 시장의 경계는 무너지고 있다. 검색하기 위해 포털에 들어갔다가 뉴스를 보는 것인지 뉴스를 보기 위해서 포털앱을 여는 것인지 사용자들은 명백하게 구분할까.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에서 뉴스만을 골라보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유튜브에서 재미있는 동영상과 뉴스 동영상은 그저 수많은 동영상 중 하나다. 뉴스 제공자들은 뉴스라는 콘텐츠를 구분할지 모르지만 사용자 입장에서는 구분해서 소비하지 않는다. 즉 뉴스는 콘텐츠 시장 전체의 일부이지 뉴스만 유통되는 시장은 없어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뉴스는 실시간으로 생산되는 새로운 콘텐츠다. 그 강력한 속성 덕분에 뉴스는 콘텐츠 시장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콘텐츠가 있는 곳에는 늘 뉴스가 있다. 사용자들에게 늘 새로운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포털이 쉽게 뉴스를 포기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페이스북이 성공한 중요한 이유 중 하나가 사용자들이 페이스북을 통해 뉴스를 접했기 때문이다. 지인들이 추천한 뉴스를 볼 수 있다는 장점을 얹으면서 페이스북은 삽시간에 사용자들을 확보했다. 사용자들을 확보한 콘텐츠 플랫폼들은 광고를 빨아들였다. 그 광고는 원래 뉴스의 원천이었던 신문과 방송의 것이었다. 광고시장이 콘텐츠 플랫폼으로 이동하면서 신문과 방송의 수익이 줄었다. 콘텐츠 플랫폼 성장에 중요한 역할을 했던 뉴스는 역으로 플랫폼이 성장할수록 수익기반이 줄어드는 악순환의 고리에 빠져들었다.


이 과정에서 수용자들은 뉴스에 대한 지불의사가 현격히 줄어들었다. 뉴스는 돈을 내고 보는 콘텐츠가 아니라 플랫폼에 늘 제공되는 ‘기본 콘텐츠’로 인식되고 있다. 이런 마당에 뉴스만을 가지고 코인이코노미를 형성하겠다는 것은 어쩌면 무모한 도전은 아닐까.


수용자들이 뉴스에 전혀 지불의사가 없는 것은 아니다.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종이신문이나 잡지를 구독하고 있다. 인터넷에서도 지불의사가 있는 수용자들이 꽤 있다. 민중의소리에는 정기후원이라는 이름의 구독 모델이 있다. 종이신문이 없고 인터넷을 통해서만 뉴스를 제공하는 매체들은 대개 정기후원을 받고 있다. 대부분 은행계좌 CMS나 신용카드 결제 시스템을 쓴다. 민중의소리에는 기자후원이라는 이름으로 콘텐츠에 후원하는 모델도 있다. 이것 역시 일종의 비용을 지불하는 것인데, 카카오의 스토리펀딩과 비슷한 개념이다. 스토리펀딩이나 민중의소리 기자후원의 경험을 보면 콘텐츠를 보고 ‘결제’하는 수용자들도 상당히 많다. 민중의소리의 경우 월별로 후원액이 쌓이는 시스템인데, 해당 월에 좋은 기사를 내면 후원액이 꽤 쌓인다. 많이 받는 경우에는 100만원을 훌쩍 넘길 때도 있다.


이런 후원이나 지불 모델들을 코인으로 시도해볼 수 있지 않을까. 스팀잇을 만든 스팀 진영에서 SMT라는 개념을 선보였다. 블록체인 기술이 없어도 스팀 기반으로 누구나 토큰을 발행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스팀이라는 큰 코인이코노미 안에서 특정한 서비스에 특화된 화폐를 만들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다. 대신 이 토큰이 어떻게 활용되고 어떤 토큰이코노미를 형성할 것인지를 밝히도록 했다. 예를 들면 민중의소리에서 정기구독이나 콘텐츠 후원에 쓸 수 있게 하겠다고 밝히고 토큰을 만드는 것이다. 블록체인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스팀의 SMT에 상당한 관심을 표하고 있다. 블록체인을 더욱 쉽게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리기 때문이다.


문제는 민중의소리 토큰이 규모를 형성할 수 있느냐다. 한국 뉴스사이트 중 정기후원 모델로 성공한 사례로 뉴스타파가 꼽힌다. 약 4만여 명의 후원자를 끌어 모았다. 이들이 모두 토큰으로 후원한다고 해도 4만 명이다. 고작 4만 명이 쓰는 화폐가 화폐로 가치를 가질 수 있을까. 그냥 지배적인 코인을 후원하거나 구독하는 게 편하지 않을까. 영어권의 매체라면 한 번 시도해볼 수 있을지 몰라도 한국에서는 참 쉽지 않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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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저널리즘의 한계를 극복하는 아이디어


‘시빌(Civil)’이라는 서비스가 준비되고 있다. 블록체인 기반의 뉴스미디어를 표방하고 있다. 자립 가능한 저널리즘 모델을 만들어보겠다는 야심찬 시도다. 잠깐 들여다보자.


