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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뷰티펄 Feb 16. 2019

정 짧고 의리 없는 사람

2월 16일


피로가 쌓인 한 주를 정리하고자 오늘은 작정하고 쉬기로 했다. 평소 잘 보지 않는 TV도 틀어놓고 편히 누워서 한가로운 주말을 보냈다.


오래전 종영한 드라마가 연속으로 재방송되고 있었다. 결혼을 준비하던 남녀가 남자의 일방적인 통보로 파혼을 했다. 여자는 창피한 마음에 부모님께 차마 자신이 남자에게 차였다는 말을 할 수 없었다. 자기가 마음이 변해서 결혼을 할 수 없다고 거짓말을 하고 엄마에게 두드려 맞았다.    


한참 시간이 흘러 모든 진실을 알게 된 여자의 엄마는 목 놓아 운다. 자식이 그런 상처를 안고 아픈 줄도 모르고 딸에게 모질게 대한 자신을 용서하기 힘들었다. 그러고는 아침 밥상에서 말했다.  

  

“당한 건 억울하고 속에서 천불이 나지만 그래도 다행이야. 남녀 사이에 가장 나쁜 사람이 정 짧고 의리 없는 사람인데, 내 딸이 그런 사람은 아니라니 그걸로 됐어. 나는 내 딸이 그런 사람인 줄 알고 누구한테 좋은 짝이 될 만한 사람은 못되나 보다 생각했어.”    


엄마의 진심에 꾸역꾸역 밥을 먹던 여자는 눈물을 참지 못한다. 사랑은 변하는 거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주인공의 엄마 말씀처럼 사랑에는 정과 의리가 함께 있다. 사람 마음이 마음대로 되는 건 아니기에 변할 수는 있어도 어느 정도 책임감도 가져야 한다.     


‘정 짧고 의리 없는 사람’이라는 말이 오늘 내 귓가에서 떠나지 않는다. 이제 누군가 내게 이상형이 어떻게 되냐고 묻는다면, ‘정 길고 의리 있는 사람’이라고 말하고 싶다. 정이 많은 거와 달리 오래갈 수 있는 우직한 사람, 그래서 자연스레 의리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사람이 좋다.    


그러기 위해서 내가 먼저 그런 사람이 되어야겠다. 내가 좋은 사람이 되면 좋은 사람을 만날 수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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