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와 상사를 이해하는 기질 심리학
일보다 사람이 더 힘들어요.
기질 심리학 강의에서 가장 자주 듣는 말 중 하나다. 그리고 그 사람이 일하는 곳이 직장일 경우, 그 감정은 더 복잡하고 깊다. 상사의 말투에 자꾸 상처받는 사람, 일은 잘하지만 감정 기복이 심한 동료 때문에 불편한 사람, 책임감은 넘치는데 너무 예민해서 다가가기 어려운 팀원, 아무 감정 없이 사람을 자르는 듯한 상사. 이런 사람들과 매일 함께 일해야 한다는 건 성격 차이 이상의 스트레스를 만든다.
우리는 종종 묻는다.
“도대체 왜 저 사람은 그렇게 반응하는 걸까?”
그리고 또 이렇게도 생각한다.
“내가 너무 예민한 걸까? 내가 문제인가?”
하지만 그 차이는 성격 이전의 이야기일 수 있다. 바로 기질이다.
기질은 사람이 세상을 받아들이는 기본 반응 경향성이다. 쉽게 말해, 타고난 감각, 감정, 반응 속도의 차이다. 기질은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직장 내 갈등을 만든다. 어떤 사람은 정확하고 꼼꼼하게 일하지만, 느리고 조심스러워서 빠른 결정을 내려야 할 때 스트레스를 받는다. 어떤 사람은 빠르고 유연하게 생각하지만, 세부를 놓치는 일이 많아 꼼꼼한 동료에게 자주 지적당한다. 어떤 사람은 관계 중심적이고 팀 분위기를 중시하지만, 무뚝뚝하고 말 없는 상사와 함께 일할 때 외롭고 무력감을 느낀다. 어떤 사람은 논리 중심적이고 감정 표현이 약해서 감정적인 피드백을 받으면 당황하고 대화 자체를 피하려고 한다.
이런 차이들은 단지 성격 차이라는 말로는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다. 이 차이는 타고난 기질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다.
우리는 서로 다른 언어를 쓰고 있었다.
기질은 타고난 심리적 언어다. 하지만 우리는 직장에서 다른 기질의 언어를 번역하지 않은 채 주고받는다. 빠른 결정을 선호하는 상사는 조심스럽고 신중한 기질의 부하 직원에게 답답함을 느낀다. 감정에 예민한 직원은 피드백을 직설적으로 던지는 상사의 말에 깊은 상처를 입는다. 분위기를 먼저 읽는 사람은 분위기를 잘 못 읽고 혼자 말이 많은 동료에게 피로감을 느낀다. 결국, 누구도 잘못은 아니다. 서로의 기질을 이해하지 못했을 뿐이다.
기질이 다르면, 갈등도 다르게 일어난다. 심리학에서는 사람마다 갈등에 접근하는 스타일이 다르다고 본다.
케네스 토마스(Kenneth W. Thomas)와 랠프 킬만(Ralph H. Kilmann)은 사람들의 갈등대응 유형을 5가지로 분류하고, 전략적인 관리방법을 제안했다.
경쟁형: 이기고 싶고 상대보다 우위를 점하고 싶어 한다. 독단적이고 일방적인 단점만 부각되어 보일 수 있지만 효과적인 해결을 위해 경쟁이 필요한 상황도 있기 마련이다. 비상시와 같은 신속하고 결단력 있는 행동이 필요할 때, 조직 전체의 생존을 위해 반드시 경쟁이 필요한 상황일 때 사용한다.
회피형: 부딪히는 걸 피하고 불편하면 조용히 물러난다. 독단적이지 않지만, 타인에게 협조적이지도 않은 태도를 보인다. 즉시 결정을 내리기보다는 더 많은 정보가 필요할 때, 당사자보다 제3자가 더욱 효과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가능성이 있을 때 필요하다.
타협형: 나와 상대의 욕구 간에 균형을 지키려는 유형으로 협조성과 독단성이 중간 정도다. 상호 간 양보를 통해 약간의 이익을 보는 당사자와 약간의 손해를 보는 당사자가 나오게 되므로 당사자 모두가 만족한다. 다만 ‘기브 앤 테이크(Give and Take)’로 찾은 타협이 때로는 장기적인 목표나 방향에서 벗어난 제3의 결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동등한 협상력을 가진 당사자들이 서로 원하는 바가 강력해 양보하기 어려울 때,
현재의 상황이 복잡해 잠정적 또는 임기응변적인 해결이 필요할 때 사용한다.
협력형: 함께 해답을 찾으려 한다. 다만 시급히 해결해야 하는 문제에 있어서 지나친 협력은 시간을 지연시키는 역할도 할 수 있다. 당사자 양측의 관심사가 너무 중요해서 통합적인 해결안이 필요할 때, 해결로 구성원에게 동기부여가 되고, 돈독한 신뢰관계 구축이 가능하다고 판단될 때 필요하다.
수용형: 자신의 이익을 양보하거나 포기해 의견이 대립되는 문제를 관리, 해소하려는 방식으로 상대방과의 관계를 좋게 유지하려는 성향이 높은 사람들이 주로 보이는 태도다. 좋은 관계 유지를 위한 본인의 니즈를 충족시킬 수는 있으나, 지나칠 경우 양보를 받는 상대방의 입장이 독단적으로 비칠 수 있어 오히려 불편한 관계로 전환되기도 한다. 더 복잡한 문제 해결을 위해 지금 단계에서 우선 상대방의 신뢰가 필요할 때, 상대방의 의견이 자신의 의견보다 더 옳거나 중요하다고 판단될 때 필요하다.
이 다섯 가지 유형은 사람의 성향처럼 보이지만, 더 깊이 들어가 보면 기질의 영향도 크게 작용한다. 가령, 회피형인 사람은 감정 기질이 예민해서 갈등 자체를 감당하기 어려울 수 있고, 경쟁형은 사고 중심 기질이 강해서 이성적으로만 문제를 해결하려 들 수 있다. 즉, 기질이 다르면 갈등 자체를 받아들이는 감정의 방향이 달라진다. 그래서 기질을 알면, 감정 소모가 줄어든다. 기질을 이해한다고 해서 모든 갈등이 해결되지는 않지만 감정 소비를 줄일 수 있다.
“내가 잘못한 건가?”
“왜 저렇게 예민하게 반응하지?”
“왜 나만 이렇게 힘들지?”
이런 질문들이 줄어든다. 상대를 바꾸려는 욕구 대신, 이해하려는 시선이 생기기 때문이다. 관계를 개선하려는 노력은 때로는 서로를 바꾸려는 고집이 아니라 서로를 있는 그대로 이해하려는 용기에서 시작될 수 있다.
기질을 알면, 그 용기가 조금 더 쉬워진다.
이 글은 《관계와 삶을 바꾸는 기질 심리학》의 저자 강의에서 전해진 통찰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책에는 관계를 이해하고 삶을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되는 수강생들의 실제 사례, 심리학 이론, 연구, 질문들이 담겨 있습니다.
– 기질 심리학 강의 속 실제 사례와 연구를 엮은 기질 심리학 입문서
– 자신과 타인, 관계를 더 이해하고, 감정 소모를 덜고 싶은 분께 추천합니다.
오늘도 당신의 감정 에너지가 너무 빨리 소모되지 않기를, 서로의 기질을 조금 더 가볍게 마주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