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들의 여행 수다
자매들의 여행수다
내 인생의 베스트 프렌드인 흥많은 두 여자가 장장 18시간을 걸려 방콕에 왔다. 보통은 5시간이 걸리는 거리지만 워낙 성수기라 표도 잘 없었고 값도 비싸서 이 길을 선택할 수 밖에 없없다. 방콕 출발 3일전에 여행 가기로 급하게 결정한 후 급비행기표와 급호텔까지 속전속결로 진행됬다. 나는 월요일 오전 반차를 쓰고 쉰언니와 유냥이가 도착하는 토요일 오전에 함께 파타야로 가서 2박 3일 같이 논 후 방콕으로 건너와 그들은 남은 일정을, 나는 출근을 하기로 했다. 함께 여행을 가는 것 자체가 처음이라 두근대면서 조금 걱정도 됬다. 평소에 엄청 친해도 여행스타일이 안 맞을 수 있다거나 혹은 누군가 아프다거나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작년 태국 여행에서 동생이 엄청 열이 났었다.)
7:30am 수완나폼 공항에서 보기로 한 시간이다. 7시 15분부터 독촉전화가 오기 시작한다. 길치라 길을 잃을게 분명한 나여서 시간이 없으니 헤메지 말고 바로 오라고 했다. 나도 그러고 싶다..ㅠ 길 잃는건 내 선택이 아니여.. Luckily 이번엔 조금만 헤매고 언니와 동생을 만날 수 있었다. 나를 보자마자 멀리서 달려오는 두 사람, 그리고 와락 쉰언니 팔에 안겨 있으니 드디어 만나긴 만났구나 실감났다. 두 사람 모두 긴긴 비행과 웨이팅, 그리고 생얼이라 그런지 지쳐보이긴 했지만 설렘 가득, 신남 가득 담아 파타야로 가는 버스에 올라탔다. 사실 파타야는 세번째라 후아힌을 가자고 제안했었는데, 언니는 파타야가 처음이라고 했다. 그리고 아무래도 후아힌은 조금 시골 같아서 여자 셋이 놀기엔 여러 즐길거리가 있는 파타야가 적당한 것 같았다. 역시 누구랑 어떻게 노느냐에 따라 여행은 같은 곳을 가더라도 다른것 같다. 톨님과의 파타야 여행 주요 키워드는 Calm, Healing, Romantic 이었다면, 세자매의 파타야는 Exciting, talkative, dringking, eating a lot, swimming, Massage 굉장히 활동적이면서 웃음이 끊이지 않는 여행이었다. 이 순간을 우리 사랑스런 자매들과 함께여서 더 행복했던 것 같다.
Passionate fashion
파타야의 2박 3일 여행 중 옷만 5~6번 갈아입었던 것 같다. 톨님과 같이 여행왔을 때는 아침에 입은 옷 그대로 저녁까지 입었었는데, 패션 좋아하고, 사진찍기 좋아하는 자매들이 모이니 한번씩 장소를 바꿀때마다 옷을 갈아입었다. 심지어 언니는 수영복만 3-4개는 가져왔고, 태국이 아니면 입을 수 없을 정도의 천조가리 옷과 화려한 패턴 옷들도 잔뜩 챙겨와 나에게도 나눠주었다. 톨님과 있을때는 오늘은 비치로드를 걷고 어디 레스토랑을 가면.. 이옷!!! 이렇게 혼자 했던 고민을 이젠 셋이 호텔방을 서성이며 거의 회의 수준으로 고민하고 옷 고르고, 조언해주고,바꿔 입고, 맞춰 입기 위해 쇼핑가고 하는 모든 순간들이 새삼 재밌었다. 한국에서 같이 지낼때는 특별할 것 없었던 일상이 이제 나이가 들어 하나둘 외국으로 가고 떨어져 지내다 보니 이런 작은것도 특별하게 느껴졌다. 물론.. 옷 초이스의 기준은 사진찍었을 때 본인이 젤 이쁘게 나와야 하는거지만..
파타야의 몰을 돌아다니다 너무 이쁜 귀걸이를 샀다. 보는것보다 착용한게 더 이뻤고 착용후 사진을 찍으면 더 이쁘게 나왔다. 사진이 잘나오는 걸 확인하자마자 쉰언니와 유냥이는 그 샵으로 달려가 귀걸이 사겠다며 다시 찬찬히 보는게 너무 어이없으면서 귀여웠다. 자매란 그런가보다. 무조건 본인이 젤 이쁘게 나와야하나봐... 심지어 유냥이는 귀도 안뚫었으면서 왜 같이 달려간거지..?
