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잡음이랄까.
그렇다고
ASMR처럼 면접관에게 귓속말로 '츄르릅 쩝쩝'거리는 소리를 내라는 말은 아니다.
들어가기에 앞서,
이 글을 끝까지 읽을 정신적, 육체적, 경제적(?) 여력이 없다면 딱 한 가지만 기억할 것.
아는지 모르겠지만,
1분 자기소개만으로 면접에서 당락을 결정되는 경우는 없다. 다시 말해서 1분 PR을 아무리 잘해도 그것만으로 합격하는 경우는 없다. 다만, 1분 PR을 망쳤다면 면접이 끝날 때까지 그리 유쾌하지 못한 시간을 갖게 될 가능성은 높다. 자기 전엔 역시 이불 킥.
그러니 부디, 합격하는 1분 자기소개법이라는 각종 사탕발림에 낚이는 일이 없길 바라는 마음뿐이다.
"뚜.뚜..뚜...뚜.... 띠.띠.띠.띠..."
20여 년 전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던 고가의 공부 아이템이 있었다. 바로, '엠씨스퀘어'. 래퍼 아니다. 아무튼, 어느 날 갑자기 혜성처럼 나타난 엠씨스퀘어는 당시 공부 좀 한다 하는 중고등학생 및 학부모들에게 선풍적인 인기몰이를 했다. 최근 가방만 챙기고, 커피는 버린다는 스타벅스 '서머 레디 백' 정도의 인기랄까.
지금 생각해보면 집중력 향상 보조기구라기보다는 미래로 가는 타임머신이 가까웠다. 듣는 순간 다음날 아침이 되는 마법. 원래 미국의 명상 기기를 따라 만든 제품이라는 걸 알았을 땐 이미 늦은 후였다. 어쨌든 공부에 집중을 하든, 수면에 집중을 하든 뭔가에 '집중'하게 만들어주는 효과는 어느 정도 있었다고 봐야 한다. 그것이 플라시보 효과라 할지라도.
우리 주변에는 본의 아니게 집중력을 높여주는 소리가 있다. 흔히 '백색소음(White Noise)'이라 불리는 소리다. 이는 '넓은 주파수 범위에서 거의 일정한 주파수 스펙트럼을 가지는 신호로, 특정한 청각 패턴을 갖지 않고 단지 전체적인 소음 레벨로서 받아들이는 소음'이다. 예를 들면 빗소리, 폭포 소리, 파도 소리, 시냇물 소리, 심장박동 소리, 진공청소기 소리, TV 지지직거리는 소리, 나뭇가지가 바람에 스치는 소리, 그리고 카페의 잡음 등이 있다.
그래서 일부 학생들이 너무 조용한 도서관보다 어느 정도 시끄러운 카페에서 더 공부가 잘된다고 하는 주장은 어느 정도 과학적인 근거가 있는 말이다. 다만, 아주머니 3명 이상이 모인 테이블 옆자리는 피하는 것이 좋다. 그렇지 않으면 드라마 '부부의 세계'보다 더 리얼한 남의 부부의 이야기 세계로 초대될지도 모른다. 자신에게 감춰진, 단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놀라운 집중력과 경청 능력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백색소음은 귀에 쉽게 익숙해지기 때문에 작업에 방해되는 일이 거의 없다. 오히려 거슬리는 주변 소음을 덮어주는 작용을 한다. 그리고 한국산업심리학회의 조사에 따르면 백색소음은 '집중력 47.7% 증가, 기억력 9.6% 증가'와 함께 '스트레스는 27.1% 감소'시켜준다고 한다.
당신의 '1분 자기소개'는 바로, 이 백색소음의 효과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취업에 성공하기 위한 마지막 관문은 면접이다. 서류전형을 위해 작성하는 걸로 착각하는 이력서, 자기소개서 등도 모두 면접을 위한 일환이다. 입사시험 점수가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채용의 경우도 있지만, 결국 면접을 못 보면 떨어진다. 아무리 코로나 19 사태로 시대가 바뀐다 해도 면접 없이 직원을 채용하는 기업은 거의 없다. 비대면으로 실시간 면접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어쨌든, 면접은 어떠한 형태로든 유지되고 그 비중은 더 높아진다. 그리고 면접의 시작은 대게 자기소개로 부터 시작한다.
그렇다면,
면접자들에게 1분 자기소개를 꾸준하게 요구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설득력 있는 이론(?)은 '1분 PR=시간 끌기'다. 면접관들은 면접자의 성심성의껏 준비한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방금 처음 봤다. 그런데 자기소개서의 경우 글자 수가 최소 1,500자에서 많게는 5,000자 정도다. 면접자가 1분 자기소개를 하는 그 시간에, 면접관은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훑어봐야 하는 극한직업이다. 게다가 짧은 시간 내에 한 사람을 평가해야 한다는 압박감과 피로감이 함께 쓰나미처럼 몰려오는 상황이다. 면접 볼 때는 가뜩이나 예민한 면접관들을 거슬리게 하면 안 되는 이유다.
