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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뷰티펄 Feb 15. 2019

어디까지 왔어?

2월 15일


이번 주는 유난히 늦게 끝나는 일정이 많다. 지금도 아직 집에 도착하지 못했다. 지하철을 타고 가는 중인데  메시지가 도착했다.


"딸, 어디까지 왔어?"


가로등 없는 집 앞 골목을 뛰어다니는 내가 걱정돼서 편히 주무시지 못하는 아빠의 메시지였다.


"지하철 타고 가고 있어요. 괜찮으니까 주무세요."


"딸 무서워서 뛰어 올라오잖아. 아빠가 편의점 앞으로 나가서 기다리고 있을게."


이제 그럴 나이가 아닌데도 여전히 아빠는 내가 걱정이신가 보다. 괜찮다고 했는데도 기어이 나오신다고 하시니 막을 수가 없다.


"아빠가 너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딸이 아빠의 깊은 속을 알아? 아빠는 죽어서 무덤 속에 들어가서도 딸 생각만 할걸?"


과한 아빠의 애정표현에 무뚝뚝하게 반응하는 딸이지만 아빠 마음을 아주 조금은 알고 있다. 그래서 부모는 죽어서도 자식 걱정뿐이라는 말이 있나 보다. 추운 겨울밤에 편의점 앞에서 나를 기다리고 계실 아빠와 따뜻한 음료 하나씩 들고 한쪽 팔은 팔짱을 끼고 천천히 집에 가야겠다.


나는 죽어서 무덤 속에 들어가서도 아빠한테 사랑받고 살았던 기억으로 행복할 것 같다는 말씀도 전해드려야겠다. 좋아서 히죽히죽 웃으실 아빠 모습이 벌써부터 눈에 선하다.


빨리 지하철에서 내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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