바람, 향기, 음악
This Moment
30을 넘긴 여자, 30에 가까워진 여자 세명이 호텔을 나올땐 아무런 계획이 없다. 발 닿는대로 우리의 의견이 맞는대로 자유롭게 다니니 일정이나 시간에 쫒길 이유도 없었다. 그야말로 여유로운 힐링 시간이었다. 일단 나와서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언제나 맛있는 태국음식 먹기!! 나는 태국에 3달 살면서 어느정도 먹어볼만큼 먹어봐서 여유로웠다. 하지만 여기 나보러 온게 아니라 거의 태국 음식 먹기 위해 온 2명의 여자가 있어서 (또 본인들이 먹고싶은 메뉴는 정확했다) 하루에 거의 4끼는 먹었던것 같다. 배를 채우고 계획없이 걸으며 뭐할까 하다 "우리 비치로드 한번도 안걸어봤는데 걸어보자!!" 는 제안 신나서 받아들인다. 신발안에 비치로드의 모래를 모으며 걷다가 디저트로 산 망고 라이스를 먹기 위해 한쪽에 자리 잡았다. 언니는 밥과 망고를 같이 먹는게 이상하다며 안먹었지만 이거슨 꿀맛!! 나와 유냥이의 페이보릿!! 밥굶은 사람처럼 뚝딱 한그릇 끝내니 주변에서 여러가지 물건파는 상인들이 왔다 갔다 하며 호객행위 하는 모습이 그제서야 눈에 들어왔다.
두루마리 휴지를 파는 사람, 헤나해주는 사람, 각종 해산물 튀김, 심지어 길거리에서 잡은 참새를 가둬두고 사서 놓아주라고... 정말 상상할 수 있는 모든것 길가에서 살수 있다.
언니가 먼저 헤나에 관심을 보였다. 한번 헤나했다가 망한적이 있던 나여서 관심 없었다가 언니와 동생이 한다길래 그럼 나까지 껴서 300밧으로 흥정되면 나도 할께. 나는 그냥 헤나북에 있던 드림캐쳐를 골랐고, 유냥이는 본인이 좋아하는 타투이스트의 타투를 헤나로, 언니는 역시 보헤미안 답게 손등과 손가락에.. 헤나에서도 각자의 개성이 드러나서 재미지다. 우리가 헤나를 하고 있자 주변에 물건파는 사람들이 모여들었고 두루마리 휴지 파시는 분은 우리 옆에 자리잡고 앉아 노래를 부르셨다. 그 노랫소리에 관광객, 잡상인 다 모여들었고 그 중심엔 우리가 있었다. 바다에선 짠내음이, 머리카락엔 따뜻한 바람이, 그리고 귓가엔 이국적인 노래소리가.. 꼭 그 순간이 정지된것 같았다. 이런 환상적인 모먼트를 느끼게 해준 두루마리 휴지 청년에게 고마웠고 또 이런 순간을 혼자가 아닌 언니와 동생이 같이 느낄 수 있어 좋았다. 정말 좋았다.
유냥시인이 얘기하길.. 그 순간의 바람, 향기, 음악 이 모먼트를 남기고 싶어. 동영상이 아니라 다시 그 모든걸 꺼내볼 수 있는 느낌을 갖고싶어. 그런 순간이 오늘 있을 줄은 몰랐어.
