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에 쓴 글입니다*
오늘은 회사 휴일이다. 회사에서는 한 달마다 하루씩 쉬게 해준다. 그러다 보니 집에 있다.
이번 포스팅은 회사 생활 관련이 아닌 내 인생에 대해 복기해보는 포스팅을 적고 있다.
나는 현재 회사를 다니는 직장인의 신분이다.
이쪽 직무(엔지니어)는 정년 퇴직할 때까지, 혹은 이 업계를 떠날 때까지 관련 분야에 대한 공부는 필수이다.
그런데, 나는 퇴근하고 나서 자기 직전까지 이쪽에 대한 공부만 하는 건 아니다.
주말이든, 퇴근하고 나서든, 이쪽 관련 공부를 하는 데 어느 정도의 시간을 투자하긴 하지만,
내 인생에 있어서, 이쪽이 전부는 아니기 때문이다.
혹자는 이렇게 말할 수도 있다. 이제 본격적으로 커리어를 쌓아야 할 시기라서 회사에선 야근도 불사하고 죽어라 업무를 습득해야 하고 이쪽 분야 공부를 덜 하면 나중에 뒤쳐질 거라고. 그런데 나는 지금부터라도 시간날 때 조금씩 짬을 내서 시야를 넓히려고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인생을 살면서 사람들도 많이 만나보니 다양한 분야에 관심있는 사람들이 한 가지에 과몰입하거나 몰두하는 사람들에 비해 성격, 인품, 정신상태 등등 여러 면에서 더 낫더라. 그러다 보니 이쪽 전기, 전자 분야 말고 다른 분야들 중 내게 맞는 분야를 찾아보고 싶었다. 또한 직장인으로 이 업계에서 정년퇴직을 하고 만 60세가 된다고 하자(정년 연장이 될지 안될지는 모르니 일단 패스하고). 눈도 노안이 와서 납땜이라던지 공학 쪽을 더이상 못하거나 아니면 그때 되면 이쪽 분야에 더 이상 흥미가 없을 수도 있는데, 만약 정년 퇴직 이후에는 뭘 하면서 살아야 할까? 이런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주말 때는 공학 쪽은 관련 글쓰기와 공부를 하고 있고, 취미(만화 보기, 음악 듣기, 잡지 보기)와 타 분야 공부를 병행해 하고 있다. 물론 시간 조절은 마냥 항상 똑같은 비율로 할 순 없고 그때마다 다르긴 하지만 주말이나 휴일에는 나만의 기준을 어느 정도 충족시켜야 한다는 게 있다. 물론 이것도 강박 같다. 그렇긴 한데 내 성격상 하루에 이게 충족이 안되면 뭔가 불안하다.
저번주 토요일날 어머니께서 나보고 차타고 30~40분 되는 거리에 가서 식사하자고 하셨다. 처음에는 요새 집 밖에 안 나갔고 부모님과 식사할 기회도 많이 줄었는데 모처럼 한번 나가는 것도 좋다고 해서 나갔다. 문제는 차의 브레이크에 문제가 생겨서 차를 천천히 모셨고 나는 솔직히 짜증이 났다. 식사하고 빨리 들어와서 내 스케줄을 소화하려 했는데, 가는 동안에 문제가 생겨버리니... 결국 식사하기 전 카센터에 들러서 차를 맡기고 식사를 한 뒤 카센터에 갔는데 알고보니 큰 문제가 없단다. 결국 차타고 집에 오는데 아버지가 미용실 가셔서 픽업하려 미용실에 들렀는데 아버지는 이미 미용 끝내고 집에 걸어서 가시는 중이어서 또 경로를 길게 해서 아버지를 픽업해서 왔다. 결국 식사를 하러 나갔다 오는 데만 5시간이 걸렸다. 5시간은 꽤 긴 시간이다. 하지만 이론은 현실이랑 달라서 아무리 머리속으로 시뮬레이션을 그려 봤자 현실에서는 그렇게 이론적으로 딱 맞춰서 되는 경우가 별로 없었는데도 나는 왜 식사하러 갔다 오는 데 걸린 5시간이라는 시간 가지고 기분이 썩 좋지 않았을까...싶었다. 그래서 생각해보니 위에서 언급한 '내 스케줄에 대한 강박'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즉, 식사를 금방 마치고 돌아와서 내 스케줄을 수행할 거라 예상했는데 거기에 흠집이 생겨서 그랬나 보다.
이제는 이런 강박에서 벗어나고 싶다. 내가 정한 스케줄에 변수가 생겨도 이제는 그냥 그러려니 하고 싶다. 좀 유해졌으면 좋겠다. 현재로썬 스케줄의 시간을 조정하는 데에는 큰 불만이 없다. 어차피 수면 시간 7~8시간은 무조건 지키려 하기 때문에, 스케줄을 수행하는 동안 어떤 일에 시간이 생각보다 많이 수행된다면, 다른 일을 포기하거나 거기에 투자하는 시간을 줄이는 데에는 유연한데...왜 부모님과의 식사에서 생긴 돌발 변수에는 유연하지 못한가 싶다.
여하튼 업무 전문성 높이기와 다양한 시야를 갖는 삶에서 줄다리기를 하고 있는데 사실 이렇게 긴장과 강박을 갖고 사는 삶이 정상적인지 참 의문이다. 고무줄도 계속 늘여놓으면 본래 가진 성질을 잃어버리고 원래로 돌아가지 못하는데..나는 진정한 휴식도 필요한 사람 같은데 왜 막상 휴식을 제대로 가지지 못하나 싶다. 만화책도 읽다 보면 강박이 생겨서 평온하게 "오늘은 00 만화책 읽어야지~"가 아닌, "오늘은 최소 여기까지는 읽어야 해. ", "오늘은 뭘 완수했으니 오늘은 00 만화책 읽는 걸 완수해야 해" 이렇게 나를 채찍질(?)하면서 읽는다.
이참에 휴일 중 하루를 딱 잡아서 업무나 전문성 관련해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날을 정해야 하나...
아니다..오히려 이렇게 전공 및 직무 관련 공부와 취미 및 다른 분야 공부 및 활동을 하는 스케줄을 짜 놓은 게 어째보면 적절히 배합을 잘 한 것일 수도 있겠는데...괜한 걱정인가..
스케줄에 대한 강박도 어쩔 수 없는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