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원·황정민 주연 영화 '검사외전' 리뷰
영화 '검사외전'은 넘침도, 모자람도 없이 아주 잘 만든 케이퍼 무비다. 감옥에 간 검사 황정민과 절세미남 사기꾼 강동원의 콤비 플레이가 2016년 극장가를 뒤흔들었다.
'검사외전'은 강동원의 출연작 중 주관적으로 가장 재밌었던 작품이다. 무려 970만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에도 대성공했다. 주연인 황정민, 강동원은 빤하지만 통쾌한 드라마, 생동감 있는 캐릭터를 완성도 있게 빚어냈다. 이일형 감독은 단 한순간도 느슨해질 틈 없이, 풍성한 유머 코드와 넘치는 박진감으로 케이퍼 무비의 묘미를 제대로 살려냈다.
◆ 중심 잡고, 드라마 이끄는 황정민&유쾌한 톤 책임진 강동원
진실 앞에서 무자비한 폭력 검사(?) 변재욱(황정민)은 취조 중 피의자가 변사체로 발견되면서 살인 누명을 쓰게 된다. 믿었던 상관 우종길(이성민)의 외면으로 징역 15년을 선고받고 감옥에 갇힌 재욱. 5년 후, 우연히 옥중에서 전과 10범의 사기꾼 한치원(강동원)을 만난다. 거짓말에 능하고 허세가 가득한 치원은 어딘지 못 미덥지만, 철새도래지 개발 사업의 비밀을 알고 있다. 어쨌든 재욱을 감옥에서 꺼내 줄 유일한 구원투수임에 틀림없다.
변재욱은 나름대로 신념은 있지만 다혈질에, 손이 먼저 나가는 거친 검사다. 황정민은 재욱을 대한민국 어딘가에 실제로 있을 법한 '날라리 검사'로 그려냈다. 이후 중형을 선고받고 바닥으로 내몰린 절망, 치원을 만나 치밀하게 계획을 실행해나가는 집요함 등의 섬세한 감정이 그의 눈빛을 통해 고스란히 전해진다. 강동원과 케미도 독보적이다. 여전히 말보다 먼저 나가는 애정 어린 손길엔 동네 형 같은 친근함이 가득하다. 옥중 동료들에게 베푸는 검사 영감의 아량도 인간적이기 그지없다.
강동원은 등장부터 마지막 장면까지, 시종일관 여심을 쥐고 흔든다. 잘생긴 외모가 큰 역할을 하지만 치원의 발칙한 행보는 도무지 외모에 가려지지 않는다. 여느 배우라면 꺼릴 법한 나쁜 남자(?) 설정이나 우스꽝스럽게 맞는 장면에서도 몸을 사리지 않는다. 한치원은 누구도 강동원으로 상상하지 못했던, 깃털처럼 가벼운 인물이다. 그럼에도 제 몫은 제대로 해낸다. 비록 잘 생긴 외모와 베일에 싸인 인맥(?), 두둑한 맷집까지 총동원하는 무리수를 두더라도 말이다.
◆ 피고인이 검사, 증인이 피고인?…리터럴리 '검사외전'의 진풍경
무엇보다 '검사외전'의 쾌감은, 영화의 모든 요소가 적재적소에 쓰이는 데서 온다. 초반 변재욱의 기구한 이야기가 약간 늘어지려는 찰나, 한치원이 등장해 팔랑대기 시작하면 특유의 유쾌한 호흡이 살아난다. 감방에 갇힌 재욱과 감방 밖 치원의 콤비 플레이가 이어지는 내내 도무지 지루할 틈이 없다. 이 감독이 공들인 사건의 배치와 흐름이, 살아 숨 쉬는 캐릭터들과 만나 놀랍도록 탁월하게 기능한다.
한참을 치원의 재롱(?)에 푹 빠져 웃다 보면, 어느새 영화는 막바지를 향해 달려간다. 변재욱의 재심 재판장에 이르러, 이 영화가 왜 '검사외전'인지가 비로소 드러난다. 재판의 피고는 변재욱, 검사는 양민우(박성웅), 증인이 우종길이다. 그런데 이 풍경이 묘하다. 마치 피고가 검사, 증인이 피고, 검사가 변호인 같다. 심지어 우종길은 재판 도중 양 검사에게 "피아식별을 제대로 하라"고 훈계까지 한다. 아이러니한 상황에 절로 웃음이 나온다.
어쨌든 '주인공은 잘 돼야 한다'는 무언의 법칙과 통쾌함을 담보해야 하는 케이퍼 무비의 특성상, 중요한 건 호흡과 리듬감이다. 이 지점에서 놀랍게도 이 감독과 황정민, 강동원, 박성웅 등 출연진은 최상의 합의점을 도출해냈다. 기존에 '꽃뱀'이라는 부정적 의미로 그려졌던 한치원 캐릭터의 남녀 반전이 주는 효과도 주효했다. 감독의 남다른 발상과 비틀기가 최고의 배우들과 만나 맛깔나게 어우러진, 잘 만든 오락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