이번 여행을 통틀어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을 꼽으라고 한다면. 우리 모두 얘기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 때 라고,
스윔머신
한국은 지금 추운 겨울 혹한기를 맞이하고 있고, 여기는 점점 더워지는 혹열기로 다가가는 중이라 이번 여행에서 유난히 수영을 많이 했다. 내가 수영도 못하고 (쭈글), 키도 작아서 (쭈글)...솔직히 대한민국 여자 평균키지만 (165cm) 쉰언니와 유냥이가 나보다 죄곰 크다보니 어릴때부터 지금까지 쪼꼬맣다고 놀려왔었다. 아무튼 우리가 묵는 호텔 수영장은 쪼꼬만(?)내가 튜브없이 들어가면 발이 안닿아 물먹기 일쑤..ㅠ 나도 너무 수영을 하고싶었지만 수영 초보인 나는 무조건 발이 닿는 안전한 높이에서만 수영을 한다. 그래서 나는 튜브를 하나 사야만 했다!! 그래서 380밧에 겟한 파인애플튜브 :)!! 쉰언니는 거의 상어 수준으로 머리 꽁지만 위로 올라오게 계속 수영하고 있고 유냥이는 수영 배우겠다고 열심히 발버둥치며 물먹고 있는 와중에 나는 아주 여유롭게 그들 사이를 튜브타고 지나간다. 나를 보고 얄밉다고 생각하는 유냥이의 얼굴은 보니 만족스런 수영이었다. 지내던 호텔이 수영장이 2개고, 그중 한개는 밤에도 오픈을 해서 밤수영을 좋아하는 언니는 수영을 하고 우리는 선배드에 앉아 맥주를 마시는 여유를 느낄 수 있었다. 호텔 정보는 여기
헬로 스트레인져
쉰언니와 함께 다니다보면 스트레인져와 대화를 많이 하게된다. 나쁘다는게 아니라 나도 정말 그렇게 하고싶었는데 한국에 너무 오래 있어서 그런지 외부인에 대한 경계심이 생겨 말걸어 오면 의심하고, 또 내가 말걸면 싫어 할것 같다 생각했다. 근데 일단 언니는 본인이 경계심 없는 상태로 너무 자연스럽게 말을 걸고 대화로 이어 나간다. 언니는 워낙 여러나라를 여행했고 영국에서도 몇년 살아서 그런지 마인드 자체가 히피 보헤미안 스타일이다. 그래서 같이 있다 보면 어느새 우리도 같이 스트레인져와 대화하고 있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 얘기할 때마다 재미있는 에피소드들이 생겨난다. 언니와 동생에게 소개시켜주고 싶어 데려간 파타야의 몬스터 쉬림프. 근데 이게 왠일! 가게가 아예 문을 닫아버렸다. 불과 한달 전에 갔었는데.. 우리는 이미 배가 너무 고픈 상태라 다른 레스토랑을 찾을 여력이 없어 그 근처의 타이 레스토랑에 들어갔다. 우리 얼굴을 보자마자 안녕하세요 라고 외친 주인. 그리고 벽에 씌여진 두서없는 한글들을 보니 한국사랑이 눈에 보였다. 언니는 한국을 좋아하냐고 물었고 그분은 한달에 한번씩 갈정도로 너무 좋아한다고 했다. 본인의 신메뉴인 한국식 치킨도 소개해주며 신나보이는 그분을 그렇게 두고 가기가 아쉬워 함께 사진도 찍었다. 언니와 대화를 하던 그분은 라인 아이디를 주며 한국가는 날짜까지 알려주었다. 이렇듯 마음을 여는 사람에겐 마음을 열고 다가오는것 같다. 비가 추적추적 오는날 카오산 로드에서도 스트레인저와의 대화가 있었다. 칵테일 트럭으로 비를 피해 천막 아래로 들어가 각자 개성에 맞는 칵테일을 주문하고 마시는데 맥주를 든 40대의 캘리포니아 아저씨가 천막 안으로 들어왔다. 어디서 왔냐부터 시작한 자연스런 대화는 어느새 넷이 한테이블에 앉아 한시간 넘는 수다로 이어졌다. 헤어지기전에 이름만 주고 받고 가볍게 시작한 대화처럼 가볍게 자리를 떴다. 나도 혼자 여행을 다녔더라면 모르는 사람에게 말을 걸었을까? 왜 혼자여만 말을 걸 수 있을까? 방콕으로 오기 전 세계여행을 다니는 부부의 책을 읽은 적이 있다. 그들은 저렴한 돈으로 여러나라를 다니며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대화하고 자유로워 보였다. 나와 톨톨이도 그렇게 할 수 있지 않을까? 잠깐여행의 대화로 베스트 프렌드가 될 순 없지만, 그들의 여행 노하우, 살아온 인생을 듣는것도 은근 재미있다. 그렇지만 언니에게 그래도 스트레인져는 스트레인져니 항상 조심하라는 잔소리는 잊지않았다.
여행은 언제나 즐겁지만 그 즐거움을 배가시키는 내 사랑하는 자매들이 있어서 너무 행볶해
또또 어디를 함께가지? 다음엔 막내 앵구 군대 제대하면 데려가야겠다!! 4남매 여행기 쓸수 있기를..
그떄까지 뺘뺘뺭