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 때

by 밤호랑이

대학교 때 나를 잘 따르던 남자 후배가 있었다. 나보다 한참 어린 친구였는데, 서글서글하고 멀쑥한 차림의 신입생이었다. 그 친구가 짝사랑하는 여자아이가 있었는데, 학과 주점이었었나 내 앞에 앉게 된 그 여자아이에게 이상한 얘기를 건넸다. 한껏 취해서 분위기를 띄우고 싶었는지, 웃기고 싶었는지- 나는 해서는 안될 얘기를 했다.

"나 같아도 그 남자애 안 좋아해. 걔 못생겼잖아 솔직히ㅋㅋ"


대가리에 총 맞아도 안 해도 되는 이야기를, 해서도 안 되는 이야기를 잘도 했다. 잘 생기고 못 생기고 잘나고 못나고, 궁극적으로 죄의 유무로 사람을 나눈다면 나도 그렇고 당신도 그렇고 살아야 할 근거를 찾지 못한다. 그걸 잘 몰랐던 나는 병신 같은 멘트를 하고 말았고, 여전히 후회한다. 15년이 지난 지금도 선명하게 그날 그 공기와 내 목소리와 상대방의 표정이 내 폐부를 찌르고 마음이 짓누른다. 대학생활에 생각나는 게 몇 가지 없는데, 이것만은 뚜렷하게 기억한다.

한 가지 더 덧붙이자면, 타임머신을 탄다면... 과 같은 가정은 내게 쓸데없는 공상이고, 과거에 회한이 많은 그런 사람만 선택하는 줄 알았는데

요새는 타임머신을 너무 타고 싶다 너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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