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조숙증 치료를 받고 있는 엄마에게_첫 번째
3주마다 병원에 가고 있습니다. 저는 아니고요 아이 치료 때문에 가요. 21년 6월 말, 영유아건강검진을 했는데요 딱 1년 전인 20년 6월에 건강검진을 했더라고요. 1년 만에 키가 10센티미터 자랐습니다. 병원에서는 이럴 경우 부모에게 성조숙증 검사를 권유해 보라는 이야기를 해야 한다고 합니다. 그때가 6살이었어요. 키가 5센티미터 정도 자라는 게 적당하다고 하네요.
남편에게 이야기했습니다. 무슨 성조숙증이냐며 안 해도 된다는 식으로 말했어요. 남편 본인도 키가 작지만 콤플렉스가 없다며 아이의 검사 그 자체도 탐탁지 않게 생각하더군요. 저는 키가 작고 크고의 문제가 아니라 친구보다 사춘기를 일찍 경험하게 되면서 겪는 혼란이 두려웠어요. 그래서 검사라도 해보고 싶었죠.
일주일 뒤, 딸아이가 가슴이 따갑다고 합니다. 스쳐 지나가도 아프데요. 성조숙증을 검색하며 많이 봤던 내용이었어요. 바로 소아과로 갔습니다. 검사를 해보라고 하네요. 이사를 할 예정이기 때문에 유명한 병원은 안 갔어요. 어차피 예약이 안 되어 못 보지만요. 제일 빠른 곳에 가서 검사를 했습니다. 첫째는 당일 피를 총 다섯 번 뽑았고요, 둘째는 단순히 피검사만 했어요. 이주 뒤, 첫째는 성조숙증 진단을 받았고 둘째는 괜찮다고 하면서 주기적으로 확인만 하자고 하더군요.
4주마다 주사를 맞고 있었어요. 6개월 동안 그랬습니다. 전원하고 나서 피검사를 했는데 호르몬 수치가 높다고 해요. 지금 맞는 주사가 효과가 전혀 없다면서 더 센 약으로 바꾼다고 합니다. 3개월마다 피를 뽑고 검사를 해요. 주사 효과가 있는지 보기 위함이죠. 센 약은 효과가 있었어요. 하지만 다음에 채혈하고 진료 볼 때 수치가 다시 올라갔다고 합니다. 이제 첫째에게 더 센 약이 없으니 주기를 당기자고 합니다. 4주에서 3주로요.
여기서 호르몬 수치를 말씀드릴게요. 21년 7월에 검사했을 때 7.2였어요. 이 수치면 사춘기 호르몬 수치라고 하네요. 센 약으로 바꾸고 난 후 검사했을 때는 2.1까지 내려왔고요, 그다음 검사에서 3.0으로 올라왔어요. 지금 아이에게 가장 센 약을 투여하고 있으니 약을 바꿀 순 없어서 주기를 당겼습니다. 3주로 당겨서 서너 번 주사를 맞고 다시 검사를 하니 2.2까지 떨어졌어요.
주사 맞으면 팔이 아프다고 해요. 어떻게 아픈지 저는 맞아보지 않아서 몰랐는데 작년 가을에 독감 주사를 맞고서야 알겠더군요. 팔 올리기가 힘들었어요. 아이도 팔이 아프다고 했는데 그때마다 팔을 못 올리겠어, 팔 아파서 옷을 못 벗겠어라고 이야기했거든요. 맞고 나면 아이가 고통때문에 힘들어 하는데 효과가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처음에 건강 검진하며 성조숙증을 듣고 검색하면서 자책을 많이 했어요.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기에, 뭘 어떻게 했길래 아이 둘 다 이 어린 나이에 검사를 받고 주사까지 맞아야 하나. 이미 검색하면서 첫째는 성조숙증이라는 확신이 들었거든요. 이 병이 예전보다 많아졌다고는 하는데 왜 하필 우리 아이일까 하며 속상한 마음에 울기도 많이 울었어요. 성조숙증 카페에 가입해서 정보도 얻고 조심해야 하는 음식, 생활 방식, 생필품에 대한 정보도 적어놨어요.
이제는요 자책하지 않습니다. 뭘 바꾸려 하지도 않아요. 알아볼수록 성조숙증은 그 요인이 수없이 다양해요. 원인을 파악하려고 하나를 없애잖아요? 나머지 환경은 다 똑같이 해야 해요. 호르몬 수치를 확인할 때까지요. 그런데 우리가 살면서 어떻게 그런 환경을 모두 통제할 수 있겠어요. 새 아파트 생각도 했었죠. 그럼 이 아파트에 사는 아이들 모두 이런 증상이 있어야 하는데 검사를 했든 안 했든, 그렇지는 않거든요. 고기 많이 먹여서라고 생각해도 아이 키우는 집에는 하루에 한 번은 고기를 먹고 있었어요. 그러니 왜 이 진단을 받게 되었는지 이유를 밝힐 수가 없어요. 엄마가 뭘 잘못해서가 아니라는 이야기입니다.
성조숙증 때문에 이제 검색을 막 시작하신 분들이라면 엄마 자책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자책한다고 해결될 문제면 저도 제 잘못을 백 번 천 번 뉘우치겠어요. 그러지 말고 우리의 태도를 다르게 하는 건 어떨까요? 성조숙증 진단을 받으면 그건 인정하고 치료를 할지 말지, 주사 맞은 후 아파하면 어떻게 할지, 병원을 좀 더 즐겁게 갈 수 있게 하는 방법, 안 하게 될 경우 아이가 당황하지 않도록 준비하기, 아이가 커서 자기 생각을 말할 수 있는 나이라면 의견 물어보기 등등이요. 제가 그랬던 시절이 있어서 지금 알아보시는 분들께 이런 말씀을 드리고 싶었습니다. 이 일로 마음이 힘들어하고 있는 엄마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