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원·신은수 주연 영화 '가려진 시간' 리뷰
무조건적으로 누군가를 믿어준다는 건 어떤 마음일까. 영화 '가려진 시간'이 흔하고 익숙한 '믿음'이라는 가치를 다각도로 들여다본다.
강동원, 신은수 주연의 영화 '가려진 시간'이 지난 2016년 개봉 후 4주년을 맞았다. 마치 일본 애니메이션을 떠오르게 하는 소재와 스토리 전개, 감독이 생각한 이상적인 '믿음'에 관한 결말을 지녔다. 묘한 판타지적 분위기와 아름다운 영상미가 어우러져, 약간은 뜬구름 잡는 듯한 주제를 점차 또렷하게 만든다. 결국은 무엇도 믿지 못하는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되는 순간, 마음이 먹먹해진다.
◆ 누군가가 필요한 외로운 아이들의 만남…순수함과 무모함의 경계
몇 년 전 엄마가 세상을 떠나고, 새아빠와 살고 있는 수린(신은수)은 화노도의 초등학교로 전학 와 좀처럼 적응을 하지 못한다. 친구도 없고 외로운 수린에게 어린 성민(이효제)이 손을 내밀고, 둘은 친구 이상의 관계를 쌓아나간다. 어느 날 수린은 성민의 친구들과 함께 터널 폭파 현장을 구경 가고, 이상한 일에 휘말린다. 동굴에서 발견한 빛나는 알과 함께, 친구들이 사라진다. 그리고 며칠 후, 15년의 시간을 홀로 보내고 어른이 된 성민(강동원)이 나타난다.
수린 역의 신은수는 이 작품으로 15살 때 영화계에 데뷔했다. 극 중 수린은 유체이탈을 시도하고, 귀신을 부르는가 하면 자신만의 문자를 만들기까지 한다. 지독하게 본인의 세계에 갇혀있는 괴짜 같은 초등학생이다. 매사에 호기심이 가득하지만 어딘가 그늘이 있다. 보육원에서 사는 성민이와 누구도 관심 가져주지 않는 외로운 아이라는 점이 닮았다. 두 사람은 그렇게 친구가 된다. 신은수는 꼭 수린의 이야기를 담은 얼굴로 맡은 역할을 보란 듯이 해낸다.
어린 성민은 수린을 좋아하지만, 여전히 순수한 아이다. 정체모를 알을 깨버리는 무모함은 덤이다. 가려진 시간을 보낸 뒤 돌아온 성민(강동원)은 멈춰있던 시간 속과 달라진 환경에 적응하기 힘들어하고, 사라진 친구들에 대한 트라우마에 시달린다. 급기야 누구도 자신을 믿어주지 않는 상황, 수린이마저 손을 뿌리치고 비명을 지르며 도망치자 세상 끝에 홀로 내몰려 절망한다. 강동원은 심약해 보이는 표정과 순수함을 간직한 눈빛으로 아이와 어른의 경계에 선 성민을 표현했다.
◆ 어른들의 눈에 비친 아이들의 판타지…'믿음'이란 건 어쩌면
아이들이 사라진 순간부터, 수린의 시각과 세계는 어른들의 사정으로부터 완벽히 분리된다. 수린이가 아무리 겪은 일들을 사실대로 말해도 누구도 믿어주지 않는다. 실제로 믿지 못할 이야기이기도 하다. 이 영화는 '믿지 않는' 어른들이 더 현실적이라는 걸 부정하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가만히, '믿는다는 게 가장 중요한 것'이라는 극 초반 성민의 말을 곱씹게 한다.
성민은 외로움을 나눴던 유일한 친구, 수린에게 의지해 가려진 시간을 버틴다. 수린이 알려준 비밀 언어로 벽면을 채우고, 수린의 뒷모습을 비누로 조각한다. 반드시 돌아갈 거라 믿었던 성민만이 결국 가려진 시간을 벗어나 돌아온다. 어쩌면 수린과 성민, 둘만이 믿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성민의 간절했던 행동들은 어른들이 보기에 소아성애적 유괴범의 괴행동으로 해석된다.
돌아온 성민을 받아들이기엔 '믿음'이 부족한 세상. 성민은 결국 아무도 믿어주지 않아서, 수린이를 구하려, 도망치고 만다. 어쩌면, 믿음은 순수함을 잃는 순간 사라지는 게 아닐까. 어른들이 의심부터 하는 이유는, 바로 그 순수함이 퇴색됐기 때문이 아닐까. 그렇다면 나는 과연 누군가를 믿어줄 수 있을까. 조금 슬프고 먹먹한 마지막 장면에서조차, 여전히 서로를 믿고 있어서 가장 보고 싶은 얼굴을 만날 수 있었단 깨달음이 찾아온다. 의심보다 믿음이 필요한 세상, 은은한 감동에 젖고 싶다면 감상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