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션>화성과 대한민국 중 생존 가능성이 더 큰 곳은?

<영화 마션> 삐딱하게 보기

by 숨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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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마션>의 한 장면 영화 속 주인공 마크 와트니 ⓒ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영화에 딴지 거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더구나 공상과학 영화 내용에 대해 무슨 비난을 하겠는가?

하지만 극장에서 영화 마션을 보면서 불편한 심기를

감출 수 없던 것은 나만의 감정일까?


나는 영화 마션을 보러 갈 때 인터스텔라나 그래비티를 기대했다.

우주에 대한 동경이 그 첫 번째 이유이고

우주에서는 누구도 차별 없는 한 인간으로 존재하는 모습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화성에서 살아남기 위한 한 인간의 처절한 생존 노력은 삶의 의미를 생각하게 했다.

삶과 죽음의 마지막 경계에서 놓은 수 없는 마지막 희망의 끈은 가족에 대한 그리움이다.

그런데도 영화 속에 몰입할 수 없었던 것은 불모의 땅인 화성이 오늘의 대한민국보다 생존 가능성이 높아 보였기 때문이다. (심지어 더 좋은 점도 눈에 들어 왔다)


영화 속에서 과학적 지식과 실험 정신으로 무장한 마크 와트니(영화 속 주인공, 이하 와트니)의 생존을 위한 도전은 그리 처절해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와트니가 대한민국에서 취업을 하기 위해 스펙을 쌓는다면

그 고통이 훨씬 크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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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마션>의 한 장면. 생존을 위한 노력 ⓒ 이십세기폭스코리아



누구든 죽음 앞에서 피할 수 없는 공포를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

세월호 참사와 메르스 사태를 겪으며 대한민국 사람들의 무의식 속에 자리 잡은

각자도생(各自圖生)의 교훈은 화성에 홀로 남겨진 와트니 보다 절박하다.


영화 속 와트니는 죽음이 다가오는 극한의 상황에서 예전 우주비행 동료들과

농담을 주고받으며 통신을 한다. 그들의 관계는 끈끈하다.

그러나 청년실업, 비정규직 문제, 가난의 대물림이 계속되는 한국사회에서

누군가를 밟고 올라서지 않으면 결국 사회 밑바닥으로 추락할 수밖에 없다는 불안감은

모든 사람을 경쟁자로 결국 낙오자로 만들었다.


영화 속 미국은 국력과 자본의 힘을 발휘하여 단 한 사람을 구조하기 위해 최첨단 기술과 막대한 시간을 쏟아 붓는다. (실제가 아니라 단지 영화 속이다.) 그리고 전 세계 사람들이 단 한 명의 우주 조난자의 구조를 염원하는 모습에서 나의 비애는 극을 치달았다.


세월호가 바다에 침몰하여 가라앉는 동안 구조할 수 있는 골든타임을 놓치고

수백 명의 아이를 바다에 수장시키는 대한민국의 현실이 가슴 아프게 다가왔다.

와트니는 식량을 아끼기 위해 음식을 줄이며 고통스럽게 살아간다.


하지만 우리나라 여성들이 외모 차별 때문에 평생 하는 다이어트의 고통에 비하면

새 발의 피다. 그리고 무엇보다 와트니는 제 몸 하나만 건사하면 된다.

고용불안과 격무에 시달리며 자녀와 부모를 모두 부양해야 하는 대한민국 가장들의

고통과 비할 바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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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마션>의 한 장면 영화 속 주인공의 감자 재배 ⓒ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와트니의 심리적 괴로움조차 견딜 수 있을 정도이다. 동료들이 자신을 구하러 올 것이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나면 언젠가는 화성을 벗어날 수 있다는 희망이 남아있다.

반면 대한민국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물리적, 심리적 고통을 모두 감수해야 한다.


교육, 주거, 생계, 노후를 모두 혼자 책임져야 한다. 그리고 이미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빚더미에 깔려 탈출의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 암담하고 비관적인 미래는 벼랑 끝에 몰린 사람들의 마지막 희망을 뺏어간다. 그들은 안전망 없이 밑바닥으로 추락하고 자살로 삶을 마감한다.


희망이 사라져 삶이 아닌 죽음을 택하는 사람들, 살아 있어도 경제적 고통과 불안감을 동시에 느끼는 극한 생존의 땅, 대한민국은 어쩌면 화성보다 살기 어려운 곳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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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마션>의 한 장면. 영화 속 우주비행 동료들 ⓒ 이십세기폭스코리아


만약 당신의 친구나 동료가 화성에 혼자 남겨진다면 당신은 과연 어떻게 할 것인가?

목숨을 걸고 구하러 갈 것인가?

아니면 구하지 못한 죄책감에 시달리며 평생을 살아갈 것인가?


지금 대한민국에서 사회안전망과 복지가 없는 사각지대에서 생존을 위협받으며

살아가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다.

다행히 그들은 지구로부터 5,460만Km 떨어져 있지 않고 바로 우리 옆에 있다.


지금 우리가 그들을 구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손을 맞잡고 세상을 바꾸는 것이다.

모두가 함께 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지금 행동하는 것이다.

그것이 대한민국에서 함께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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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마션>의 한 장면. 영화 속 화성 ⓒ 이십세기폭스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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