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군대가 정말 그런가요?

국방일보 기고문(2021. 10. 20.)

by 단순 단단 단아

공군 이 중사 사망사건이 언론에 알려진 후 저에게 많은 분이 물었습니다.

“아직도 군대가 그런가요?”

저는 그 질문에 제대로 답하지 못했습니다. 부사관들이 느꼈던 불안을 장교 출신인 제가 공감하는 척해도 그들의 일상을 전부 알 수는 없으니까요.

최근에 드라마 ‘디피(D.P.)’가 화제가 된 후 군사경찰 장교였던 저는 똑같은 질문을 받았습니다.

“아직도 군대가 그런가요?”

저는 그 질문에도 아니라고 자신 있게 답하지 못했습니다. 군사경찰로 누구보다 많은 병사의 사건 사고를 접하고 그들의 삶을 살펴보았다고 생각하지만, 탈영과 죽음까지 생각하는 병사들의 생활을 바닥까지 알 수는 없을 테니까요.

박은정 공동위원장님도 야전의 병사들과 초급간부들에게 똑같은 질문을 하셨습니다.

“아직도 군대가 그런가요? 아니라면 이 중사 사망 사건은 우연과 우연이 겹친 아주 예외적인 사건인가요?”

이 질문에 그들은 대부분 조심스럽게 대답했습니다. 우연이 겹쳐 일어난 예외적인 사건이 아니라 오늘도 우리 부대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반면 국방부는 같은 질문에 병영 부조리 근절을 위해 노력하고, 병영환경이 바뀌어 가고 있다고 답변했습니다.

저는 2014년 육군28보병사단 고(故)윤 상병(추서 계급) 사망사건 재판을 현장에서 지켜보았습니다. 그 후 ‘병영문화혁신’을 위해 간부와 병사들이 함께 노력해 완전하지는 않지만 큰 변화를 만들었습니다. 무엇보다 군도 변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경험을 갖게 됐습니다. 의지만 있다면 우리 군은 대한민국 어느 조직보다 빠르게 변할 수 있습니다. 군이 변하면 대한민국도 변합니다. 병사와 초급간부의 인권 수준이 바로 대한민국 인권 수준이기 때문입니다.

이 중사의 죽음과 부실급식 문제에 대한 많은 국민의 분노로 민·관·군 합동위원회는 시작했습니다. ‘정의와 인권 위에 강하고 신뢰받는 군대 육성을 위한’이라는 길고 거룩한 수식어도 달아야 했습니다. 정의롭지 못하고 비인권적인 조직은 결코 강하고 신뢰받는 조직이 될 수 없고 전쟁에서 승리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우리 위원들은 제도만 살피는 것이 아니라 현장 목소리를 듣기 위해 야전의 군인들을 만났습니다. 위원들의 질문에 당황해하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의 질문이 야전의 일상과 동떨어진 다른 세상의 질문인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했습니다.

위원들은 국방부의 문을 두드려 변화를 만들어 내고자 많은 노력을 했습니다. 위원회 권고가 모든 것을 담을 수 없었습니다. 실행과정에서 더 큰 어려움이 있을 것입니다. 위원회 활동 종료 후에도 우리 위원들은 국민의 한 사람으로 돌아가 군의 변화를 계속 지켜보고 지원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드라마 ‘디피’의 김보통 작가는 “내게 보이지 않는다고 없는 것이 아니고 이제는 좋아졌다는 망각의 유령과 싸우기 위해 ‘디피’를 만들었다”고 했습니다. 우리가 볼 수 없고 잘 느낄 수 없지만 잠수함 토끼와 탄광 속 카나리아는 숨을 헐떡이고 있지 않을까요?

이 중사의 죽음을 기억하면서 우리 군이 변화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기를 기대합니다. 지금도 묵묵히 나라를 지키는 장병들의 노고와 희생에 깊은 감사를 드리며 글을 마칩니다.


< 저작권자 ⓒ 국방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KakaoTalk_20211021_113132647.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