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세 문과출신 N잡러 이야기
친구는 사람에게 어떤 의미일까요? 벗, 막역지우, 지음, buddy, mate 등 친구를 표현하는 많은 단어가 있습니다. 부정적인 의미는 거의 없습니다. 그만큼 친구는 누구에게나 소중한 존재이지요. 내가 힘들 때 힘이 되어주고, 기쁠 때는 같이 기뻐해 주는 존재. 친구는 그러합니다.
그렇지만, 퇴사 이후 당분간은 친구를 ‘절대로’ 만나지 않는 것을 강력하게 추천드립니다. 왜일까요? 친구는 어디까지나 나와 과거를 공유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추억을 같이 나누는 사이이죠. 물론 현재도 희로애락을 공유합니다. 하지만, 퇴사 이후 미래를 생각해야 하는 시기에는 친구와의 만남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습니다.
너 정도라면 어디든 금방 취업할 수 있어. 널 못 알아보는 회사가 손해 보는 거야.
어떤가요? 듣는 것만으로도 힘이 납니다. 하지만, 친구는 이미 나에 대해서 일종의 ‘콩깍지’가 있습니다. 좋은 말만 할 수밖에 없지요. 그리고 직장에서의 나의 업무능력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고 있기도 합니다. 특히 비자발적으로 무직이 되었을 때는 심리적으로 엄청나게 치명타를 입고 있는 상황이기에 친구와의 대화(특히 술자리에서의)는 매우 감정적이 되기 쉽습니다. 자기 연민과 좌절감, 막연한 자신감이 섞이게 되죠. 다음날 남는 것은 피곤함과 더 깊은 좌절, 그리고 이직을 알아보려 할 때 매우 위험할 수 있는 근자감(근거 없는 자신감)입니다.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평가해서 나에게 적합한 자리를 찾아야 합니다. 그리고 어딘가와 인연이 될 때까지는 끝없는 기다림과 함께해야 합니다. 이때 친구를 만나게 되면 그동안 참아온 감정이 폭발하면서 자신이 무너지기 쉽습니다.
그래서 저는 해고 후, 약 반년이 넘는 시간 동안 일부러 친구들을 만나지 않았습니다. 그저 만나서 백수 되었다고 자랑(?)하면서 위로를 받기보다는 비록 해고를 당했지만 다시 새롭게 무엇인가를 하고 있다고 말하고 싶었습니다. 무엇인가를 이루어야 하는 시기, 반드시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닙니다. 기존에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을 폐기하는 것도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