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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eing myself Sep 22. 2024

털뭉치가 주는 위로

나의 우주는 너.

  직장에서도 가정에서도 치이는 거 같은 때가 있다.

들었던 날카로운 말이 불쾌한 손님처럼 침습적이게 떠오르고 불편한 마음이 쿡쿡 찌를 때, 그래서 다 포기하고 침대 이불속으로 파고 들어가 울고 싶을 때도 우리 냥이의 밥 걱정, 화장실 청결 걱정으로 일어나게 된다.



  요 녀석은 마치 내 기분이라도 아는 걸까?

내가 기운 없거나 쳐져 있으면 적당한 거리를 두고 평소와 달리 보채지도 않은 채 가만히 있는다. 또 그런 모습을 보면 난 괜히 이 녀석의 마음을 불편하게 했나 짠한 마음이 든다.


  그럼 마음속으로 이런 외침을 한다.

그래! 요 녀석 밥도 챙겨주고 하려면 내가 일어나야지. 이 작은 생명체는 내가 전부인 걸?





  그럼 단전에서부터 책임감이 차오르는 느낌이다.

어디서 다시 그런 에너지가 생기는 건지 발바닥에 힘을 주고 발딱 일어나 주방으로 가서 어제 설거지 안 한 냥이 그릇을 수세미로 벅벅 씻고 열기 빡빡한 습식캔을 힘차게 열고 밥을 챙겨 준다. 그리고 곧장 냥이 화장실로 가 비위가 상하지만 감자와 맛동산을 캐고 주변에 흩어진 모래를 쓸어 낸다.


  


  어느샌가 이 녀석의 부드러운 가슴털이 에메랄드그린빛의 깊은 눈망울이 내겐 위로다. 꼬옥 감싸 안으면 손난로처럼 전해지는 따스한 온기가 더없이 마음을 녹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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