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짬뽕

by 밤호랑이

내가 어떤 이의 글이 올라온 후 바로 하트를 누를 수 있는 것은 나의 시선이 항상 핸드폰에 가있다는 반증이다. 누구를 기다리는 것도 아니고, 예전처럼 애정 섞인 관심을 받고 싶은 것도 아니다. 아마도 습관이 되어버린 탓이지- 생각해 보면 나는 늘 기다리고 배고파하고 갈구하는 쪽이었다. 사실 내가 뭘 원하는지 그 끝없는 구멍의 출발점이 어딘지도 모른 채 마냥 기다리다가 결국엔 내가 어디에 서 있는지 무엇을 하고 있는지도 잊을 때가 많았다.


그저께는 작년 말 시작된 후두염이 낫지 않아 병원을 재차 방문했다. 보름동안 고생하고 있는데, 이런 경우는 정말 흔치 않다. 감기 자체에 면역력이 강한 편인 나는, 몸이 슬그머니 아파도 약을 며칠 먹으면 금세 정상으로 회복하곤 했으니까. 직장 이외에 부업으로 새벽배송 알바를 하는데, 차가운 아파트 주차장과 복도를 누빈 4만 원을 몇 차례 병원 진료비로 헌납해버리고 말았다. 기운이 없어서 알짬뽕을 먹으러 갔다. 내가 알탕을 무척 좋아하는데, 담백하고 고소한 오동통한 명태알? 암튼 그것을 고추냉이간장에 찍어 먹는 걸 좋아한다. 다행히 집 근처에 매우 비슷한 메뉴가 있다는 게 위안이다. 매캐한 국물과 고소한 알이 내 입안에서 예전 기억들을 불러온다. 광화문에서 회사 생활 할 때 나는 지친 몸과 마음을 일식집에서 녹였다. 알탕과 청하 한잔. 왜 그랬는진 모르지만 그냥 참 행복했다. 혼자 아저씨들 틈에 앉아 나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게. 술도 정말 약한 편인 나는 그 한 병에 만취한 채로 한 시간 반 걸리는 퇴근버스에 몸을 구겨 넣었다.



지금 내 폰에는 써먹으려고 캡처해 둔 문구들과 아이디어들과 느낌 있는 사진이 몇 장이 있지만..

아 사실하고 싶은 얘기는 이거다. 난 알짬뽕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 세 번 연이은 병원 방문으로 힘이 빠진 너의 앞에, 배가 허기지지만 입맛이 없고 너를 위한 만이천 원 지출이 합당한 지 의심이 들 때, 네 앞에 알짬뽕이 될 테다. 그 끝없는 공허함의 십 분의 일 백분의 일이라도 잠시 메울 수 있다면 그걸로 행복한, 그런 사람이 될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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