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책 읽습니다
76세입니다. 제가 알기로는 평생 읽은 책 권수를 셀 수 있을 정도입니다. 저희 집과 차로 20분 거리에 있었는데요, 아이들 책을 챙겨 가면 무겁게 책 챙겨 온다고 한 말씀 하셨어요. 집에 오셨을 때 책이 많다고 하시면서 책 값이 많이 드는데 이걸 왜 샀냐고도 하셨지요. 저의 어머니입니다.
초등학교 그때 당시에는 국민학교였네요. 그때는 다 그랬지 않습니까. 마을에서 부자라고 해도 딸 교육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으셨나 봐요. 어머니 가방끈이 짧아서 본인께서 늘 아쉬운 마음이 있었나봅니다. 다 큰 자녀가 대학교, 대학원을 간다고 하면 알아서 해라가 아니라 학비를 주셨어요. 손주의 대학 첫 학기 등록금도 보태주셨습니다.
남편이 초등학생일 때, 12살 차이 나는 큰 누나에게 물어봐야 했다고 합니다. 갖고 싶은 책이 있어 엄마한테 사달라고 하면 큰 누나의 허락이 떨어져야 한다고 했어요. 본인은 책에 대해서 잘 모른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지금까지 늘 바쁘게 사셨어요. 그런 사람 있잖아요. 가만히 못 있는. 5남매 키우고, 손주, 동네 아이까지 봐주신 적이 있었지요. 집에 계셔도 일 많이 하시는데요, 어쩔 땐 또 누워서 가만히 계세요. 휴식도 필요합니다. 어르신들 바쁘게 움직이다가 집에만 계시면 아프기도 하시는데, 어머니께서 누워 있는 모습을 보면 좀 있으면 또 움직이시니 가만히 있는 행위에 대해 걱정이 없었어요.
작년 가을쯤부터 책을 읽기 시작하셨어요. 9월 추석 때 집에 가니까 소설책 한두 권이 보이더라고요. 11월에 갔을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원래 책 안 읽는 분이셔서 읽다가 그만둘 줄 알았어요. 나이가 드시면 작은 글씨도 안 보이시니까 있는 책까지만 읽고 평소처럼 유튜브나 티브이를 보실 줄 알았습니다. 이번에 설에 가니 책이 열 권 정도 쌓여 있습니다. 제목을 보니 소설책과 인기 도서였습니다. 어머니께서 도서관에서 직접 빌리시지는 않으셨어요. 학교에서 근무하는 형님이 학교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왔습니다.
재작년 날씨가 추워질 때, 어머니께서는 입원을 하셨어요. 일발성 허혈 발작이라고 쉽게 말해 미니 중풍이라고 했습니다. 병원에서는 무리하지 말고 추운 날도 조심하라고 하셨지요. 평소 바깥에서 운동도 하시고 노인 일자리로 하루 네 시간을 밖에 계시기도 합니다. 의사 선생님의 말씀에 어머니는 운동하러 나가지 않으셨어요. 집에만 계속 있는 일이 지속될 경우 갑자기 건강이 많이 안 좋아지는 이야기를 들었기에 걱정이 좀 되더군요. 집에만 계시니 유튜브랑 티브이만 계속 보십니다.
작년 여름에 형님이 어머니께 컬러링북을 선물해 드렸어요. 노트랑 색연필을 사다 드렸죠. 집에 계셔도 이상한 정보를 보내는 채널의 이야기를 듣기보다는 색칠하고 계시면 좀 더 낫지 않겠습니까. 어느 날은 학교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드렸나 봐요. 이번에 뵌 어머니 말씀으로는 책이 재미있다고, 시간 가는 줄 모른다고 하십니다. 책 읽는다고 유튜브, 티브이도 안 본다고 하시네요. 책을 좋아하는 저는 내심 기쁘기도 합니다. 이제 아이들 책, 제 책 구매에 대해서도 뭐라 말씀 안 하실 거 같기도 하고요. 또 새로운 취미 생활이 생겼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좋더라고요. 어머니를 보면서 뒤늦게 책을 읽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보게 됩니다.
적적하시다면 책 읽기 어떠신가요?
하루 종일 티브이나 유튜브만 보고 계시다면 도서관에 다녀와 보시는 건요?
이제야 읽어 뭐 해라고 생각하시는 분도 집에 있는 책을 꺼내 한 페이지씩 넘겨 보시는 건 해볼 수 있지 않을까요?
지금이라도 책의 재미에 충분히 빠져들 수 있습니다. 읽기만 한다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