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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뷰티펄 Feb 17. 2019

꽃이 1회용이라니요!

2월 17일


학창 시절과 이렇게 멀어진 건지 졸업시즌이라는 걸 전혀 모르고 지냈다. 며칠 전 미팅이 끝나고 함께 걸어 나오는데 길가에 꽃다발이 한가득 나와 있었다. 꽃가게에서 행사를 하는 건가 생각했는데 갑자기 학생들이 우르르 몰려나왔다. 손에는 비슷비슷한 꽃다발을 안고 시끌벅적하게 친구들과 떠들고 있었다.    


“저 학교에 행사가 있었나 보네요.”    


무심하게 말하는 내게 다른 사람들은 ‘뭐라는 거야?’라는 눈빛으로 모두 나를 바라보았다.    


“왜요?”    


“이번 주 졸업시즌이잖아요. 졸업하는 애들 같은데요. 그래서 꽃가게마다 저렇게 난리인 것 같고요.”    


“아.... 졸업 시즌이구나. 몰랐네요.”    


멋쩍게 웃는 내게 학창 시절과는 멀어지고 챙겨야 할 조카나 자식이 있지 않으니까 그럴 수 있다고 했다. 그 대화는 곧 ‘꽃’이 선물로서 얼마나 값어치가 있느냐 하는 이야기로 이어졌다. 남녀가 다른 생각으로 한창 논쟁을 벌였는데, 결국 마지막 한방은 “꽃은 예쁘나 안 예쁘나 비싸나 안 비싸나 어쨌든 1회용이잖아요. 그러니 필요 없는 선물인 거죠.”라는 말이었다.    


그 말을 들은 여자들이 약속이나 한 듯, “꽃이 1회용이라니요!”라며 언성을 높였다. 요즘은 보관하기 편하게 말려서 나오는 드라이 꽃도 있고 예쁘고 오랫동안 보관할 수 있는 꽃들도 많다. 그런 것을 모르는 남자들은 여전히 꽃은 여자들이 좋아서 선물은 해주지만 별 필요 없는 것으로 여기고 있었다.    


사람을 가깝게 해주는 선물 중에 꽃은 빼놓을 수 없다. 기쁘고 슬픈 날 없어서는 안 될 것 중에 하나이기도 하다. 꽃은 사람 감정을 건드린다. 설렐 때는 더욱 설레게, 기쁠 때는 더욱 기쁘고 빛나게, 슬플 때는 고요하게, 그에 맞는 모양과 향기로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인다.    


꽃은 1회용이 아니라 한 사람의 마음속 깊은 곳에 여운과 향기를 남기는 생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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