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로 회사에서 퇴사했다. 지금까지 10개월 가량 회사를 다녔다.
첫 회사에서 제품 개발에 대해서 많은 걸 배웠다.
해당 기간 동안 회사에서 지내면서 느꼈던 건, 제품 개발이 정말 어려운 것을 체감했다.
보통 회사에서 내는 채용공고를 보면 보통 설계나 개발을 한다고 적어놓는다.
그래서 관련 역량을 보면, 나름 설계나 개발 업무와 연관있게 적어 놓아서 그런지 나름 관련 활동을 해 봤다면 뭔가 회사에 가서도 업무를 척척 잘 해낼 거 같고 적응도 잘 할 거 같은 뭔가 기대감이 된다. 내가 그랬었다.
하지만 막상 들어가니 달랐다. 문서 작업(승인원, 수출입통관문서, 발주 문서, 비용 관련 문서 등)도 그렇고 제품을 개발하기 위한 사전 작업들이 대부분이다. 그러다 보니 설계하는 건 개발 프로세스 전 과정에 있어 일부에 불과하다. 그리고 이런 건 경력자들이 하지 신입에게 설계를 바로 시킬 순 없다. 그래서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필요한 문서들을 작성하거나 기초(기본)작업을 갓 회사에 들어온 신입이 하게 된다.
물론 나 역시도 입사 전에는 이런 업무를 하게 될지는 몰랐고 프로젝트에 투입되면 설계에 대해서 이론적이라던지 배워가면서 설계를 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갖고 입사했었다. 하지만 이는 나만의 착각이었다.
물론 첫 회사다 보니 처음부터 어떤 업무를 맡을지 내가 100% 세세하게 정확하게는 알 수 없다(해당 회사의 현직자를 알지 못하는 이상).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설계가 아닌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업무들을 많이 맡게 되었고, 업무들을 하면서 쳐지기도 했고 뭔가 능동적으로 주어지는 업무들에 임하지 못하는 거 같았다. 물론 시간이 지나면서 보면 해당 업무들 중에는 팀 사정상 어쩔 수 없이 해야하는 업무들도 있었지만(회사 부서 간 권력관계에 의해) 개발하는 데 필요하기 때문에 해야하는 업무들도 있었고. 나 역시도 해당 업무들에 대한 필요성은 머리로는 이해가 되었지만 몸으로는 하는 게 힘들고 싫었던 업무들이 대다수였다.
인생을 살면서 하고 싶은 것만 하고 살 수 없다. 실제로 지금까지 살아오면서도 그렇고. 하지만 나는 이 10개월이라는 시간을 통해 제품 개발보다는 이쪽 분야에 대한 탐구라던지 연구로 빠지는 것이 내게 더 맞고 덜 스트레스받는 것이라는 걸 알았다.
윗분들께 연구자가 되기 위해 대학원 진학한다고 말씀은 안 드렸지만 이를 결심한 것은 10개월 동안 나와 같은 팀에 소속되어 있던 수석님이나 책임님도 너는 개발보단 한 가지를 탐구하는 연구쪽이 더 잘 맞고 00씨는 석박사 하셔야죠~라고 하셨던 것이 크게 작용했다. 그리고 돌이켜 보면 근래에 연구실 지도교수님과의 면담에서 너무 긍정적인 피드백을 들은 것, 졸업 전 연구실에서 활동하며 담당 교수님으로부터 긍정적인 평가를 들은 것도 크게 작용했다. 물론 이것도 순전히 내 착각일 순 있겠지만 정말 이게 맞는지 안 맞는지 알려면 충분히 경험해 봐야 하지 않겠는가. 단순히 눈으로만 본 것과 직접 경험해본 건 하늘과 땅 차이다.
회사를 10개월 만에 퇴사하게 되었지만, 이 10개월이라는 시간이 의미 없던 시간이었냐? 하면 아니라고 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나는 설계랑 개발이라는 것은 다르며, 설계는 개발 자체에 속해 있는 것, 즉 업무들 중 일부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내가 개발이라는 것보다 연구로 가는 게 더 맞고 이를 실행하게 해 주었으며 제품 개발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얼마나 힘든 과정인지도 실제로 알 수 있게 해 주었다. 만약 이 10개월 동안 개발을 접하지 않고 대학원을 갔거나 했으면 오히려 개발이나 회사생활을 경험하지 않고 학문 연구에 진입했기 때문에 후회했을 수도 있을 것이다.
여하튼 제품 개발에 참여하는 인원들 모두 하나하나가 필요한 분들이고, 이분들의 노고에 경의를 표하는 바이다.
그리고 첫 회사에서 날 도와주신 분들께 감사한 마음이 크다. 건강하시고 하시는 일들 다 잘 되셨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