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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벨리따 Jan 12. 2023

규칙적인 생활 습관을 들이면 손해

아플 때

삼 일 전 여섯 살 둘째가 열이 났습니다. 유치원에 다녀오고, 간식도 먹었는데 샤워하려고 하니 머리가 아프다고 하네요. 열이 나면 머리가 아프다고 하는 딸, 체온을 재어보니 미열이 있습니다. 샤워는 패스, 그저께는 유치원을 쉬었어요. 그날 밤과 새벽, 남편은 잠을 제대로 못 잤습니다. 딸아이와 같이 자는데, 코가 막혀 여러 번 깬 딸 덕분에 남편도 수시로 깼지요. 저의 새벽 알람에 일어나니 딸이 잠도 못 잔 거 같아 알람 다 끄고 안고 재웠습니다. 덕분에 저도 여덟 시까지 잤어요. 아침에 남편은 몸이 안 좋다고 합니다. 



코로나, 독감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확실히 이 두 개에 걸리면 아이들은 처지더라고요. 단순 감기는 안 힘들어하는데 이 두 개에 걸리면 그렇게 눕고 싶어 하던 아이들이라, 콧물이 많은 감기라고 생각해요. 그 감기가 남편에게 옮겨졌나 봅니다. 오늘은 첫째도 머리, 어깨, 팔이 아프다고 합니다. 어깨와 팔은 운동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머리가 아프다는 이야기를 듣고 체온을 재어보니 38도가 나오네요. 


이제, 우리 집에서 멀쩡한 사람은 저밖에 없습니다. 지난 3월 코로나 걸렸을 때가 생각나네요. 그때도 딱 이 순서였습니다. 딸, 남편과 아들 마지막으로 저. 주말에 약속도 있어서 감기에 걸리면 안 됩니다. 마스크를 씁니다. 세 명에게 마스크 쓰라고 할 수 없으니 저 혼자 써야겠지요. 



코로나 때도, 지금 감기에도 저는 확신하는 게 있습니다. 규칙적인 생활 덕분에 그나마 건강하다고요. 딱히 하는 운동은 없지만 그나마 잘하고 있는 일은 제 삶의 일정 패턴이 있다는 겁니다. 

1. 취침, 늦어도 11시에 자기(30분 전에 눕기)

2. 기상 4시 30분에 일어나기, 주말에는 1시간 더 자기

3. 아침밥 먹기

4. 물 2리터 이상 마시기, 실제로는 3리터 넘게 마시는 거 같아요. 

5. 독서와 필사, 정신 건강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6. 아침 후 커피 한 잔 마시기


이중 제가 특히 관심을 기울이는 일은 '잠'입니다. 아이도 어른도 잠을 잘 자야 해요. 저는 피곤하고, 몸이 안 좋으면 눕기부터 합니다. 그러다 잠도 자고요. 반면 남편은 사람을 만나거나 집에 있어도 유튜브, 티브이 시청을 하고요 아니면 컴퓨터로 비행을 해요. 12시가 훌쩍 넘어 잡니다. 남편과 저의 수면 시간은 5.5시간에서 7시간 정도로 남편이 조금 더 잡니다. 큰 차이는 없어요. 하지만 피곤한 날에도 남편은 피로 푸는 일을 전자기기로 하고 있어요. 반면 '잠'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저는 월요일이 되어도 월요병 없이 일어납니다. 그래서일까요. 저보다 몸이 더 안 좋은 거 같아요. 같이 힘든 주말을 보내고도 저는 거뜬하고, 남편은 골골거리는데 그는 몰라요. 옆에서 보면 답답하죠. 



규칙적인 생활을 들이면 컨디션이 좋아집니다. 건강이 좋다고는 못하겠어요. 건강에는 운동이 더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거 같아서요. 컨디션이 좋아진다고 하는 이유는 세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 덜 피곤합니다. 불규칙하다는 말은 평소보다 일찍 일어난다, 늦게 일어난다라고 할 수 있겠지요. 30분이 아니라 그보다 더 일찍 일어나면 피곤해요. 주말이라 잠 더 많이 자면 개운할 거 같은데 더 피곤하고요. 그런데 잠만 잡아가도 덜 피곤해요. 비슷한 시간에 자고, 비슷한 시간에 일어나면 내 몸도 이 패턴에 익고요. 

둘째, 덜 조급합니다. 늦게 일어나면 해야 할 일이 떠오릅니다. 시간은 제한적이니 늦게 일어난 만큼 아니 그보다 더 부족함을 느낍니다. 하루를 긴장 속에서 보내요. 그 말은 에너지를 더 쏟는다는 말입니다. 컨디션 관리에 어렵겠습니다. 

셋째, 특별함은 일상을 보내기가 어렵습니다. 평소 반복하는 일이 있다면, 그 패턴으로 간다면 일상을 보내기가 쉬워요. 특별한 일이 전혀 없을 수는 없지만 매일을 특별하게 보낸다면 몸이 힘들 수밖에 없습니다. 만약 그 일이 다른 사람을 위하고 있다면, 멈춰야겠지요. 타인보다 중요한 건 바로 '나'입니다. 남의 시선, 타인을 위한 배려 등 이런 행동이 있다면 이제는 나를 좀 더 챙기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러면 매일이 나를 위한 특별함으로 채워져요.



이제 저는 세 명의 간호를 해야 합니다. 제일 먼저 몸이 안 좋았던 둘째는 코만 관리해 주면 되고요, 남편은 병원 진료 보러 갔어요. 다행히 독감도 코로나도 아니라고 합니다. 첫째는 아침부터 낮잠을 자고 있습니다. 그냥 있어도 힘든데, 아픈 사람 세 명이 있어 평소보다 더 멘털 잡고 있어야 합니다. 


가족이 아프다는 이유로 불평불만은 없습니다. 다만 평소에 제 말에 귀 기울이지 않고 몸을 혹사시킨 남편에게는 화가 좀 납니다. 끝이 항상 어디가 아프니까요. 글 제목에는 손해라고 했지만 안 아픈 게 제일 좋겠지요. 손해가 아니라 규칙적인 생활 덕분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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