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사나이 N

by 밤호랑이

원래 경상도 남자는 그런 이미지가 있지 않던가. 감정보다 행동이 앞서고, 투박한 말씨와 손끝뒤에 츤데레 같은 배려가 숨어있는. 그래서 뭇여성들의 마음을 설레게 할 요소를 두루 갖춘 상남자. 그런데 왜 너는 그런 게 없냐 대체-


늘 혼자 지내서 외로움을 견디기가 쉽지 않다는 말, 그리고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면 모든 걸 맡겨버리고 - 마치 자신을 던져 버리게 된다는 그런 말들. 상대방이 상처 주는 행동을 하더라도 전부 다 이해하려고 하고, 온전히 상대를 품지 못하는 자신을 탓한다는 네 말을 곰곰이 듣다가 내 지난날들을 떠올려보기도 하고 또 너의 마음이 어땠을까 잠시 생각해 본다.


사실 나도 이십 년 남짓 아니다 특정하기 어려운 시간 동안 그렇게 지내와서 너무 잘 알 것 같다고. 내 인생에 '외로움 혹은 고독' '우울'같은 단어를 빼고서는 도무지 이야기를 할 수 없을 정도로 지친 어둠과 벗 삼으며 살아왔었다고. 하지만 나의 어떤 이야기도 너에게 직접적인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다는 결론에 뜨거운 국밥이나 한 그릇 맥인다.

만약 어린 시절 내 옆에 나 같은 사람이 한 명 더 있었다면 분명히 둘은 정말 좋은 친구가 되었을 텐데 하고 줄곧 생각했다. 내가 그의 친구가 되어주고 그는 내 형제가 되어주며 끝없이 지지했을 테지. 서로를 포기하거나 지쳐서 떠나버리면 어쩌나 같은 한 톨의 의심 없이-


누군가를 심하게 좋아하고 갈망하느라 무척 힘든 시간을 보낸 적이 있었다는 나의 말에, 그때로 돌아간다면 여전히 같은 선택을 하겠냐는 너의 물음은 무의미하다. 내 대답은 늘 한결같아- 애초부터 절대 돌아가는 선택지를 만들지 않겠다고, 한번 사는 인생으로 족하다고 담담하게 이야기한다. 그래도 돌아간다면 나에게 집중하는 것이 아닌 내 주변사람들에게 좀 더 집중하겠다고 그리고 주변 풍경과 환경을 둘러보며 그렇게 느긋하고 환호하며 살겠노라고.


나는 누군가의 정신적 지주가 된다거나 혹은 울컥하게 만드는 기술 같은 것이 없다. 여전히 변태 같은 글을 쓰고 이해하지 못할 단어들의 집합을 나열한다. 무엇 때문에 흥분한 건지 신이 난 건지 모를 쿵쾅대는 심장 탓에 잠들지 못해 얼굴이 벌겋다. 그런데도 내가 있어서 참 다행이라는 너를 바라보며 갸우뚱한다. 내 상처 자국들과 굽이굽이 돌아온 지난날은 쳐다보기도 싫지만, 그 모든 과정들을 지나온 나는, 너를 조금 더 이해할 수 있어서 감사하다.


"그 어떤 것으로 녹일 수 없을 만큼 단단한 얼음. 꽝꽝 얼어버린 동토 같은 그 마음이 스르르 녹는 그런 날이 반드시 올 거야. 굳이 인위적으로 애쓰지 않고 강제하지 않아도, 너를 지지하고 사랑하는 마음이 따뜻하게 느껴져서 감동하게 되는 그날이.

앞으로 울컥하고 신나는 일들이 많을 테니 기대하면서 잘 견디자 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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