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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뷰티펄 Feb 18. 2019

우리 만나서 커피 한잔합시다

2월 18일


얼마만인지 정확히 기억도 안 날 만큼 오랜만에 시집을 선물 받았다. 이 떨림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시집을 선물하는 마음은 무조건 예쁘다고 믿는다. 시집 한 권 건네는 게 뭐 그리 대수냐고 할 수도 있지만 시집은 영혼의 선물이다. 선물 받은 시집을 읽으며 내 안에 울림을 어떤 언어로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 한동안 가방 속에 넣고 버스에서, 지하철에서, 수시로 여러 번 읽다가 불현듯 표현할 언어가 떠오르면 다시 적어야겠다.    


선물 받은 시집은 용혜원 시인의 <우리 만나서 커피 한잔합시다>이다. 언제 한 번 보자, 커피 한 잔 하자, 밥 한 번 먹자, 그냥 지나가는 인사로 끝내지 말고 만나자는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커피는 위로이자 휴식이고 만남이자 여행이다. 삶을 살아가는 동안 우리를 아프게 하는 것들도 무수히 많지만 그만큼 우리는 위로하는 것도 많다.     

시인은 잠시 쉬어가도 좋다는 위로의 매개체로 본인이 즐겨 마시는 ‘커피’를 답으로 내놓는다. 짓누른 삶의 무게를 커피 한 잔으로 모두 털어낼 수는 없겠지만 그것마저 허용되지 않는다면 얼마나 불쌍한 인생일까.    


‘우리 만나서 커피 한잔합시다’는 가볍게 툭 던지는 말 같지만 그 속에는 사람과 사람이 있고 사람과 사람을 잇는 만남과 인연이 있다. 커피를 마시는 이유와 상황은 다양하다. 사람들에게 ‘커피’란 어떤 존재일까 궁금해졌다. 커피를 마시지 않는 나에게는 커피 대신 ‘차(tea)’를 대입시켜 생각해봐야겠다.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할 때, 좋은 사람이랑 대화할 때, 유난히 힘든 날, 기쁜 날, 언제 어디서나 함께하는 커피는 이제 사람과 떼레야 뗄 수 없는 존재가 된 것만은 확실하다. 시집이 손때 묻은 책이 될 때쯤, 문득 생각나는 사람에게 연락해서 말해야겠다.    



우리 만나서 커피 한잔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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