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HD의 '오늘도 무사히' [인트로]

진짜 나를 붙잡는 기록

by 비커밍fine

브런치에 글을 쓰기로 한 지 3일이 지났다. 가히 ADHD 환자답다. 이 연재는 ‘착수’에 어려움을 겪는 30대 직장인의 고군분투기다. ADHD 관련 책 리뷰와 사견도 담을 예정이다. 글쓰기를 무기로 ADHD에 대담하게 맞서겠다. 맞서 ‘보겠다’가 아니라 이번에는 ‘제대로’ 응수해 주겠다.


학창 시절 나는 왈가닥과 얌전함 사이를 시시때때로 오갔다. 중심이 흔들릴 법도 했지만 다행히 내겐 글쓰기가 있었다. 아날로그 글쓰기는 정체성과 세계관, 비전 등이 달아나지 않도록 붙잡았다. 매일 펜을 들다 보니 글로 먹고살게 됐다. 약 10년 동안 기자로서 세상을 기록해왔다.


모든 기자가 그렇진 않겠지만, 난 내 주변 이야기를 쓰다가 나를 놓치고 말았다. 일기장은 가끔 꺼내보는 물건에 지나지 않았고 내 중심은 바람 앞에 유약했다. 겨울바람에 쉼 없이 흔들리는 촛불처럼 내면의 혼란은 더욱 깊어져갔다. 평생의 동반자 ADHD를 만나게 된 이유다.


2019년까지 난 내가 ADHD 환자인지도 모르고 살았다. 뭔가 이상함을 감지한 건 2020년 봄. 일상에서 아주 사소한 일이 버겁게 느껴지고 마냥 미루고만 싶었다. 미룬다고 해서 그 여유를 만끽하는 것도 아니었다. ‘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이고 지고서 미루기를 거듭했다. 이 증상은 스멀스멀 업무 영역까지 번졌고, 결국 나는 떨리는 마음으로 동네 정신건강의학과를 찾았다. ADHD와의 첫 만남이었다.


아마 그날이 첫 만남은 아닐 것이다. ‘내 안에 오래도록 숨어있던 ADHD가 정체를 들킨 날’이라는 표현이 정확하다. ‘에이 설마’라고 속삭이며 다른 병원에도 가봤지만 역시나 ADHD라는 진단이 나왔다. 충동성과 거리가 먼 내가 ADHD라니 믿기지 않았다. 내 똥고집은 ADHD 관련 서적을 냅다 파기 시작했다. 납득할 때까지 읽고 또 읽었다.


언제부터, 어떤 증상이 나타났으며, 원인은 무엇인지, 합병증도 있는지, 어떻게 매일을 살아가고 있는지 등을 기록해 보겠다. 1차적 목적은 기록을 통해 나를 살리기 위함이지만 또 다른 목적도 있다. 소설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에는 이런 구절이 나온다.


스스로를 돕고자 세상으로 나가면 결국엔…… 투티(모든 사람)를 돕게 된다.



나는 기록의 힘을 믿는다.



오늘은 여기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