그렇다면,
배고픈 와이프처럼 극도로 예민한 면접관들을 편안하고 기분 좋게 만들어주는 1분 자기소개는 무엇일까.
그 해답은 '백색소음의 효과'에서 찾아볼 수 있다.
백색소음은 귀에 쉽게 익숙해지기 때문에 작업에 방해되는 일이 거의 없다.
자기소개도 1분가량 되는 시간 동안 면접관이 당신의 이력서, 자기소개서를 읽는데 방해가 되면 안 된다. 그래서 백색소음처럼 적당하고 일정한 톤으로 담담하게 말하는 것이 좋다. 혼자 신입사원으로서 열정 넘치는 패기를 보여주겠다고 큰소리로 인사하거나, 강조한답시고 갑자기 중간에 톤을 바꿔버리면 면접관은 피곤해진다. 즉, 자기소개서를 읽는데 방해가 된다는 말이다. 면접관 심기 건드려서 좋을 건 없다. 운 좋게 입사하더라도 회사생활이 더 피곤해질 뿐이다.
백색소음은 '집중력 47.7% 증가, 기억력 9.6% 증가'와 함께 '스트레스는 27.1% 감소'시켜준다.
최고의 영업사원이나 최고의 사기꾼들은 상대를 처음 만났을 때 자신의 발톱을 감춘다. 그리고 편안한 분위기를 조성한 뒤, 일정한 톤으로 침착하게 말하며 집중시킨다. 그리고 믿게 만든다. 이후 어느 순간에 기회를 엿보다가 결정적인 순간에 자신의 발톱을 드러내며 사냥(설득)한다.
고수는 초반에 힘 빼지 않는다. 면접이 시작되는 1분의 시간 동안엔 면접관이 면접에 집중할 수 있도록, 당신이라는 존재를 잠시라도 기억하도록 했다면 성공이다. 그래서 면접관의 스트레스가 줄었다면 당신의 긴장도 줄어들게 된다. 면접의 시간 동안 한 명의 면접자에게 돌아가는 질문 횟수는 평균 3~4회 정도 된다. 야구에서 한 경기 동안 타자가 타석에 들어서는 횟수라고 생각해보자. 그렇다면 굳이 본 게임 시작도 안 했는데, 걸그룹 시구에 홈런 치겠다고 덤벼드는 정신 나간 타자를 본 적이 있는가?
정리하면,
1분 자기소개는 면접관이 당신의 '이력서, 자기소개서'를 짧은 시간 내에 집중해서 훑어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준다면, 그것으로 이미 성공이다.
1. 너무 짧고 간단하게 하면 안 된다.
면접관이 당신의 이력서 훑어보고 자기소개서 1번 항목도 아직 다 안 읽었는데, 벌써 끝나버리면 안 된다. 면접관에게 최소 45초~최대 50초의 시간을 주자. 인간적으로.
2. 굳이 강렬한 임팩트를 남겨줄 필요는 없다.
백색소음은 있는 듯 없는 듯, 들리는데 거슬리지 않는 정도다. 눈에 띌 필요도, 면접장에서 튈 필요도 없다. 면접관을 최대한 편안하게 해주자. 호감에 대한 확신은 질의응답을 통한 커뮤니케이션에서 생긴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가뜩이나 예민한 사람들이다.
3. 어설프게 비유하거나 어디서 주워들은 유명한 말은 절대 안 된다.
하나만 기억할 것. 내가 아는 말은 남들도 다 알고 있다. 그대가 하는 '비유'는 당신을 '비참'하게 만들 뿐이다.
4. 1분 자기소개 시, 면접관과의 아이컨택은 기대하지 말 것.
면접을 한 번이라도 본 사람은 이해할 것이다. 1분 자기소개를 하는 시간에 면접관과 아이컨택을 하겠다는 생각은 빨리 버리는 것이 정신건강에 좋다. 차라리 사람의 정수리를 바라보며, 자연스럽게 말하는 연습을 하는 편이 낫다.
5. 면접용 1분 자기소개를 만드는데, 너무 많은 시간을 낭비하지 말 것.
그 시간에 유튜브에서 웃긴 영상 찾아보면서 맘껏 웃는 편이 낫다. 미소 짓고 웃는 건 하루아침에 안 된다.
이렇게까지 말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차별화'를 통한 기가 막힌 1분 자기소개가 합격으로 가는 특급열차 정도로 믿고, 일말의 미련 따위가 남아있을지도 모를 이들을 위해 한마디만 더 하고 마치겠다.
만약에 남들과는 다른 '차별화된 1분 자기소개'를 하고 싶다면,
경마공원에서 '말 오줌 받기' 아르바이트 정도의 경험을 말해주면 된다. 면접관의 정수리 패스하고 다이렉트로 아이컨택을 할 수 있다. 그리고 눈을 보고 이렇게 말할 것.
"말 귀에 휘파람을 불어서 제한시간 내에 소변을 받아내는 저만의 스킬을 터득했습니다."
당신은 몇 년간 그 회사에 전설이 될지도 모른다. 취업의 당락을 떠나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