시빌에는 일단 뉴스제작자가 있고 독자가 있다. 언론계 전문가로 구성된 저널리즘 자문위원회가 있고 뉴스룸 관리자와 팩트체커가 있다. 시빌에 가입하면 CVL이라고 불리는 토큰을 살 수 있다. 이 토큰은 기사를 볼 수 있는 열람권이기도 하고 시빌 내부에서 투표를 할 수 있는 권한과 영향력이기도 하다.


시빌에는 누구나 뉴스룸을 만들 수 있다. 뉴스 제작자가 취재 계획과 목표를 올리면 투표를 통해 경쟁을 하고 경쟁에서 선발된 제작자의 뉴스룸이 만들어진다. 정확히는 입찰방식으로 이뤄진다. 뉴스룸 관리자는 애초 결정된 뉴스룸의 헌장에 따라 뉴스룸을 관리한다. 콘텐츠가 제작되면 이를 퍼블리싱할 것인지 말 것인지 전문가들의 투표로 결정된다. 이들은 서로를 모르기 때문에 담합이 불가능하다. 팩트체커들은 사실을 확인하는 역할을 한다. 저널리즘 자문위원회는 저널리즘 윤리가 잘 지켜지는지 살펴보고, 분쟁이 발생했을 때 조정하는 역할을 한다. 이들 참여자들은 서로 자기 역할을 하면서 경제적 가치를 나눠갖는다.


지금껏 저널리즘에서 제기된 여러 문제점들을 해결하는 아이디어들로 가득하다. 일단 매체 내부의 권력집중을 해체했다. 뉴스 제작자들의 취재계획을 ‘데스크’에게 발제하는 것이 아니라 독자들에게 공표한다. 독자들이 관심과 후원을 받으면 취재에 들어가는 것이다. 최근 많이 시도되고 있는 집단지성을 통한 팩트체킹을 전면적으로 도입했다. 뉴스룸 외부에 팩트체커를 둔 것이다. 대신 팩트체커들은 정확도를 심사받고 기록으로 남는다. 뉴스 제작자의 신뢰도는 물론 팩트체커의 신뢰도도 평가하는 방식으로 운영되는 것이다. 애초에 뉴스를 보겠다고 한 독자들의 돈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원천적으로 자립 가능한 뉴스 제작 시스템이다.


시빌은 2018년 서비스를 개시한다고 밝혔다. 뉴스로 코인이코노미가 형성 가능한지 중요한 시도가 될 전망이다. 시빌이 성공한다고 해도 과연 한국에 적용 가능한지는 불투명하다. 일단 시빌의 성공이 저널리즘 환경을 다 바꿀 가능성은 적다. 좋은 매체가 하나 더 등장하는 수준에 그칠 가능성이 있다. 마치 소셜미디어 시대에 등장한 복스(VOX)나 쿼츠(Quartz) 등도 좋은 매체와 사례로 꼽히지 미국 저널리즘을 바꿨다고 보긴 어려운 것처럼 말이다. 또 다른 문제는 언어다. 다른 서비스와 다르게 뉴스는 한국어라는 ‘언어’의 한계를 벗어날 수 없다. 한국어 사용자는 많아야 6천만이다. 실제 인터넷 사용자는 3,500만~3,800만으로 추산되고 있다. 그중 뉴스만을 위해 투자하는 인구는 얼마나 될까.


저널리즘, 블록체인이라는 '다가올 환경'에 적응해야


블록체인이 콘텐츠 시장을 바꿀까. 많은 전문가들이 아직까지는 ‘가능성’이 있지만 ‘확정적’이라고 예단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블록체인 시대가 오든 그렇지 않든 그 시대를 외면하는 것은 답이 아니다.


뉴스만을 가지고 코인이코노미를 설계하긴 쉽지 않다. 하지만 콘텐츠 시장을 기반으로 코인이코노미가 설계되고 유저 확보에 성공한다면 그 시장에서 뉴스는 힘을 발휘하게 될 것이다. 뉴스는 자체로 구매력이 있는 콘텐츠 영역은 아니지만 콘텐츠 시장에서 뉴스 콘텐츠들은 상당히 많이 소비되고 구매(혹은 후원)가 일어나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에서 가장 주목받는 언론사인 JTBC는 고전적 의미의 저널리즘, 손석희 사장 표현에 따르면 ‘저널리즘의 본령’인 취재와 보도에서도 박수를 받고 있지만 변화된 환경에 잘 적응한 언론사로 꼽히기도 한다. 방송 뉴스만이 아니라 소셜미디어에서만 볼 수 있는 라이브를 하고 있고 모바일에 맞는 스타일의 클립들도 생산한다. ‘좋은 콘텐츠’라는 필요조건에 ‘새로운 스타일과 전략’이라는 충분조건이 만나 지금의 영향력을 확보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블록체인에 저널리즘이 대응한다는 것이 꼭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매체를 만들거나 자체의 서비스를 만드는 것만은 아니다. 소셜미디어가 콘텐츠 중심이 됐다고 해서 언론사가 소셜미디어를 만드는 도전을 하는 것만이 의미가 있다고 보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블록체인 시대가 온다는 것은 언론의 환경이 변하는 것이다. 변화하는 환경에 제대로 적응하는 것이 중요하다. 새로운 시대의 ‘맛’을 느껴보기 위해서라도 스팀잇 계정을 한 번쯤 만들어보길 권한다.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단맛’에 일단 짜릿함을 느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