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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자신감 Sep 05. 2023

태국 방콕, 극한 직업

살림남의 방콕 일기 (#180)


태국의 길을 걷다 가장 많이 마주치는 이웃들은 배달 라이더와 랍짱(오토바이 택시) 기사들이다. 이른 새벽길부터 늦은 저녁까지 그들의 오토바이는 쉴틈이 없으며 뜨거운 날이든 비 오는 날이든 궂은 환경에서도 어디든지 부지런히 달려간다. 오토바이 배달 종사자 외에 음지에 숨은 태국의 노동자들은 많이 있다. 태국 속에 보일 듯이 보이지 수고로 경의를 표할만한 직업들 있다.


태국에서의 극한 직업은 정신적이든 육체적이든, 화이트칼라든 블루칼라든 상관없이 에어컨이 없는 곳에서 일하는 근로자로 정의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육체적 노동자가 극한 직업을 대표하지만 이곳에서는 에어컨이 없는 곳, 즉 길거리에서 음식을 만들어 파는 요리사, 에어컨이 없는 로컬 식당에서 서빙을 하는 서비스업 종사자, 에어컨이 없는 8밧 버스를 운전하는 버스기사 등 모두 극한 직업이라 할 수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힘든 극한 직업 3가지는 다음과 같다.


ㅇ 쓰레기 수거 노동자

태국생활 중 가장 아쉬운 것 한 가지가 있다면 분리수거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배출되는 1회 용품은 많지만 제대로 분리수거가 되지 않으니 무분별하게 습관적으로 사용하게 된다. 물론 대형 쇼핑몰과 마트에서는 분리수거 캠페인을 장려하고 있지만 여전히 1회 용품 사용에 대한 사회적 책임은 미흡하니 편리하게 사용된 플라스틱들은 죄책 감 없이 쓰레기 통에 던져버린다.


무분별하게 버려진 쓰레기는 1차적으로 환경 미화들에 의해 종이, 플라스틱 등으로 대충 분리된다. 그들은 매일 정해진 구역을 주 2회 돌아다니 비위생적인 환경에 노출되어 악취와 더위에 싸워야 한다. 부분 먹다 남은 음식물과 플라스틱 쓰레기들로 수거차량이 지나간 자리는 떨어진 오물로 수시간 악취가 도로에 진동을 할 만큼 고역이다.


ㅇ 유리소 노동자

방콕의 짜오프라야 강변 주변으로 고층 건물들이 줄지어 서있다. 방콕의 도심경관은 현대화된 빌딩 숲 사이로 바라보는 전망이 핵심 여행 키워드 중 하나이다. 멀리서 바라보면 아름다운 도심의 풍경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도심 속 길 잃은 타잔처럼 아슬아슬하게 외줄에 매달려 유리를 닦고 있는 유리소 노동자를 발견할 수 있다.

 

태국의 빌딩들은 화려한 외관을 위해 유리로 외벽을 마감한다. 거울로 반사되는 빛과 열은 멀리서도 견디기 힘든 빛반사 공해지만 청소를 위해 바로 앞에서 그대로 노출된다. 미약하지만 뜨거운 태양광과 태양열로부터 시력과 피부를 보호하기 위해 땀에 흘러내리는 싸구려 선글라스와 땀에 흠뻑 젖어 온몸에 달라붙은 긴팔옷입은 채 벽면을 청소할 때까지 수시간을 허공에 매달려 있어야 한다.  


ㅇ 건설현장 노동자

동남아 지역의 건설 노동자는 진정한 극한 직업 중 하나이다. 이곳의 건설현장에는 이색적인 풍경이 많다. 특히 대나무를 이용해 계(임시설치물)를 설치하고 맨손과 맨발로 올라가 소형 건축물을 시공한다. 안전고리 하나 없이 고소지역을 올라가 곡예하듯 공중에서 이곳저곳을 옮겨 다닌다.


폭우와 땡볕에서는 작업을 할 수 없기에 정해진 공사기간을 맞추기 위해 평일과 주말 새벽과 저녁까지 공사현장에 머무르며 극한 노동을 이어가야 한다. 최소한의 안전은 스스로 담보해야 하며 법적으로 보장되는 산재보험은 전무하니 주어진 하루를 살아남기 위해 오늘도 무사함에 감사하는 기도가 절실하게 느껴진다.

  

보이지 않는 음지 속에서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서민들은 대부분 극한직업의 노동자이다. 힘든 하루를 마치고 극한 직업의 노동자들이 피로를 풀기 위해 육교 밑이나 나무그늘 밑으로 모여 앉는다. 려진 음식은 구려 로컬 맥주 한 병이 고작이지만 얼음가득 담은 컵맥주를 조금씩 나눠 담아 낮에 흘린 땀을 다시 채우고 피곤한 몸은 부족한 취기로 풀어내며 내일을 준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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