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개에 머리를 대면 잠에 든다. 길어도 5분 내로 잠이 든다. 하루에 햇빛을 충분히 받아놔야 한다. 움직임도 적당량을 채워야 피곤함도 그만큼 채워진다. 일단 이를 잘 닦고 세수를 하고 머리는 바삭 말리는 게 좋고 얼굴에 로션을 바른다. 잠옷은 몸을 쪼이지 않는 넉넉하거나 편한 옷을 입는다. 핸드폰을 보면 안 된다. 아침에는 보고 싶을 수 있으니 충전기를 잘 꼽아 놓고 숨긴다. 베개가 내 머리 모양에 잘 맞아야 한다. 이불은 너무 얇아도 두꺼워도 안되고 내 발까지 충분히 덮는 길이 여야 한다. 매트리스는 단단하고 푹신한 게 좋다. 그럼 잘 누워서 이불도 잘 덮고 눈을 감는다. 그러고 나면 나는 잠이 든다.
가끔 5분이 지나도 잠이 안 올 때는 숨을 깊게 들이쉬고 내쉰다. 이왕이면 코로 들이쉬고 내쉰다. 입으로 내쉬면 목이 말라 물을 마시러 일어나야 될지도 모른다. 숨을 일곱 번 이상 깊게 쉬었는데 잠이 오지 않는다면 일단 다시 눈을 감는다. 눈을 감고 내 머릿속이 온통 하얗거나 까맣다고 상상한다. 그리고 스스로 움직이는 붓을 상상한다. 붓으로 없을 무 한자를 한 획 한 획 정성스럽게 그리는 상상을 한다. 절대 빠르게 휙 휙 그려도 안되고 쓱 쓱 대강 그려도 안된다. 한 획 한 획 정말 정성스럽게 꺾어야 될 곳은 꺾고 흐르듯 흘러야 될 획은 또 흐르듯 그린다. 그러다 보면 모든 생각이 사라지고 나는 잠이 든다.
그래도 잠이 오지 않는다면 포도맛이 나는 멜라토닌 젤리를 먹고 다시 숨을 깊게 들이쉬어보거나 아직 잘 때가 아닌 게 분명하니 일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