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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월상담소 양희조 Jun 01. 2021

[응답하라 1988] 생일마다 우울해지는 성균의 상담

정서중심치료(EFT)로 감정의 의미를 상징화하는 성균

(가상상담)

응답하라 1988의 성균의 방문


생일마다 우울해지는 성균이 상담자를 만났다면

[‘응답하라 1988’ 10화 Memory 편 성균의 고민을 중심으로]



1) 성균의 고민

   김성균은 부인(미란)과 6 수생 장남(정봉)과 고등학교 2학년인 둘째 아들(정환)과 함께 살며, 금성전자의 대리점을 운영하고 있다. 오랜 기간의 가난한 단칸방 생활에 익숙해진 탓인지 1등 복권 당첨된 이후에도 물건을 함부로 사거나 버리지 않아 주위에서 짠돌이라 부를 때도 있다. 특히 장롱에 아들이 어렸을 때 사용하는 젖병부터 시작해서 어릴 때 녹음해놓은 테이프, 초등학교 가정통신문 등 온갖 잡동사니를 쌓아놓고 절대 버리지 않는데, 매번 부인은 이를 버리려 하지만 완고한 성균의 태도에 지고 만다. 유머 일번지 등의 개그 프로그램을 좋아해 가족들과 이웃들에게도 격 없이 장난을 치며 분위기를 유쾌하게 만든다. 이런 밝은 성격의 성균이지만, 이상하게 생일이 올 때마다 이유 없이 기분이 좋지 않다. 올해도 곧 있으면 다가올 생일을 앞두고 축축 쳐져 아무것도 하기 싫고 만사가 구름이 낀 것처럼 보인다.


출처: tvN


2) '정서중심 치료'로 다루기


     1단계: 이곳은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는 곳입니다.


     성균은 1980년대의 한국사회를 사는 다른 가장들처럼 가족들의 생계유지를 가장 큰 목표로 삼아왔으며, 속상한 일이 생기면 소주 한잔으로 잊어버리려 해왔을 뿐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작업이 익숙하지 않다. 다른 가족 구성원들은 역시 평소에 밝은 성균의 성격 탓에 그의 정서상태에 집중하기보다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므로 상담자는 성균이 생일 때가 되면 무기력해지고 축축 처지는 기분이 본인뿐만 아니라 가족들에게도 낯설게 받아들여진다는 점을 공감하되, 그 감정에 대해 관심을 갖고 주의를 기울임으로써 성균이 그 감정에 대해 펼쳐낼 수 있도록 장을 마련해준다. 특히 생일날마다 찾아오는 ‘무기력감’이 호소문제였던 만큼, 이러한 정서가 출현하고 완결되는 자연적 과정 내에서 허용 및 상징화 작업이 얼마나 중요하며, 정서가 성균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의미를 탐색하는 과정을 다루어야 하는 이유에 대해 분명하게 제시하도록 한다.


     무엇이 고민인지 자세하게 들여다봅시다.

 

     생일을 앞두고 현재 느껴지는 ‘기분이 좋지 않음’이란 무엇인지 구체화하고, 언제부터 그랬는지, 이제까지는 생일날을 어떻게 지내왔으며, 주변 사람들이 보이는 반응은 어떠했는지, 기분 좋게 생일을 보냈던 예외사항은 없었는지에 대해 탐색하며 내적 경험에 초점을 기울이도록 돕고, 치료 목표를 함께 설정한다. 이때 성균의 분절된 호소문제를 하나의 패턴으로 조직화하여 하나의 경험으로 완결시켜줄 수 있도록 삽화적 경험을 묶음으로 다루어야 한다. 생일날마다 느끼게 되는 무기력감을 탐색 및 허용함으로써 이러한 정서가 전달하는 의미가 무엇이었는지 파악하고 이를 통해 더 강한 통합된 자기감이 발전될 수 있도록 한다.


출처: tvN



     2단계: 그 감정, 그 중요한 감정을 다시 한번 느껴봅시다.


     상담자와 성균이 맺은 협력적인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감정을 느끼는 법을 다시 배워야 한다. 치료 회기에 감정을 생생하게 불러일으키기 위해 상담자는 성균에게 생일과 관련된 기억을 활성화할 수 있는 단서가 무엇이 있을지 물어본다. 이에 성균은 오랜 기간 버리지 않고 간직해온, 집의 장롱 속에 잠들어있던 잡동사니 중 하나인, 녹음테이프를 가져와 회기 중에 이를 함께 듣는다. 이는 과거 성균의 생일에 가족들이 축하하기 위해 함께 모인 날, 어린 정봉이 처음으로 팝송을 부르길래 녹음한 테이프였고, 그때 성균은 지금은 돌아가신 어머니의 목소리를 듣고는 눈물을 흘리게 된다. 테이프를 다 들은 후, 상담자는 성균에게 어머니 목소리를 들었는데 마음이 어떤지, 눈물을 흘렸는데 어떤 의미를 지니는 것 같은지 함께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지면서, 현재 성균이 느끼는 것에 초점을 맞춰 정서를 느끼는 경험을 강화하며 과거 기억을 촉발하는 과정을 통해 활성화된 감정을 다룬다. 균은 생일날 되면 왜 우울했는지 이유를 알 것 같다며, 엄마 생각이 나는 것 같다고 대답한다. 안 그런 줄 알았는데, 자신도 모르게 엄마 생각이 난 것 같다며, 생일이라고 엄마한테 전화라도 한 통 하고 싶은데, 전화할 데가 없다며, 엄마가 보고 싶다고 대답하며 자신의 감정이 전하는 의미가 무엇이었는가 파악하게 된다. 


출처: tvN
출처: tvN



     3단계: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이것이었나 봅니다.


     변화과정의 핵심은 이전에 보유하지 못했던 정서를 허락하고 일차적인 정서적 경험에 접근하는 데에 있다. 성균은 이러한 정서적 각성을 통해 생일 때마다 겪게 되는 무기력과 우울함의 근원이 엄마에 대한 그리움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는 이전에 상징화하지 못했던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 및 슬픔이라는 일차적인 적응적 정서와 욕구를 인식하고 경험하게 됨을 의미한다. 감정이 상징화되고 언어로 전환되면 상담자는 성균의 욕구와 목표에 초점을 맞출 수 있다. 원하는 게 무엇이었는지, 무엇이 빠졌는지, 현재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 관련된 질문을 통해 이전까지는 성균이 느낄 필요나 자격이 없다고 여겼던 것들을 자각하게 되며, 무엇인가를 추구할 권리가 있다고 느낄 수 있다. 슬픔 정서는 잃어버린 대상에 대한 추구나 위로를 시도하게 하거나 일시적 고립을 통해 자기 안의 힘을 회복하도록 인도하는 행위 경향성을 지닌다. 성균은 어머니께서 돌아가신 이후, 어머니의 부재에 대해 침잠할 시간이 없었는데, 현재 성균이 사는 세상 속에는 어머니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아 생일 때마다 전화를 드릴 수는 없으나 기억 속에 남아있는 어머니라는 공간 자체가 성균에게 큰 지지대가 되었음을 깨닫게 된다. 


 

출처: 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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