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앙라이는 벽화가 많다. 벽화는 시와 같아 일상의 글감을 주제삼아 한 폭의 벽에 함축적으로 표현하기 때문에 그림을 자세히 들어다 보면 중심이 되는 사물과 이야기를 발견할 수 있다.
ㅇ 치앙라이 버스터미널
대부분의 현지인과 여행자들에게 터미널은 생활의 기점과 종점이 되어주기 때문에 평화로운 치앙라이에서 가장 복잡한 곳은 버스터미널이다. 별 볼 것 없는 조그만 시골 버스터미널이지만 벽면 전체를 소박한 그림으로 장식해 놓았다.
버스터미널 뒤편 벽면의 주인공은 치앙라이 음지에서 살아가는 소수민족들이다.불명확한 태생 정보와 부재 등으로 시민권을 부여받지 못한 채 여전히 힘든 노동으로 살아가고 있지만 미소 띤 얼굴은 모두 동일하다. 그 뒤로 치앙라이의 깊은 산, 치앙라이를 건국한 맹라이왕, 치앙라이의 랜드마크인 황금시계탑과 백색사원이 장식한다.
치앙라이 버스터미널에서 출발하는 게이트 앞 기둥에도 벽화가 그려져 각지역별핵심 키워드를 살펴볼 수 있다. 치앙마이 파댓은 쌀과 공작새를, 파야오, 람팡지역은 폭포와 사원을, 치앙라이 매카찬은 호수와 도자기를, 치앙라이 치앙콩은 대형매기와 메콩강을 상징물로 그려놓았다.
ㅇ 도이창 마을
도이창은 커피마을로 유명하다. 태국 방콕의 유수의 카페들도 도이창에서 생산된 원두로 하우스 빈으로 브랜딩 하고 있다. 도이창 마을로 가는 길 벽화가 그려져 있다. 도이창 벽화로 살펴본 키워드는 아카족, 대나무그네, 커피, 전통의상으로 요약된다.
아카부족은 아니지만 도이창을 너무 사랑해 30여 년 전에 터를 잡아 식당을 운영하며 틈틈이 식당 앞벽에 직접그림을 그려왔다며 자랑스러워한다. 30년 넘게 도이창의 산을 지켜왔을 아주머니는 이미 아카족이 되어 그들의 수줍은 미소를 닮아있다.
ㅇ 매살롱 마을
도이 매살롱으로 알려진 이곳에도 벽화가 있다. 매살롱 마을의 벽화 키워드는 차밭, 판다, 국수가 눈에 띈다. 국공내전 등 정치적 불안으로 중국에서 태국 치앙라이 산속으로 숨어든 난민들의 정착촌인 이곳은 중국인마을로도 유명하다.
중국을 대표하는 판다와 고향에서 만들어 먹던 운남국수. 그리고 피난오기 전 대부분 차를 재배했던 그들은 고향의 차향을 그리워하며 벽화 속에 차밭을 그려 넣었다.
그래서일까. 그림 속에는 그들의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ㅇ 치앙라이 도심
치앙라이 도심의 주인공들은 아이들이다. 초등학생쯤 되어 보이는 남자아이는 스카우트 옷을 단정히 입고 학교로 향하고남색 치마와 하얀색 블라우스 교복을 입은 누나가 그 뒤를 따른다. 그 옆에는 긴 장대를 이용해 과일을 따는 형사이로 동네친구들이함께 모여 숨바꼭질을 하는 모습은 30여 년 전 우리가 해왔던 정겨운 모습 그대로다.하지만 치앙라이의 벽화는 세찬 비와 뜨거운 햇살로 점점 흑백사진처럼 바래지며 잊혀 가는 추억처럼 희미해져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