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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곰곰 Aug 16. 2021

베개에 머리 대면 잠드는 사람

베개에 머리를 대면 잠에 든다. 길어도 5분 내로 잠이 든다. 하루에 햇빛을 충분히 받아놔야 한다. 움직임도 적당량을 채워야 피곤함도 그만큼 채워진다. 일단 이를 잘 닦고 세수를 하고 머리는 바삭 말리는 게 좋고 얼굴에 로션을 바른다. 잠옷은 몸을 쪼이지 않는 넉넉하거나 편한 옷을 입는다. 핸드폰을 보면 안 된다. 아침에는 보고 싶을 수 있으니 충전기를 잘 꼽아 놓고 숨긴다. 베개가 내 머리 모양에 잘 맞아야 한다. 이불은 너무 얇아도 두꺼워도 안되고 내 발까지 충분히 덮는 길이 여야 한다. 매트리스는 단단하고 푹신한 게 좋다. 그럼 잘 누워서 이불도 잘 덮고 눈을 감는다. 그러고 나면 나는 잠이 든다.








가끔 5분이 지나도 잠이 안 올 때는 숨을 깊게 들이쉬고 내쉰다. 이왕이면 코로 들이쉬고 내쉰다. 입으로 내쉬면 목이 말라 물을 마시러 일어나야 될지도 모른다. 숨을 일곱 번 이상 깊게 쉬었는데 잠이 오지 않는다면 일단 다시 눈을 감는다. 눈을 감고 내 머릿속이 온통 하얗거나 까맣다고 상상한다. 그리고 스스로 움직이는 붓을 상상한다. 붓으로 없을 무 한자를 한 획 한 획 정성스럽게 그리는 상상을 한다. 절대 빠르게 휙 휙 그려도 안되고 쓱 쓱 대강 그려도 안된다. 한 획 한 획 정말 정성스럽게 꺾어야 될 곳은 꺾고 흐르듯 흘러야 될 획은 또 흐르듯 그린다. 그러다 보면 모든 생각이 사라지고 나는 잠이 든다.




그래도 잠이 오지 않는다면 포도맛이 나는 멜라토닌 젤리를 먹고 다시 숨을 깊게 들이쉬어보거나 아직 잘 때가 아닌 게 분명하니 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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